신고리 5, 6호기 취소 소송, 그 끝나지 않은 이야기

지난 2월 14일, 신고리 5, 6호기 건설 허가 과정의 위법성을 밝히기 위해 진행한 1심 재판 결과는 ‘사정판결’이었습니다. ‘공공복리’의 이유로 건설허가는 위법하나 건설을 취소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재판부의 모순적인 판결로 560 국민소송단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과 미래세대의 안전을 위해 560 국민소송단을 끝까지 응원해주세요!

신고리 5, 6호기 건설허가 취소 소송의 첫 재판일, 법정 대리인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김영희 변호사와 560 소송단이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허가 취소 소송의 첫 재판일, 법정 대리인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김영희 변호사와 560 소송단이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위법한 원전 건설 허가, 그러나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군가에게 신고리 5, 6호기 건설은 완결된 이야기일지 모릅니다. 2017년 10월,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원전 건설재개가 결정되었기 때문입니다. 피고인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560 국민소송단의 법정 다툼은 건설재개 이후에도 계속됐습니다. 건설허가 과정에서의 명백한 행정, 절차, 규제상의 위법 사항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공론화가 정책 결정을 목표로 했다면, 소송은 사법적 판단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건설허가 과정에서 법을 어겼다는 점이 밝혀지면 허가 자체에 대해 취소 결정이 내려질 수 있습니다.
소송단은 총 13가지의 위법성 쟁점을 제기했습니다. 핵심은 신고리 5, 6호기가 과연 안전한가의 문제입니다. 이중 재판부에서 위법성을 인정한 두 가지 쟁점은, 건설허가 의결 과정에 자격이 없는 2명의 원자력안전위원이 의결에 참여하였고, 이에 건설 허가 처분도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원전 건설허가 신청 시 제출해야 하는 서류인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에서 특정 내용의 기재가 누락된 점입니다. 이 평가서는 원전을 운영하거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방사선 영향을 보는 자료인데 신고리 5‧6호기의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에는 ‘사고로 인한 영향’ 세부사항들에 대한 기재가 누락됐습니다.

부산, 울산, 경남 주민 약 169만 명을 상대로 반드시 해야 하는 주민의견수렴절차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현재 해당 주민들은 다수호기가 밀집된 지역에서 중대사고 시 그 영향이 어떠한지,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 정부의 비상계획은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전제로 한 주민 의견도 반영되지 않은 것입니다.

누구를 위한 공공복리인가?

상당수의 법조인은 이번 판결이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합니다. 원칙적으로는 행정 처분이 위법하다면 그 처분을 취소하는 것이 맞기 때문이죠. 한 가지 위법성만 인정되어도 승소 판결이 가능한 통상의 절차와 달리 재판부는 원전 건설이 취소되었을 때 미칠 수 있는 경제적 손실을 이유로 들어 ‘사정판결’(원고의 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처분 등을 취소하는 것이 현저히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가 신고리 5‧6호기 원전 건설 중단으로 예상한 손실액은 약 1조 원입니다. 1천 600여 개에 이르는 관련 사업체와 지역 경제에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고려해 추산한 수치입니다.
1조라니, 정말 어마어마한 금액입니다. 원전 건설 중단으로 이런 손실이 발생한다고 하니 계속해서 짓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위법하게 건설 허가를 따낸 신고리 5‧6호기를 계속 짓는다면 우린 어떤 위험을 감수해야 할까요?
작년 국정감사를 통해 공개된 한국전력의 <균등화 발전원가 해외사례 조사 및 시사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최대 2,492조 원의 피해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이는 건설 허가 취소에 따른 예상 손실액인 1조 원의 2천 배,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현재까지 투입된 비용 200조 원의 10배가 넘는 비용입니다.
눈앞의 손실을 막기 위해 더 큰 피해를 감당하겠다는 재판부의 결정은 하나의 완고한 전제하에 내려졌습니다. 원전 밀집 지역에는 지진 위험성이 없거나, 지진이 나도 원전 지역에서는 사고가 없을 것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그것을 누가 확신할 수 있을까요?
신고리 5‧6호기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건설된 모든 원전이 중대사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가동되고 있습니다. 원전 사고에 따른 피해 위험성에는 우리 국민 모두가 노출되어 있습니다. 원전이 초래할 수 있는 이와 같은 위험이 공공복리와 상치된다면 재판부가 판결에 기준으로 한 공공복리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 취소소송 결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영희 변호사와 장마리 캠페이너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 취소소송 결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영희 변호사와 장마리 캠페이너>

멈추거나 피해선 안되는 싸움, 위법한 원전은 멈춰야 한다.

2월 20일 그린피스 소송대리인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의 김영희, 김석연 변호사는 재판부의 신고리 5‧6호기 건설집행정지처분 기각과 1심 판결에 대해 항소장을 제출했습니다. 그린피스와 559명의 국민소송단은 2심, 그리고 대법원의 판결이 이루어질 때까지 법정 다툼을 멈추지 않을 계획입니다.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상투적인 말이지만 실제 그렇습니다. 경주 대지진이 있던 2016년 9월 12일 시작된 소송은 1심 판결까지 886일이 걸렸고, 총 14회의 재판 동안 방대한 자료가 법원에 제출됐습니다. 2년 간 14번의 재판은 쉽지 않은 여정이었습니다. 두 변호사는 전문 용어로 가득한 수만 페이지의 자료들을 해독해야 했습니다. 원전 관련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불리한 상황에서 힘들게 자료를 수집했고, 도움 받을 수 있는 전문가들은 극소수였습니다. 다시 2심을 시작하면 판결까지 앞으로 최소 1년여가 더 소요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신고리 5, 6호기 취소 소송을 시작한 건 정말 잘한 일이었다”고 말합니다. 아직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울 수 있는 희망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그것을 바로 세우려 애쓰지 않을 때 더욱 한쪽으로 치우치기 마련입니다. 재판부의 사정판결은 건설 허가의 위법을 저지른 원안위에겐 면죄부이지만, 원전 인근 지역과 잠재적 피해자인 국민 모두에겐 생명과 안전의 문제입니다.
이전의 잘못된 결정들을 바로 잡을 새로운 법정 다툼의 시작, 국민 권리와 미래 세대의 평화를 위해 이 싸움은 계속돼야 합니다. 2심 항소 그리고 대법원의 판결까지 여러분의 뜨거운 지지와 참여가 필요합니다.
그린피스와 559명 국민소송단을 끝까지 지지해주세요!

560 국민소송단이란?

2016년 9월 12일 시작된 신고리 5, 6호기 취소 소송은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대상으로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참여한 559명의 원고단이 모여 만든 ‘560국민소송단’이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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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마리 기후에너지 캠페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