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펭귄이 단체로 죽음을 맞는 일은 지난 몇십 년의 관측 동안 나타난 적 없던 일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일이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남극에서는 지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눈 주변의 하얀 고모양이 인상적인 아델리펭귄
<눈 주변의 하얀 고리모양이 인상적인 아델리펭귄>

올해 초 남극에서 아주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습니다.

바로 영화 “해피피트”로 유명한 아델리펭귄에게 말이죠. 한 프랑스 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초 남극 대륙 근처 페트렐섬(Petrels Island)에 사는 약 4만 마리의 아델리펭귄 무리에서 단 두 마리의 아기 펭귄만이 살아남았다고 합니다. 섬 곳곳에선 부화하지 못한 알들이 발견되었죠.

원인은 페트렐섬 주변 바다에 늘어난 얼음 때문이었습니다. 먹이를 찾으러 바다로 나가야 하는 부모 펭귄은 늘어난 얼음 때문에 더 멀리 이동할 수밖에 없었고, 부모가 돌아오지 못하거나 늦게 돌아오자 아기 펭귄은 영양 섭취 부족으로 굶어 죽게 된 것이죠. 여기에 기록적인 강우량까지 더해져 방수성이 부족한 솜털을 가진 아기 펭귄은 비에 젖어 체온을 지키는 일이 불가능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아기 아델리 펭귄
<아기 아델리 펭귄>

남극 펭귄이 단체로 죽음을 맞는 일은 지난 몇십 년 간의 관측 기간 동안 나타난 적 없는 매우 특이한 일입니다. 하지만 근래 이런 일이 벌어진 건 올해가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13년, 남극에서 같은 일이 목격된 적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그때는 단 한 마리의 아기 펭귄도 살아남지 못했었죠. 원인은 이번과 같이 주변 해역의 떠다니는 빙하가 급증한 탓이었습니다. 부모 펭귄은 먹이를 가지러 왕복 200km의 여행을 해야만 했습니다.

빙하가 왜 늘었을까요?

4년이란 짧은 시간에 왜 이런 비통한 일이 두 번이나 발생한 것일까요? 전문가들은 메르츠 빙하를 그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2010년, 동남극의 거대한 메르츠 빙하가 갈라지면서 주변 지역 환경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어, 그런데 아델리펭귄은 분명 늘어난 해빙으로 먹이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지 않았나요? 맞습니다. 빙하가 녹으면 바다로 유입되는 담수의 양이 늘어나게 되죠. 담수의 응고점은 염분이 포함된 바닷물보다 높기 때문에 해빙이 생기기 쉽습니다. 페트렐섬 주변 지역에 해빙이 증가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죠. 메르츠 빙하는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1년간 소비하는 물의 양과 맞먹는 크기라고 합니다.

해빙 위의 아델리펭귄 무리
<해빙 위의 아델리펭귄 무리>

아델리펭귄을 조여오는 손길

그러나 아델리펭귄을 괴롭히는 건 녹아내린 얼음뿐만이 아닙니다. 어업 확대와 관광업으로도 몸살을 앓고 있죠.

남극 아델리랜드 지역에 있는 프랑스 뒤몽 뒤르빌 관측기지 근처의 아델리펭귄
<남극 아델리랜드 지역에 있는 프랑스 뒤몽 뒤르빌 관측기지 근처의 아델리펭귄>

남극은 크릴(작은 새우를 닮은 갑각류) 어업이 성행하는 곳입니다. 크릴은 펭귄과 고래를 포함한 남극에 사는 모든 생명체에게 매우 중요한 먹이 자원입니다. 만약 페트렐섬 주변까지 크릴잡이가 확대된다면, 아델리펭귄은 이제 먹이를 얻기 위해 인간과 쟁탈해야 하는 처지가 됩니다.

4년이란 시간 동안 두 번이나 번식에 실패하며 아델리펭귄의 서식지는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이들에게 회복의 시간을 주기 위해서라도 펭귄이 크릴 어업 때문에 인간에게 먹이를 빼앗기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합니다.

크릴. 새우와 비슷하게 생긴 갑각류 동물성 플랑크톤, 주로 펭귄이나 고래의 먹이가 된다
<크릴. 새우와 비슷하게 생긴 갑각류 동물성 플랑크톤, 주로 펭귄이나 고래의 먹이가 된다>

펭귄을 위한 안식처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사실 위기에 처한 펭귄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아주 간단명료합니다.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하고, 인간의 손으로부터 자유로운 서식지를 돌려주는 것이죠.

해양보호구역은 상업적인 어업이나 석유 시추 등 생태계에 큰 영향을 주는 개발을 제한하고 자연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작년엔 남극의 로스해(Ross Sea)가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남극 생태계 보호에 큰 걸음을 떼었죠.

해빙 위의 아델리펭귄<해빙 위의 아델리펭귄>

아델리펭귄이 먹이를 구하는 해역이 포함된 동남극의 일부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려는 시도는 이미 있었습니다. 8년 전, 동남극 해양보호구역 지정에 대한 제안이 제출됐었죠. 하지만 이 논의는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올 해 10월, 호주 호바트에서 25개국의 참가 아래 열린 남극해양생물자원 보존위원회(CCAMLR) 회의에서도 동남극 해양보호구역 지정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지정은 무산되고 말았지만요.

하지만 남극의 모든 생명체가 보호받으며 살 수 있도록 앞으로 더 큰 보호구역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우리의 목표는 변함없습니다. 그리고 내년 CCAMLR 회의에서 논의될 ‘남극 해양보호구역’의 지정을 위해 그린피스가 새로운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해양보호구역, 남극 해양보호구역 지정을 위한 그린피스의 글로벌 캠페인을 지켜봐 주세요!

글: 오카다 사치코(Sachiko Okada)/ 그린피스 일본사무소 해양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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