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한국과 마찬가지로 원전에 의존했던 일본이 원전 없이 운영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증명해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은 이를 전세계에서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지요.

2011년 3월 재앙적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진 이후 일본 정부는 안전 점검을 위해 원전을 차례로 정지시켰고, 2012년 5월 5일을 기점으로 전체 50기의 원전을 가동 중단시켜 ‘원전 제로’ 상태가 된 바 있습니다. 두 달 뒤인 7월, 간사이(關西) 전력 회사가 후쿠이현(福井県)에 위치한 오이(大飯) 원전 3, 4호기를 재가동 하면서 그 동안은 두 기의 원전만이 운영되어 왔습니다. 즉, 48기의 원전이 중지된 상태에서 블랙아웃 한 번 없이 두 번의 여름과 한 번의 겨울을 넘긴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달 3일에 오이 원전 3호기가, 15일에 4호기가 정기점검을 위해 운전을 정지하면서 14개월 만에 일본 사회는 다시 ‘원전 제로’가 되었습니다.

그린피스 일본사무소의 주니치 사토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번 원전 제로는 원전 사고 이후 완전한 탈핵을 요구하고 있는 다수의 일본 국민들에게 매우 중요한 소식입니다. 우리는 후쿠시마 원전의 추가적인 방사능 누출 영향으로부터 시민들과 환경을 안전하게 보호할 것과 원전 재가동 정책을 중지할 것을 일본 정부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원전 위험으로부터 일본 사회를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은 깨끗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공급 정책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아직도 진행 중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으며 일본 사회와 산업계는 재생가능에너지 중심 전력 생산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이미 시작했습니다. 2012년 4월부터 2013년 5월까지 14개월 동안 무려 3.2GW의 태양광 발전 설비가 전국에 설치가 되었습니다.[1] 1990년부터 2011년까지 12년 간 한국에 설치된 태양광 누적 설치용량이 이의 23% 수준 밖에 되지 않는 0.73GW이고[2] 2015년까지 고작 1.5GW로 늘리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일본의 이러한 변화는 에너지 전환의 시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충격적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끊임 없는 고통을 불러왔지만,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을 일으킨 계기도 된 것입니다.

반면 한국은 사양산업인 원전확대 정책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습니다. 현재 운영 중인 23기에 건설 중인 5기, 계획된 6기의 원전을 다 짓고 더 이상 짓지 않는다 하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이 원전 제로를 경험할 수 있는 시점은 빨라야 2084년입니다. 앞으로 최소 70년 간이나 수십만 년의 관리가 필요한 핵폐기물을 생산해가며, 안전을 위협하는 온갖 원전 비리와 스캔들, 혹시 모를 원전 사고의 가능성에 불안해하며 살아야 할까요?  

더이상 망설일 때가 아님을 이웃한 일본과 세계 에너지 시장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지난 5년간 전세계에 새롭게 설치된 발전시설 용량의 절반 이상이 재생가능에너지 입니다. 원자력 발전의 증가는 미미할 뿐입니다. 2022년 탈핵을 목표로 순조롭게 달려가고 있는 독일처럼 한국도 우리 여건에 맞는 단계적 탈핵 시점을 정하고, 신규원전 계획 취소와 노후 원전의 단계적 폐쇄를 통해 점진적 탈핵으로 나아가는 방향을 세워야 합니다.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됩니다. 재생가능에너지 중심 전력시스템으로의 전환은 정책적 의지가 있다면 한국의 기술력과 저력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