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태국 어선의 노예 노동을 담은 가디언지의 보도는 전 세계를 경악케 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캄보디아나 미얀마 출신의 가난한 이주노동자들이 태국의 직업 소개 브로커를 통해 약 40만원 남짓의 헐값에 노예선으로 팔려갑니다. 새우 양식에 사용되는 사료용 잡어를 잡는 이 배에서는 선원들이 하루 20시간이라는 믿지 못할 노동을 하고, 그 와중에 구타와 고문, 심지어 살인까지 상습적으로 일어난다지요. 이 같은 노예선을 운영하거나 고용하는 업체들이 새우 사료를 생산하고, 새우 양식 업체들은 이 사료를 먹여 새우를 기릅니다. 이렇게 생산된 새우가 한국에도 유통된다니 우리가 슈퍼마켓에서 손쉽게 사먹을 수 있는 새우가, 실은 누군가의 피로 얼룩진 셈입니다.

이러한 비극은 전혀 새로운 일은 아닙니다. 인권 사각지대라고 불릴만큼 고기잡이 배의 선원들은 열악한 노동 환경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마저 짓밟힌 선원들의 인권문제가 지난 몇 년간 국제 사회에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부끄럽게도 여기에 한국 업체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조 참치로 유명한 사조 그룹은 특히 인권 침해로 악명이 높은 기업입니다. 지난 2010년 뉴질랜드 해역에서 조업하던 사조 어선이 침몰하면서 구조된 선원들, 또 이듬해 같은 회사의 어선에서 탈주한 선원들의 증언으로 뉴질랜드와 호주 사회는 한국 어선에서 일어난 끔찍한 인권 침해 사실에 경악했습니다. 당시 선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둔기 폭행, 성희롱과 성폭행, 임금 미지급 등 선원들은 인간 이하의 취급을 당했다고 합니다. 이 사건이 국제 사회로 일파만파 문제가 되면서 미국은 지난 2012년 ‘연례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이 문제를 심각히 다루고 한국의 인권 보호 등급을 강등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문제는 선원들의 인권침해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어업을 하는 과정에서도 너무나 많은 불법 행위가 일어나고 있고 이는 수산자원을 싹쓸이하는 남획으로 이어져 지역 주민들의 식량 자원 고갈을 야기합니다. 한국 역시 서부 아프리카 해역에서 불법어업을 자행한 사실이 무더기로 적발되면서 유럽연합에 의해 예비 불법어업국으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서부 아프리카 연안국가들은 연간 1인당 국민총소득이 한국의 1/20에도 못 미치는 가난한 나라들입니다. 어업 활동을 단속하고 제재할 기반이 열악함을 아는 외국 어선들은 이를 악용해 실제 물고기 값의 3~6%에 불과한 값싼 입어료(다른 나라 어업 수역 안에 들어가서 조업할 때 내는 돈)를 내고 들어가면서도, 불법 행위까지 서슴지 않고 물고기를 싹쓸이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지난 50년간 아프리카 수산자원은 50%나 급감했고, 가뜩이나 식량문제로 힘겨워 하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식량 안보는 더욱 위기에 몰리고 있지요.

불공정 무역의 대표격인 커피, 초콜릿, 블러드 다이아몬드 이슈를 통해 한국 사회는 조금씩 윤리적인 생산품에 관심을 갖고 자성의 소리를 냈습니다. 밥상에 올라오는 수산물도 불공정하고 비윤리적인 산물임이 알려졌으니,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조금 넓혀지길 바래봅니다. 우리가 사는 생선이 선원들의 노예 노동을 통한 것은 아닌지, 불법어업을 통해 잡혀 오지는 않았는지, 가난한 연안국가들의 소중한 자원을 불공정하게 수탈한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고 응답을 요청해야 합니다. 한국 업체들이 비도덕적, 비윤리적인 어업을 멈추도록 우리가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입니다.

 

글: 한정희 해양 캠페이너 / 그린피스 서울 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