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무장한 사람들이 헬리콥터에서 하강했습니다. 그들은 우리들에게 총을 겨누었습니다. 외부와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선박 내에서 우리가 이동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되었습니다. 앞으로 닥칠 일에 대해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긴박한 상황이었지만, 지난해 9월 북극의 일출(Arctic Sunrise)호에서 머물렀던 마지막 며칠은 저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북극의 일출호가 러시아의 무르만스크(Murmansk)로 예인되는 작업은 며칠 정도 걸렸는데, 이는 러시아 해안 경비대 지휘 하에 진행되었습니다. 무르만스크 도착까지 많은 시간이 있었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기 위해 책을 읽고, 카드 게임을 하고, 동료들과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중, 동료 한 명이 “직접 배너를 만들자”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우리는 북극 보호 활동을 위해 가스프롬(Gazprom)의 원유시추 플랫폼으로 간 것이지, 억류되려고 그곳까지 간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의 활동은 배 안에서도 끝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어떠한 캠페인 자료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수건, 가위, 바늘 등을 총 동원하여 배너를 만들기 시작했고, 그 결과 큰 배너와 작은 손 배너를 만들었습니다. 그 제한된 환경에서 만든 ‘Save the Arctic’ 배너는 제가 본 배너 중 제일 보기 좋았습니다.

그러나 무르만스크(Murmansk)에 도착하자, 우리가 만든 배너를 달기도 전에 해안 경비대원들이 그 배너를 빼앗아 갔습니다. 저는 북극의 일출호가 암스테르담으로 귀환할 때, 그 배너가 같이 돌아오길 기대했습니다.

북극의 일출호가 우리 품으로 돌아온 것은 지난해 ‘Free the Arctic 30’ 사건을 마무리 짓지만, 북극 보호 활동의 끝은 아닙니다. 쉘(Shell)과 같은 석유기업들은 여전히 뻔뻔한 브랜드 홍보와 함께 무모한 원유시추를 강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 여러분은 최근 1달 간, 그린피스가 레고를 대상으로 하는 북극 보호 캠페인을 아실 겁니다. 쉘(Shell)은 레고를 이용하여 청소년들에게 쉘의 이미지를 좋은 방향으로 세탁하고 있습니다.

31번째 활동가였던 북극의 일출호와 더불어 30명의 활동가가 자유로운 몸이 될 수 있도록 함께 항의하고 행동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북극의 생태계가 제대로 보호될 때까지, 북극을 위해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 드립니다.

글: 파이자 우라센(Faiza Oulahsen) /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