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미국 뉴욕에서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주재로, 116개국의 정상이 참여한 가운데 기후정상회의가 열렸습니다. 이번 회의는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2℃ 이하로 하는 전 지구적 과제를 함께 논의하는 자리이자, 2015년 12월 파리에서 체결될 새로운 기후변화협약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사전단계의 회의이기 때문입니다. 

회의가 열리기 전인 22일에는, 뉴욕에서 약 32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행진하며 세계 정상들에게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행동’을 요구했습니다. 이는 이번 기후정상회의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를 잘 보여줍니다. 아마도 이번 회의를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점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몇몇 주요 국가들의 과감한 변화가 이뤄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특히, 중국의 변화가 두드러집니다. 중국은 올 6월, 자국 내 석탄 소비량의 44%를 차지하는 12개 지역의 석탄사용 감축목표를 지정했습니다. 베이징 시는 2017년까지 2012년 대비 석탄소비량 50% 감축을 목표로 합니다. 세계 최대의 석탄소비량을 자랑했던 중국의 석탄사용량 감축 정책은 전 세계적 기후변화 대응에 큰 지각변동을 가져 올 것입니다.

현재 한국의 모습은 대조적입니다. 기후정상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기후변화는 21세기 최대문제”이며, “기후변화 대응을 부담이 아닌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연설에서 밝혔습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연설과는 달리, 국내 에너지 정책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인 '에너지 효율 증대와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에 대해 투자하지 않고, 온실가스의 주범인 석탄 화력발전소 확충과 또 다른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 원전 확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재생가능에너지는 2035년까지 전체 에너지의 겨우 11% 비중으로 고려될 뿐입니다. 즉, 세계에서 온실가스를 7번째로 많이 배출하는 국가인 우리나라가 오히려 후진적인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미 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2009년에서 2013년 사이에 지어진 발전소의 37%가 재생가능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소였습니다. 한국보다 태양광발전 잠재력이 낮은 독일에서는 지난 10년동안 재생가능에너지 비율을 6%에서 25%까지 끌어올렸습니다. 덴마크는 향후 5년간 전력생산량의 절반을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으로 생산할 계획이며, 2030년까지는 모든 석탄 화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할 예정입니다. 애플(Apple), 구글(Google), 이케아(IKEA)와 같은 기업들도 전력공급의 100%를 재생가능에너지로 대체할 계획입니다.

주요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인도를 포함한 개도국까지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데, 한국만 전 세계적인 흐름에 뒤처지고 있습니다. 그린피스의 에너지[혁명]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40년까지 전체 에너지 중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을 60% 정도로 늘리는데 큰 무리가 없습니다. 그린피스는 한국이 더러운 석탄 발전소와 위험한 원자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2050년까지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할 것을 요구해 왔습니다. 기후변화를 막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꿈꾸는 일은 더 이상 꿈이 아닙니다.

“우리는 단지 대화를 위해 모인 것이 아니라, 역사를 만들기 위해 모였다(We are not here to talk, we are here to make history)” 라는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기조 연설이 말해 주듯, 기회는 우리 눈 앞에 있습니다. 세계는 변하고 있으며, 한국도 그 긍정적인 흐름에 동참하여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야 합니다.

 

 

글: 손민우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 그린피스 서울 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