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하구핏(Hagupit)이 필리핀을 강타하면서, 평화로운 시기로 봤을 때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사람들이 대피했습니다. 이는 1년 전 슈퍼 태풍 하이옌(Hayiayn)이 강타했을 때 대대적인 인명 손실을 본 것처럼, 같은 충격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노력입니다.

“평화로운 시기에 일어난 가장 큰 규모의 대피”는 넌더리 나는 소리입니다. 우리는 평화로운 시기에 있는 걸까요 아니면 자연과 전쟁 중인 걸까요?

그린피스 필리핀 사무실로부터 태풍 하구핏(하구핏은 ‘채찍질’이라는 뜻) 관련하여 지원해 달라는 연락을 받기 전까지, 저는 페루 리마(Lima)로 갈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현재 리마에서는 기후변화를 방지하기 위한 국제 조약 협상안을 두고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재작년, 작년과 같이 올해에도 이러한 협상이 소위 ‘심각한 기후 현상’이라는 충격적인 상황 속에서 진행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협상은 절박함이 부족하고, 화석 연료 업계가 개입하며, 은밀한 비밀을 감춘 채 너무 오랫동안 지지부진하게 끌려왔습니다.

안타깝게도, 자연은 협상하지 않습니다. 자연은 우리의 비타협적인 태도에 대답할 뿐입니다. 필리핀 사람들 그리고 세계 곳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기후변화는 이미 대재앙입니다.

바로 1년 전, 하이옌은 천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지역 사회를 파괴하고 몇십억 달러의 재산 피해를 입혔습니다. 난민생활을 하고 있던 많은 생존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온 나라를 휩쓸고 있는 태풍 하구핏을 피하기 위해, 살고 있던 텐트에서 대피해야 했습니다. 우리는 그저 지금의 징후들이 지난번 하이옌 때 겪었던 똑같은 아픔을 필리핀에 주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마닐라에서 우리는 ‘하구핏’ 또는 ‘루비’라고 지어진 태풍에 영향을 받은 지역에 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떠한 도움이라도 줄 것입니다. 우리는 필리핀 사람들과 함께 할 것이며,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자들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것입니다.

우리는 무거운 마음으로 현실을 마주할 준비를 합니다. 우리는 리마에 있는 각국의 대표들에게 무기력함에서 벗어나 협상을 진전시키고, 실제 현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는 그들이 기후변화는 협상해야 할 미래 위협이 아닌 현재 매우 명확한 위험이고, 당장 긴급한 조치가 필요함을 인식할 것을 요구합니다.

마닐라로 향하기 전 저는 옙 사노(Yeb Saño) 필리핀 기후변화 위원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새로운 슈퍼 태풍이 미친 영향을 확인하러 가는 길에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당신의 참여는 리마에 크고 명확한 메시지를 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태풍 파블로가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던 2012년, 옙 사노는 카타르 도하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외교의 절제된 언어를 깨고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제발 2012년은 우리가 원하는 미래에 대해 국제사회가 책임지는 용기를 찾은 해로 기억되게 합시다. 여기 있는 모든 분들에게 요청 드립니다. 우리가 안 한다면, 누가 하나요? 지금 안 한다면, 언제 하나요? 여기가 아니라면, 어디서 하나요?”

저는 지금 그린피스 필리핀 사무소, 옙 사노와 함께 가장 심한 타격을 받은 지역을 방문하러 갑니다. 그 황량한 모습을 기록하여,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고생하는 지역 사회가 탄소 배출 주범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입니다.

여러분도 함께 해주세요! 서명에 동참해서, 오염 유발자들이 법적으로 그리고 도덕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해 책임지도록 요구하는데 같은 목소리를 내주세요.

글: 쿠미 나이두(Kumi Naidoo) / 그린피스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