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에는 날마다 지하수 850톤이 쏟아져 들어와 일본은 오염수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도쿄전력은 임시방편 대응책만 모색하다 결국 오염수 처리에 실패했고 이제 오염수 100만톤 이상을 태평양에 방류하려 한다. 그린피스는 오염수 방류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 1월 보고서 ‘후쿠시마 오염수 위기’를 발표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나, 사고가 일어난 뒤 8년간 무슨 일이 벌어졌나, 방사성 오염수를 해결하려는 시도와 좌절, 그리고 대안은 무엇인가, 국제사회는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그리고 결론으로 보고서는 구성됐다. 까다롭고 이해하기 힘든 보고서 내용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 3회에 걸쳐 연재하려 한다.

1회. 이솝우화 양치기 소년의 실화, 도쿄전력

이솝우화 양치기 소년은 아주 익숙하다. 양을 돌보다 심심해진 소년은 늑대가 나타났다고 소리치자 자기 거짓말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우습고 재미있어 거짓말을 반복하다 결국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 아무에게도 도움받지 못하고 양들을 모두 잃는다는 내용이다. 진부한 이야기다. 아이들에게 “거짓말은 나쁘다”는 교훈을 가르치기 위해 만든 이야기니까.

왜 느닷없이 양치기 소년이냐고? 읽어보면 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나자 미디어는 지진과 쓰나미를 보도하는 영상물을 쏟아냈다. 보도의 홍수 속에 사람들은 원전사고를 “막을 수 없고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 탓으로 받아들였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원자력 발전 지지자들은 “한국 원전”은 안전하다는 제조국 프레임을 거론하며 문제의 근본 원인에 사람들 관심이 쏠리지 않도록 애를 쓰고 있다.

‘한국 원전 관련해 숱한 비리를 본 나로서는 제조국 프레임이 과연 효과적인지 의문이다. 궁금하시면 네이버에 ‘한국 원전비리’를 쳐보시라. 수도없이 나올테니’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도쿄전력이 안전설계를 의도적으로 위반한 탓에 발생한 인재다.

후쿠시마 제1원전이 안전설계를 무시하고 지어진 탓에 2011년 3월 발생한지진과 쓰나미 여파로 최악의 방사선 누출 사고가 발생했다.<후쿠시마 제1원전이 안전설계를 무시하고 지어진 탓에 2011년 3월 발생한지진과 쓰나미 여파로 최악의 방사선 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도쿄전력은 1960년대 제 1원전을 해수면보다 35미터 높은 곳에 건설해야 했지만 건설비용을 줄이겠다고 해수면과 거의 같은 높이에 원전을 짓기로 결정했다. 35미터 높은 곳에 지으면 바닷물을 원전으로 끌어오기 위해 펌프를 사용해야 하는 비용이 추가로 든다. 우리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도대체 물을 퍼 올리는데 얼마나 비용이 들기에 이리 결정했는가? 제 1 원전은 미국 회사 제너럴 일렉트릭(GE)사가 조사, 설계, 기기조달, 시운전 등 전 과정을 도맡아 진행하는 턴키(Turn-key) 방식으로 지어진 터라 도쿄전력은 공정마다 GE에게 엄청난 돈을 지불해야 했다.

의도적 안전설계 위반 탓에 사고 전에도 제 1원전에는 매일 지하수 850톤이 원전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물 850톤은 85만 리터로 1.5리터 생수병 56만6666개에 해당한다. 일주일치만 계산해도 396만병이 넘는 엄청난 양이다.

사고가 발생한 지 8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후쿠시마 원자로 안에는 지하수 850톤이 날마다 쏟아져 들어와 도쿄전력은 오염수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사고가 발생한 지 8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후쿠시마 원자로 안에는 지하수 850톤이 날마다 쏟아져 들어와 도쿄전력은 오염수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여기서 도쿄전력은 첫번째 거짓말을 시작한다. 원전사고는 자연재해이지 인재가 아니다.

사고가 발생한 지 8년이 지난 지금도 원자로 1~3호기에 엄청난 양의 물을 날마다 쏟아붓고 있다. 그냥 두면 온도가 치솟아 폭발할 위험이 있는 핵연료와 주변에 부서진 잔해들을 식히기 위해서다. 잔해들도 온도가 오르면 일산화탄소,이산화탄소 등 주변 기체가 예상치 못한 화학반응을 일으켜 폭발할 수 있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원자로 1~4호기에 냉각수를 쏟아붓다보니 그 안에는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 7만톤이 쌓여있다. 방사성 물질 중 세슘, 코발트, 스트론튬, 안티몬, 삼중수소 등은 물에 쉽게 녹는 성질을 지녀 오염수 안에 용해돼 있다.

도쿄전력은 철저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두 번째 거짓말이 나왔다.

지하수가 유입되면서 오염수에 녹아있는 삼중수소, 스트론튬, 세슘 등이 지하수를 타고 흘러나간다. 지하수 유입을 통제한다고 바다물을 막는 벽을 만들었다. 그럼에도 계속 흘러나오자 2014년 벽과 제방 사이에 물길을 설치했고 바다로 흘러드는 지하수가 물길을 따라 흐르게 했다. 흘러나온 물을 퍼 올려 처리 과정을 거친 뒤 바다로 방출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누적되는 지하수 양이 늘어났고 2015년 벽이 휘어지기 시작했다. 동토벽을 세워도 유입하는 지하수는 줄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이 벽은 도쿄전력 주장과 달리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바다로 방출하는 오염수를 정화하기 위해 도쿄전력은 다양한 물처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처리 시스템을 거친 오염수는 2011년 7월 첫째 주까지 1만3610톤에 이르렀다. 도쿄전력은 2015년 스트론튬 제거과정을 거친 물도 다시 정화처리해야 하는 상태라고 밝혔다. 도쿄전력이 오염수 처리 기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인정하는데 7년 이상이 걸린 셈이다.

도쿄전력은 2018년 9월 28일 물처리시스템 그리고 다핵종제거설비까지 통과한 물 89만톤 중 75만톤이 바다에 방출하기에 적합한 안전 수치보다 높은 방사성물질을 함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처리한 오염수 6만5000 톤마저 스트론튬 90을 안전치의 100배 이상 함유하고 있었다. 스트론튬 90에 노출되면 적혈구의 감소가 일어나며 DNA에 악영향을 미쳐 암을 유발한다. 핵무기 공장 근처 지역에서 스트론튬 90이 다량 녹아있는 물을 마신 사람들에게 백혈병 발병률이 크게 증가 한 사례가 있다. - 미국델라웨어 보건소 자료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원전 내 방사선 오염수를 태평양으로 방류하려는 일본의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그린피스는 후쿠시마 원전 내 방사선 오염수를 태평양으로 방류하려는 일본의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여기서 도쿄전력은 3번째 거짓말을 했고 이 탓에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양치기 소년 우화와 달리 우리는 도쿄전력의 거짓말, 불투명한 오염수 처리와 바다 방출 과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왜? 양을 잃는 게 아니라 우리가 공유하는 바다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절실하다. 오염수 방출에 반대하는 여러분의 서명이.

그린피스는 지금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사무소와 함께 후쿠시마 오염수 태평양 방류를 막기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2회에서 계속.

오염수 방류 반대 서명하기

이현숙,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프로그램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