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이너의 목소리: 고래가 어획량 감소의 주범?

정부의 포경 재개 방침에 대한 그린피스의 진단

Feature Story - 2012-07-09
중국 정부는 최근 3년 안에 공무 시 샥스핀 접대를 금지할 것이라는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비록 이 방침이 실효성을 갖고 엄격히 지켜질 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수산자원 보호를 위해 바른 방향으로 전환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중국이 이러한 발표를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 정부는 국제포경위원회(IWC) 회의 석상에서 과학적 포경을 하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정부는 왜 국제사회와 반대 방향으로 가려는 것일까요?

중국 정부는 최근 3년 안에 공무 시 샥스핀 접대를 금지할 것이라는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비록 이 방침이 실효성을 갖고 엄격히 지켜질 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수산자원 보호를 위해 바른 방향으로 전환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중국이 이러한 발표를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 정부는 국제포경위원회(IWC) 회의 석상에서 과학적 포경을 하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정부는 왜 국제사회와 반대 방향으로 가려는 것일까요?

어획량이 감소해서 어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유가 과학포경 필요성의 첫번째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수산자원이 고갈되고 어획량이 감소하는 것은 순전히 우리 인간의 과도한 어획 때문입니다. 기술의 발달로 대규모의 산업적 어업이 가능해지고 일단 많이 잡고 보자는 불법 어업도 기승을 부리면서 우리나라 연근해를 비롯한 세계 전역의 바다에서 어획량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세계식량기구에 의하면 이미 세계 수산 자원의 85%가 완전히 착취되었거나, 고갈되었거나, 과거에 남획이 이루어진 후로 회복 중입니다. 또, 과학자들은 어업이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이루어질 경우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어종들은 2048년이면 씨가 마를 것이라 경고하고 있습니다.

고래도 예외는 아닙니다. 19세기 중반에 처음 산업적 포경이 시작되고 20세기에 들어 거대한 포경선이 사용되면서 한해 4만 마리에 이르는 고래들이 대량 학살되었습니다. 산업화에 따른 고래 기름의 수요 때문에 인류는 가장 큰 고래를, 그리고 그 종이 없어지면 그 다음으로 큰 종을 잡아나갔습니다. 그 결과, 1930년 대형고래류의 80%가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1970년대에 들어 그린피스가 이끈 반포경 캠페인이 세계를 휩쓸면서 마침내 대형고래류의 포획은 금지되었지만 일부 종은 여전히 개체수를 회복하지 못하고 멸종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고래처럼 번식 주기가 길고 다산하지 않는 동물의 경우 포획은 해당 종뿐 아니라 먹이사슬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만약 고래가 어족자원 감소의 원인이라면 고래 수가 급감하기 전인 백 년 전보다 지금 어획량이 훨씬 많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학포경이란 무엇일까요? 사실 과학포경의 개념 자체도 국제포경위원회가 처음 생긴 1946년 당시의 과학에 기반해서입니다. 이후 눈부신 과학의 발전으로 오늘날 학계에는 고래를 죽이지 않는 연구 방법이 아주 잘 도입되어 자리를 잡은 상태입니다.

한국 정부가 이번에 과학 포경의 이유로 내세운 고래들이 뭘 먹고 사는지, 먹이사슬 관계 연구도 단순히 배설물의 분석 등을 통해 가능합니다. 또, 개체군 구조 파악이나 개체수 추정 등에는 DNA 정보 파악에 필요한 손톱 크기만한 조직이면 됩니다. 즉, 몇 톤이 넘는 고래를 통째로 죽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샘플링이 가능한 것입니다. 또, 혼획으로 희생되는 것만 한 해에 이미 수백마리에 달하기 때문에 죽은 고래를 통해 알아낼 수 있는 정보들은 이들을 통해 연구할 수 있습니다.

고래를 죽여야지만 과학적 연구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은 유전학 등 분야에서 최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선사시대에 쓰던 돌도끼를 쓰겠다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실제로 이번 회의에서 호주 대표단이 이처럼 고래를 죽이지 않고도 연구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과학적 방법들에 대해 자국의 과학자들의 지식과 노하우를 한국과 공유하겠다고 제안을 했지만 한국 대표단은 침묵을 지켰다고 합니다. 이 사실은 한국이 말하는 과학 포경이 연구를 위해서가 아님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한국 정부는 그 동안 일본 등 포경 찬성 국가와 함께 상업 포경을 지지해 왔습니다. 울산, 포항 같이 과거 상업 포경이 있어 왔고 고래고기를 먹는 데 익숙한 지역에서는 끊임없이 포경 재개 요구가 있어 왔습니다. 실제로 농림수산식품부가 2010년에 역점 추진한 신수산 30대 프로젝트를 보면 고래자원의 이용이 들어 있습니다. 한국은 상업포경이 재개될 경우 쿼타를 받기 위해 2004년부터 목시조사를 하고 불법 포경 단속 강화를 위해 혼획 고래의 DNA 등록을 의무화하는 등 제도를 정비(고래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 2011년 1월부터 개정된 고시가 적용)하며 필요한 준비들을 해 왔습니다. 이처럼 상업포경을 재개하려는 포경 찬성 국가들에 동참하면서 상업포경의 기회를 엿보는 동시에 일본이 악용하고 있는 제도적 허점인 과학포경을 이용하여 포경을 재개하려는 것입니다.

국제포경위원회 회원국들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대형고래류의 혼획 수 중에서 한국과 일본이 80%를 넘게 차지합니다. 한국에서는 매년 80-90마리의 밍크고래가 혼획되며 이는 IWC 회원국이 보고한 전체 대형고래류 혼획의 33% 정도를 차지합니다. 불법 포획 역시 공식적으로 적발된 숫자는 한 해 10-20마리에 불과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수가 포획되고 시장에 유통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 그린피스는 한국이 이미 큰 위협을 받고 있는 연안의 고래를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더 포획하겠다고 선언한 데 대해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습니다. 전 세계가 이미 이번 한국 발표에 대해 분개하고 있으며 이미 호주와 미국 등은 외교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과학포경이라는 허점을 이용해 상업포경을 하겠다는 것은 자국민에게도, 국제사회의 책임감 있는 일원으로서도 전혀 이득이 없는 어리석은 결정입니다. 한국은 반드시 이를 철회하고 불법포경과 혼획을 규제하고 줄이기 위한 노력과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한 규제를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글: 그린피스 한정희 해양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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