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이너의 목소리: 잘못된 정책은 고래를 죽인다

Feature Story - 2012-09-21
지난 19일 그린피스는 광화문 광장 중앙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더 이상 잘못된 정책으로 고래의 죽음을 방치하지 말라는 취지의 액션을 펼쳤다. 그린피스의 액션은 잘못된 현재의 정책과 부실한 규제로 영향받을 해양 생태계, 그리고 그 책임을 온전히 떠안게 될 미래세대에 대한 우려에서 나온 것이다.

2012년 7월 한국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과학조사를 위한 포경을 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상업포경 시절 개체수 감소로 포획이 금지되었던 밍크고래의 수가 회복되어 어민들이 잡을 물고기를 다 잡아먹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런데 과학을 위해서는 포경이 필요하지 않다, 비살상적인 연구 방법으로 충분하다, 과학포경은 과학의 탈을 쓴 상업포경이다라는 얘기로 넘어가기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다. 밍크고래 개체수가 정말 회복되었을까?

국제포경위원회 과학위원회에서 한국 연근해에 서식하는 밍크고래 개체군(J stock)의 개체수에 대한 합의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계속해서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고 논의하는 중이다. 사실 한국 과학자들이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2000년 이래로 매년 5-7% 감소 추세에 있다고 한다.

한국 바다의 밍크고래는 과학포경이 아니어도 이미 충분히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기록적으로 높은 혼획 (물고기를 잡으려고 쳐 놓은 그물에 우발적으로 걸려 죽는 것) 수치가 한국과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고 (2011년 두 나라의 밍크고래 혼획률은 전체의 약 98%) 이렇게 두 나라에서 공식적으로 기록된 죽음만 해도 200마리를 넘는다.

그린피스가 발간한 “사라지는 고래: 한국의 불편한 진실” 보고서는 이처럼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부가 방관하는 사이 밍크고래가 처한 위협을 살펴본다. 한국에서 포경은 분명 불법이다. 고래를 잡고, 유통하고, 소지하는 행위 모두가 법의 처벌을 받는다. 그렇게 처벌받는 경우는 한 해 10-20건에 지나지 않지만 실제 불법포경의 규모는 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이다. 고래고기 시장에서 채취한 샘플을 가지고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혼획되는 고래의 두 배 이상인 150-200마리의 밍크고래가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으며, 고래고기 음식점 수를 가지고 추정해 본 바에 따르면 400-500마리 정도가 유통된다고 한다.

혼획 문제도 그리 개운치 않다. 다른 물고기를 잡는 그물에 우연히 걸리는 사태는 사람으로 치면 교통사고나 마찬가지인데, 교통사고를 줄이고자 하는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한국 정부는 국제포경위원회 회원국으로서 보호 개체군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자국 바다 해양생태계의 일원인 밍크고래가 집중적으로 교통사고를 당하고 있고, 그 교통사고가 사실은 의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문에도 불구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는 없다. 한국에서 밍크고래는 어느새 보호 개체군이 아니라 고가의 고기덩어리가 되어버린 듯 하다.

시장을 강력하게 모니터링해서 불법 유통을 추적하는 등 더 효과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혼획은 우연히 일어난 사고라 어쩔 수 없다고 한다면 그것은 분명 근무태만이다. 살아 있는 고래를 발견하면 풀어주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고래를 잡으면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다는 유혹을 사전에 제거하면 혼획은 분명히 줄어든다. 정부는 해상 감시, 감독 및 관리를 강화하고 시장의 공급 및 유통을 관리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 혼획을 줄이고 불법포경을 단속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지난 19일 그린피스는 광화문 광장 중앙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더 이상 잘못된 정책으로 고래의 죽음을 방치하지 말라는 취지의 액션을 펼쳤다. 그린피스의 액션은 잘못된 현재의 정책과 부실한 규제로 영향받을 해양 생태계, 그리고 그 책임을 온전히 떠안게 될 미래세대에 대한 우려에서 나온 것이다. 이는 단지 한국의 바다, 한국의 아이들에 관한 것만은 아니다. 무분별한 남획으로 인해 지난 50년 간 전 세계 수산자원의 85%가 과도하게 착취되고 고갈된 것과 같이 해양생태계의 파괴는 결국 지구 모든 곳의 인류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제 한국은 국제무대에서 높아진 위상만큼 자국 영해 뿐 아니라 세계 바다 생태계에 책임을 지려는 성숙함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자국 영해의 적절한 관리 감독은 그러한 책임을 증명하는 하나의 길일 것이다. 그린피스는 이번 보고서와 액션을 통해 정부가 한국 바다에서 사라지는 고래에 대한 근본적 원인을 직시하고, 충분히 지속가능한 다른 방법들을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

글: 한정희 그린피스 해양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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