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인 소식

Greenpeace Korea | 그린피스

참여하기

최신소식 플라스틱
5분

‘당신은 이 시대의 현실을 직시할 용기가 있습니까?’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알바트로스 이야기

글: 김지우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캠페이너
그린피스가 지난 8월 22일 녹색연합과 공동주최로 크리스조던 감독의 다큐 영화 <알바트로스>의 특별상영회를 개최했습니다. 상영회에 참석한 200여 명의 시민들은 플라스틱 재앙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크고 멋진, 살아 있는 비행체…

미국의 생태학자 칼 사피노는 “알바트로스”를 이렇게 일컬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나는 새로도 알려진 알바트로스는 긴 날개를 활짝 펴 하루에 800킬로미터를 날아갈 수 있습니다.

알바트로스가 비상하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생명과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겁니다.

남극해 상공을 멋지게 비행 중인 알바트로스<남극해 상공을 멋지게 비행 중인 알바트로스>

남태평양 상공을 비행 중인 알바트로스<남태평양 상공을 비행 중인 알바트로스>

하지만 제가 처음 접한 알바트로스는 그런 경이로움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조각난 플라스틱과 페트병 뚜껑으로 내장이 가득찬 채, 그저 처참히 죽어간 모습이었죠.

2009년 미드웨이섬에서 내장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가득찬 채 발견된 알바트로스 사체<2009년 미드웨이섬에서 내장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가득찬 채 발견된 알바트로스 사체>

2009년 미국의 사진작가 크리스 조던이 기록한 이 사진은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을 알리며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로부터 9년 후인 지난 8월, 크리스 조던은 8년간 공들여 만든 다큐 <알바트로스>를 들고 한국을 찾았습니다.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에 대한 뉴스 보도가 이어진 가운데, 많은 이들이 인디고 서원의 초청으로 방한한 조던 감독에 주목했죠.

플라스틱 이슈만큼 뜨거웠던 상영회 현장

감독의 방한에 맞춰 그린피스가 녹색연합과 공동주최한 <알바트로스 특별상영회>에도 많은 시민들이 찾아 주셨습니다. 아침 일찍 시작된 폭염과 평일 오전이라는 시간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세배가 넘는 신청자가 있었죠. 다시 한번 플라스틱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현장을 찾은 시민들에게 조던 감독은 다음의 질문을 던집니다.

“여러분은 이 시대의 현실을 직시할 용기가 있습니까?”

평일 오전에도 객석을 채운 시민들<평일 오전에도 객석을 채운 시민들>

영화는 97분이라는 러닝타임동안 태평양 한가운데 ‘미드웨이’섬에서 플라스틱 쓰레기와 함께 태어나 자라고 죽어가는 알바트로스의 생애를 보여줍니다. 알을 깨고 나온 아기새가 부모새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먹고... 첫 날갯짓을 하고... 뽀송뽀송한 배내털을 벗어가기까지… 경이로운 생명체의 극히 자연스러운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하지만 새끼 알바트로스의 배를 채운 것은 안타깝게도 먹이가 아닌 인간이 무분별하게 쓰고 버린 알록달록한 색의 플라스틱 조각이었죠

전 지구를 덮친 플라스틱 재앙, 벗어날 수 있을까?

영화가 끝나자 한 시민은 조던 감독에게 다음과 같은 감상평을 전했습니다.

“정말 인상깊었던 장면이 있는데요. 바로 지켜보는 감독님은 알바트로스를 죽음으로 모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만, 정작 죽어가는 알바트로스는 그 이유를 모른다라고 하신 부분이었습니다.”

영화 상영이 끝난 후 감독에게 질문하는 시민들<영화 상영이 끝난 후 감독에게 질문하는 시민들>

조던 감독은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네, 맞아요. 알바트로스는 플라스틱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그들은 그저 먹이활동을 했을뿐이죠. 그게 저를 가장 힘들게 했고, 무력감에 젖게 했습니다. 하지만 무고한 알바트로스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건 외면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것도, 저와 마찬가지의 ‘목격하는 경험’입니다. 이 경험을 통해 사람들이 현실을 직시하기를, 외면하지 않기를 원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이 문제의 해결 ‘방법’에 대해 물어봅니다. 물론 위험에 처한 해양동물과 새들을 구조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플라스틱 재앙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나면 결국 우리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인류는 큰 위기에 직면했고, 이 재앙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별상영회 현장에서 관객의 질문에 답하고 소통하는 조던 감독<특별상영회 현장에서 관객의 질문에 답하고 소통하는 조던 감독>

상영회에 참여한 시민과 감독이 함께 사진을 찍고있다<상영회에 참여한 시민과 감독이 함께 사진을 찍고있다>

알바트로스가 보내는 메시지 - 지금 바로, 모두 함께

조던 감독은 영화에서 매년 버려지는 플라스틱이 얼마인지, 가장 큰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정량적 데이터를 보여주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아름다운 미드웨이섬, 그 안의 경이로운 생명체들의 성장과정을 담담히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그는 아주 조용히 지금 당장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리고, 설득했습니다.

플라스틱으로 내장이 가득찬 채 죽음을 맞이한 알바트로스는 우리가 보호해야 할 하나의 개체이기 이전에, 우리 인간과 함께 대자연의 일부입니다. 위기에 처한 것은 알바트로스만이 아닙니다. 그들뿐 아니라 우리 누구도 플라스틱 오염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경이로운 생명체들과 우리 모두를 위해 이제는 현실을 직시할 용기를 내야합니다.

‘그럴 용기가 있냐’는 감독의 질문에 여러분도 “그렇다”라고 답하신다면, 지금 바로, 그린피스와 함께 변화를 만들어주세요!

플라스틱 캠페인 서명하기

알바트로스 영화 보러 가기

글: 김지우,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캠페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