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릴 전쟁: 당신이 모르는 남극 바닷속 쟁탈전

크릴 조업 실정 및 문제점에 관한 그린피스 보고서 발간

Feature Story - 2018-03-14
펭귄과 고래 그리고 바닷새까지 남극 대부분의 동물을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남극 크릴. 멀게만 느껴지는 남극과 크릴이 직면한 기후변화와 상업적 조업이라는 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들어볼까요?

우리는 잘 모르지만 한국이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산업이 있습니다. 바로 크릴 어업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크릴이 위험에 처해있습니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이번 세기말까지 크릴의 남극 서식지 20 ~ 55%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이로 인해 크릴을 주요 먹이로 삼고 있는 킹펭귄이 어쩌면 이번 세기에 멸종할지도 모른다는 전망을 제시했습니다. 크릴 조업 기업들은 이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극에서의 어업 확장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은 바로 이 격동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남극 크릴<남극 크릴>

밤에 촬영한 크릴 군집의 사진<밤에 촬영한 크릴 군집의 사진>

남극 생태계의 중심, 크릴

크릴. 생소한 존재는 아니지만 제대로 알고 있는 경우도 드뭅니다. 크릴은 주로 낚시 미끼나 양식용 먹이, 그리고 건강 보조제인 오메가3의 원료로 사용됩니다. 크릴로 만든 오메가3 오일은 건강에 대한 관심과 청정 지역 제품 수요가 증가하면서 점점 더 유명세를 얻고 있죠. 전 세계 크릴 오일로 인한 수익은 2021년까지 약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크릴은 동시에 남극의 거의 모든 동물을 먹여 살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 먹이그물 가장 중심에 있는 아주 중요한 존재입니다. 바다사자, 물개, 펭귄, 고래 그리고 바닷새에 이르기까지 남극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대부분의 동물은 크릴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크릴을 중심으로 한 남극의 먹이그물<크릴을 중심으로 한 남극의 먹이그물>

문제는 인간의 욕심으로 크릴이 절벽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식물성 플랑크톤이 기후변화로 인해 개체 수가 감소하고 이를 먹이로 삼는 크릴에게 영향을 미칠뿐 아니라 인간의 어업 활동으로 인한 위협까지 가중되고 있죠.

그린피스는 지난 몇 년간 크릴 어선이 점점 더 남극 대륙 해안가로 조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는 증거를 확보했습니다. 해안에서 가까울수록 남극 동물들의 서식지가 분포된 곳과 가깝습니다. 결국 기후변화와 오염과도 싸워야 하는 남극 동물들은 인간과 직접적인 먹이 쟁탈전에 내몰리며 서식지를 지켜야 하는 실정입니다.

그린피스가 공개한 크릴 조업 어선들의 활동 구역. 대륙과 아주 가까운 곳까지 접근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그린피스가 공개한 크릴 조업 어선들의 활동 구역. 대륙과 아주 가까운 곳까지 접근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남극 트리니티 반도의 아델리 펭귄<남극 트리니티 반도의 아델리 펭귄>

크릴 조업의 직간접적 위협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크릴 어선들이 먹이 활동 구역에서 크릴을 잡아들이는 행동뿐만 아니라 남극에서의 조업 자체가 지니고 있는 잠재적 위험 요소가 있습니다. 기름 유출이나 좌초, 앵커링(어선이 정박하기 위해 닻을 내리는 행위) 등 어업 활동으로 인해 파생되는 위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래는 크릴 보고서를 통해 밝혀진 대표적인 사항들입니다:

  • 크릴 어선이 펭귄과 고래 등 남극 동물이 먹이 활동을 하는 지역 가까이에서 활발히 조업 활동을 하고 있다.
  • 어선 활동 데이터 추적 결과 선박들은 해저와 야생동물들에게 끼칠 잠재적 영향에도 불구하고 특별 보호 구역과 가까운 곳에 닻을 내렸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 해상 전재나 제대로 작성되지 않은 안전 기록 그리고 취약한 오염물 취급 규정 등 위험에 노출된 다양한 활동들이 확인되고 있다.
  • 깨끗한 남극 바다를 오염시킬 가능성이 있는 기름 유출이나 화재 그리고 좌초의 잠재적 위험성이 우려되고 있다.

세계 시민의 힘으로 지켜야 할 곳, 남극

올해 10월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 이하 까밀라)의 연례 회의에서 남극 웨델해 보호구역 지정 여부에 대한 논의가 상정되어 있습니다. 까밀라는 전 세계 24개국과 EU로 구성된 회원국들에 의해 운영됩니다. 한국도 물론 여기 포함돼 있죠. 까밀라의 의사 결정은 만장일치로 진행됩니다. 한 국가라도 반대한다면 보호구역 지정은 불가능해집니다. 2년 전 까밀라 연례 회의에서 한국을 포함한 25개 회원국에서 만장일치로 로스해 보호구역이 지정이 통과되었듯 올해 2018년에도 다시 한번 웨델해 보호구역 지정에 대한민국을 필두로 모든 회원국이 남극을 보호하기 위해 동일한 의견을 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남극해 보호구역 지정과 제안 현황<남극해 보호구역 지정과 제안 현황>

만약 해양보호구역 지정이 결정된다면 이 구역에서는 과학적 활동 외에는 그 어떠한 상업적 활동도 허락되지 않습니다. 남극 야생동물들에게 확실한 안식처 확보는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서 크릴 조업 구역의 확장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그린피스는 『크릴 전쟁: 당신이 모르는 남극 바닷속 쟁탈전』 보고서 발간을 통해 크릴 조업 기업과 유통 업계 그리고 까밀라 회원국에 남극해 보호구역 지지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또한 보고서를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남극, 남극의 바닷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탈의 실상을 대중들에게 알리고 남극 해양보호구역 지정에 힘을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펭귄들의 행진 당시 세계 곳곳에서 나타난 펭귄들. 왼쪽 위에서 시계 방향으로 한국 서울, 영국 런던, 호주 시드니,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지난 1월 펭귄들의 행진 당시 세계 곳곳에서 나타난 펭귄들. 왼쪽 위에서 시계 방향으로 한국 서울, 영국 런던, 호주 시드니,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

그 누구의 소유도 아니기 때문에 세계가 함께 목소리를 내고 보호해야 하는 곳, 남극. 지난해 로스해 보호구역 지정이 만장일치로 성사되었 듯, 올해 웨델해 보호구역 지정이 통과된다면 남극에는 대륙과 해양을 통틀어 세계에서 가장 큰 보호구역이 탄생하게 될 것입니다. 무려 한국 면적의 18배나 되는 거대한 해양 안식처가 말이죠.

한국이 남극 크릴 조업을 통해 바라보고 있는 비전은 무엇일까요. 기업의 위험한 줄다리기와 정부의 눈치 게임을 한시라도 빨리 끝내기 위해서는 시민의 강력한 요구와 정부의 책임감 있는 '한 표'가 필요합니다. 이미 세계적으로 약 120만 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그린피스와 함께 보호구역 지정 촉구를 위한 서명에 동참했습니다. 우리도 이에 발을 맞추며 목소리를 높일 차례입니다.

글: 김지우 다이나믹 이슈 캠페이너

그린피스 보고서 보러 가기: 『크릴 전쟁: 당신이 모르는 남극 바닷속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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