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과 민주주의는 양립할 수 없다

Feature Story - 2012-04-05
지난 2일 한국 정부는 원자력발전소 확대정책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하고자 인천공항에 들어오려던 그린피스 직원 3명의 입국을 거부하고 출국 조처했다. 원전과 민주주의가 양립할 수 없음을 재차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지난 60년 동안 끊임없는 거짓말, 은폐, 그리고 깨어진 약속으로 점철된 원자력산업계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다. 산업계와 이를 돕는 정부가 감추려는 것은 무얼까? 그린피스의 평화활동가들을 배제함으로써 얻으려는 것은 무엇일까?

박원순 서울시장과 대담 중인 쿠미 나이두 그린피스 국제사무총장

원전과민주주의는양립할없다   

지난 2일 한국 정부는 원자력발전소 확대정책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하고자 인천공항에 들어오려던 그린피스 직원 3명의 입국을 거부하고 출국 조처했다. 원전과 민주주의가 양립할 수 없음을 재차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지난 60년 동안 끊임없는 거짓말, 은폐, 그리고 깨어진 약속으로 점철된 원자력산업계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다. 산업계와 이를 돕는 정부가 감추려는 것은 무얼까? 그린피스의 평화활동가들을 배제함으로써 얻으려는 것은 무엇일까?

원전 사고의 위험을 감수하며 우리가 모험을 할 필요는 없다. 우리에겐 이미 충분한 재생에너지 자원이 있고, 한국은 이를 훨씬 더 현명한 방법으로 사용할 만한 역량이 있다.

놀랍게도 나는 공항에서 제지당해 인터뷰를 받았지만 입국이 거부되진 않았다. 동료들에 대한 입국 거부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국에서 계획대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한편으론 왜 내 동료들이 ‘국익에 위해가 되는지’에 대해서 법무부 장관을 만나 직접 듣기 위해 면담을 요청했다. 2일 밤엔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서 ‘리우+20 회의’를 앞두고 한국의 지속가능한 개발 관련 리더십에 대한 나의 존경과 희망을 말씀드렸다.

올해 말 개최되는 제1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18)에서도 원전은 설 자리가 없다. 기후변화에 관심 있는 사람은 누구나 ‘기후변화 정부간 위원회’(IPCC)가 이미 원전을 안전하고 깨끗하며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나는 주요 정당 대표 및 반원전 시민단체 대표를 만나서 풍부한 재생에너지 대안에도 불구하고 원전 기술에 대한 의존 확대를 추구하는 한국의 현상에 대해서 논의하고 싶다. 하지만 원전 반대 캠페인에 대한 최근 한국 정부의 탄압은 과연 정부가 에너지 문제에서 적극적인 구실을 하자는 것인지 의문이 들게 한다.

지난해 6월, 그린피스 선박 ‘레인보워리어’(무지개전사)는 ‘핵없는 한국’ 투어를 실시해 경북 영덕의 신규 원전부지를 방문했다. 정부는 레인보워리어 방문을 준비하던 지역단체들의 활동을 방해했다. 반핵 캠페인 포스터가 찢겨나갔고, 원자력에너지에 반대하는 포럼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사진으로 채증됐고, 계획됐던 행진도 취소됐다. 사람들은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해 8월 그린피스가 서울에 사무소를 개소한다는 소식이 나온 뒤, 정부는 원전 홍보를 위해서 100억여원을 쏟아붓겠다고 밝혔다. 그린피스는 한국 국민들에게 깨끗하고 안전하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안겨주고자 한다. 이런 목적을 위해서 평화적으로 일하는 비정부기구를 반기지 않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

그린피스는 정부가 원전에 관한 공적인 토론과 반대 목소리를 막으려고 해도 계속해서 한국 국민들에게 다가갈 것이다. 며칠 뒤 그린피스의 가장 큰 캠페인 선박인 ‘희망’이라는 뜻의 에스페란사호가 ‘희망에너지’ 투어를 위해서 한국에 온다. 불필요한 위험을 수반하는 원자력에너지가 필요 없으며 대신 깨끗하고 안전하며 지속가능한 에너지 대안을 제시하는 ‘에너지혁명’ 보고서를 발표하기 위해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아파르트헤이트와 싸울 때, 나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의 투쟁과 희생에 영감을 받았다. 이 운동은 나에게 한국인들에 대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나는 광주항쟁의 정신이 정부에 의해서 잊혀지고 있음을 느낀다. 한국 정부가 광주민주화운동을 기억하고 에너지 미래에 관한 열린 토론을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 이성과 민주주의, 시민권이 한국에서 승리하고 나의 동료들이 곧 다시 한국을 방문해 이들의 목소리가 존중될 수 있기를 바란다.

 

글: 쿠미 나이두 사무총장 /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2012년 4월 4일자 한겨레신문에 실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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