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자 이야기: 명동 한가운데서 만든 변화

Feature Story - 2013-07-04
그린피스는 23일부터 고리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부산시의 미흡한 방재대책을 개선시키기 위해 서명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더불어 곧 방문하는 레인보우 워리어의 오픈보트 행사를 알리기도 했습니다. 저는 원전의 불량부품 소식을 접하며 원전사고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이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자원봉사자 이은정님

그린피스는 23일부터 고리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부산시의 미흡한 방재대책을 개선시키기 위해 서명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더불어 곧 방문하는 레인보우 워리어의 오픈보트 행사를 알리기도 했습니다. 저는 원전의 불량부품 소식을 접하며 원전사고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이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활동을 시작한 장소는 명동이었습니다. 한낮의 기온이 30도를 넘어가는 무더운 날씨였지만, 주말이어서 그런지 거리는 사람들로 넘쳐났습니다. 명동예술극장 앞에 간소한 부스를 설치한 후 우리는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거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지만, 모르는 사람을 갑자기 붙잡고 서명을 요청하는 일은 정말 진땀나게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까, 나에게 욕을 하면 어쩌나 수많은 고민들을 하며 20분간 영화관 앞을 서성이다가, 마침내 젊은 남성에게 말을 걸어 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그린피스..” 그 남성분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외면하며 지나가버렸습니다. 소심한 저는 잠깐 좌절했지만, 태연한 척 하며 다른 시민들에게도 말을 걸었습니다.

몇 번의 거절 끝에 마침내 젊은 여대생이 “무슨 내용인데요?”라며 관심을 보였습니다. 처음으로 서명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얼굴이 벌개진 채 열심히 설명을 했습니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며 흔쾌히 서명해주었고, 저는 신이 나서 더 열심히 서명을 받았습니다. 더위와 갈증 때문에 몸은 쉽게 지치고 땀이 흥건했지만, 그래도 힘을 내어 다시 거리로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점점 쌓이는 서명용지 덕분이었습니다.

저는 주말 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평일에도 시간을 내어 각각 3시간씩 더 활동을 했습니다. 시간이 오후였기 때문에 그렇게 덥지는 않았지만 행인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서명에 참여하는 시민을 만나기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일요일의 기억과 경험을 살려 거리를 여기저기 누비며 홍보를 했습니다. 골목이 많아 헷갈리기 쉬운 명동인데도 어느 거리에 무슨 상점이 있는지까지 훤히 꿰뚫을 수 있을 정도로 돌아다니고 나면, 안전을 원하는 서명용지들이 가득했습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명동에서 며칠간 봉사활동을 하면서, 저를 가장 뿌듯하게 했던 것은 서명 용지처럼 조금씩 늘어가는 사람들의 관심이었습니다. 잠깐의 1분이, 한 개인의 참여가 모여 거대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는 것 같았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관심은 그 어떠한 위기도 두렵지 않게 만드는 버팀목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정부도 미디어도 아닌, 그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구하는 시민 개개인의 목소리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번 활동으로 자원봉사자로서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다시 깨닫을 수 있었습니다. 서명을 거절당할 때, 처음에는 모두의 안전과 관련된 일인데 사람들이 관심조차 가져주지 않는 상황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제가 더 적극적으로 다가설 때 서명운동의 내용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본 후 서명에 응하고는 했습니다. 저와 같은 자원봉사자가 사람들의 인식까지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봉사에 임했던 것 같습니다.

단기간의 봉사활동이었지만, 한층 더 성장하고 배울 수 있는 경험이었기에 정말 값진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서명운동과 오픈보트 행사는 일시적일지라도, 환경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은 지속될 수 있도록 시민들 스스로와 그린피스, 그리고 봉사자들의 열정이 앞으로도 계속 필요할 것같습니다.

 

글: 자원봉사자 이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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