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원전 고리1호기 재가동의 불편한 진실 | 그린피스

노후원전 고리1호기 재가동의 불편한 진실

Feature Story - 2013-10-01
위조부품과 시험성적서 위조로 얼룩졌던 고리 원전 1호기가 30일 사실상 재가동에 들어갔다. 지난 4월 계획예방정비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공약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마치지 않은 노후 원전이라는 점에서 이번 재가동은 국민의 안전보다 기업의 이익에 충실하겠다는 국가적 의지를 제대로 확인시켜줬다.

위조부품과 시험성적서 위조로 얼룩졌던 고리 원전 1호기가 30일 사실상 재가동에 들어갔다. 지난 4월 계획예방정비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공약한 ‘스트레스 테스트’(원전이 얼마나 외부 스트레스를 잘 견디는가에 대한 내구성 점검)를 마치지 않은 노후 원전이라는 점에서 이번 재가동은 국민의 안전보다 기업의 이익에 충실하겠다는 국가적 의지를 제대로 확인시켜줬다.

국내 가장 오래된 고리 원전은 1978년 가동을 시작, 2007년 이미 수명을 다했지만 정부 승인을 받아 수명을 연장해왔다. 더군다나 이 원전은 가동이래 여태까지 사고고장횟수만 129번에 달할 뿐 아니라 불량부품이나 마약사건, 뇌물사건 등도 끊이지 않았다. 이런 고리 1호기에 올해 4월부터 약 160일간 계획예방정비라는 명목 하에 들어간 비용은 1930억 원. 지난 2007년 10년짜리 수명연장에 필요했던 부품교체에 지출한 약560억 원보다 무려 3.5배나 더 많다.

그렇다면 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이렇게 수명이 끝난데다 고장까지 잦은 원전에 집착하는 것일까?

우선 원전사업자 입장에서 새로운 원전을 짓기보다 지어놓은 원전을 고쳐 계속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원전 한기 당 3조원이 드는 데 비해, 기존 원전의 노후 부품을 교체하는 것은 몇 천 억원 수준이다. 또 원전 한 기를 새로 짓기 위해 필요한 절차와 기간을 따져 봐도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사업자인 한수원에는 유리할 수밖에 없다.

수명이 다했는데도 고리 원전 1호기를 당장 닫지 못하는 것은 폐로에 대한 선례가 없기 때문도 크다. 2003년 정부는 원전 해체에 드는 비용으로 3,521억 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은 6,033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단순히 물가 상승이라 보기에는 너무도 큰 변화다. 이는 폐로에 대한 방법과 기간 등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음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근거로, 여기에 핵폐기물 저장소까지 마땅치 않음을 고려하면 정부가 섣불리 폐로를 결정하기란 어려운 상황임을 짐작할 수 있다.

또 “원전을 줄이면 전력난이 심각해 질 것이다”는 일부 여론도 한수원이 수월하게 원전의 수명연장을 정당화하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마지막부터 반박해보자. 고리 원전 1호기가 문을 닫으면 과연 전기가 부족할까. 이에 대해 한수원이 말하지 않는 사실이 하나 있다. 고리 1호기가 우리나라 총 전기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불과 1%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제원자 력기 구(IAEA)에 따르면 2012년 국내 전력생산량은 472,650GW/h였고, 최대 출력치를 보인 2010년 고리 1호기의 전력 생산량은 4903GW/h이었다.

그렇다면 1%의 전기 생산을 위해 우리는 수 천 억 원의 비용을 들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면서까지 이를 가동해야 하는 것인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원자력진 흥사 업을 맡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이 국민에게 반드시 설명해야 하는 부분이다.

두 번째, 노후 원전이 과연 경제적인가 하는 문제이다. 2년 전부터 지금까지 그 고통이 이어지는 후쿠시마 사태에서도 보듯이 한 번 원전 사고가 나면 그 후 처리에 드는 비용은 가히 천문학적이다. 일본의 경우, 제염복구 작업 에만 5.81조엔(한화로 약 64조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더구나 시민들이 겪는 유·무형의 피해까지 감안하면 총액을 가늠조차 할 수 없다.

사실 고리 원전 1호기에서 사고가 나면 후쿠시마보다 더 큰 참사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고리 원전 반경 30km 내 거주민이 부산 시민을 포함 무려 340만 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번 재가동에서 원전규제와 국민안전을 책임지는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시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당초 원안위는 주민들의 승인을 받겠다고 했지만 지난 27일 이뤄진 주민설명회는 사실상 통보 수준에 불과했다. 이번 재가동에서 이들의 역할은 한수원의 점검서 항목을 단순 채점하는 것에 불과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노후 원전의 연장운전 허가를 엄격히 제한하고 수명이 다한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 원전의 폐기도 EU방식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스트레스 테스트가 진행 중인데도 불구하고 국민의 의견은 무시한 채 내린 이번 재가동 승인은 무슨 근거로,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진지하게 되묻고 싶다. 더불어 원안위는 원전의 안전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단순한 허가가 아닌 규제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다해주기를 바란다.

 

글: 서형림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2013년 10월 1일, 경향신문 오피니언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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