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이너의 목소리] 후쿠시마 원전 연료봉 제거, 긴장되는 현실

Feature Story - 2013-11-25
지난 11월 18일 일본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원전 4호기의 ‘사용 후 핵연료’ 저장 수조에 별도로 보관 중이던 연료봉을 제거하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4호기 저장 수조에 있는 핵 연료봉은 약 1,533개. 첫날 4개의 연료봉을 제거한 도쿄전력은 2014년 말까지 해당 작업을 계속해나간다는 계획입니다.

지난 7월, 원전비상투어 중 부산 고리원전 근처에서 '체르노빌, 후쿠시마, 부산?' 배너를 펼친 레인보우 워리어 호

지난 11월 18일 일본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원전 4호기의 ‘사용 후 핵연료’ 저장 수조에 별도로 보관 중이던 연료봉을 제거하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4호기 저장 수조에 있는 핵 연료봉은 약 1,533개. 첫날 4개의 연료봉을 제거한 도쿄전력은 2014년 말까지 해당 작업을 계속해나간다는 계획입니다.

후쿠시마 사고 당시 4호기는 정기검사를 위해 멈춘 상태였기 때문에 1~3호기와 같은 노심용융(멜트다운)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하부구조에 심각한 손상을 입어 국제 사회가 또다른 재앙 발생을 우려해 온 원자로이기도 합니다. 도쿄전력은 지금까지 저장 수조 안에 있는 일부 핵연료봉들의 손상 가능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일본 언론에 의해1호기 70개, 2호기 3개, 3호기 4개, 4호기 3개가 대지진 이전에 이미 손상돼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카즈에 스즈키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이번 작업에 대해 “도쿄 전력은 방사능 오염수 저장 탱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로 흘려 보내고 있다”며 “과연 중대한 위험이 내포돼 있는 핵연료봉 제거 작업을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도쿄전력이 진행하고 있는 작업은 인류 역사상 전례가 없는 작업입니다. 구조물 손상으로 인해 여전히 불안한 상태에서 1,500여 개나 되는 핵연료봉을 수조에서 제거하는 작업은 극도로 위험합니다. 만약 운반과정에서 실수를 하거나, 지진 발생으로 핵연료봉이 떨어지는 불상사가 발생하면 엄청난 양의 방사능 물질이 대기 중으로 노출되는 대참사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저명한 캐나다 과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데이비드 스즈키 박사는 “지진으로 4호기가 다시 한 번 손상을 입으면 일본은 존폐 기로에 서게 되며, 미국 서부 해안 사람들도 대피해야 할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후쿠시마는 인류와 지구가 가까운 미래에 직면할 수 있는 최대의 위협입니다. 만약 규모 7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4호기 건물은 무너질 것이고, 지옥과 같은 상황이 펼쳐질 것입니다. 그런데 앞으로 3년간 그러한 대지진이 발생할 확률은 95%가 넘습니다.

후쿠시마 참사를 겪고 여전히 사고 수습 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일본을 보면서 한국의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해서도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원전은 ‘화장실 없는 아파트’라고 불리는 것처럼 어떻게 운영하는 지와 상관없이 태생적으로 핵폐기물을 양산합니다. 이러한 핵폐기물들은 수십만년 혹은 수백만년을 관리해야 합니다. 이번 후쿠시마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와 같은 고준위 폐기물들은 세계 어느 나라도 아직까지 효과적인 처리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현재 23개의 원전이 운영 중이고, 5개의 원전이 건설 중인 가운데 정부는 앞으로 10개 혹은 그 이상의 원전을 더 지으려 하고 있습니다. 매년 약 700톤의 고준위 핵폐기물 즉 사용후 핵연료를 발생시키고 있으며, 지금까지 각각 발전소 부지에서 임시적으로 저장되고 있는 누적량은 무려 총 12,780톤에 이릅니다. 2016년부터 각각의 부지의 임시저장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개선된 기술을 활용하더라도 2024년에는 대안이 없는 실정입니다. 정부가 지난 35년간 핵폐기물 처리에 대한 답도 없이 원전을 운영해 온 것은 정말 무책임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원자력발전은 후쿠시마에서 다시 증명 되었듯이 결코 안전하지 않으며 경제적이지도 않습니다. 올해 한국의 원전 역시 불량 케이블 문제로 중단되어 막대한 경제적(5조 원), 사회적 피해를 입힌 바 있습니다.

대형 원전 사고는 한국에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사고가 나면 한국은 역사상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사고 없이 운영하더라도 수백년간 핵폐기물을 관리해야 합니다. 다른 많은 국가들처럼 이제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가야 합니다.

장다울 기후에너지 선임 캠페이너

캠페이너의 목소리 by 장다울

기후에너지 선임 캠페이너
Senior Climate & Energy Campaigner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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