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이너의 목소리] 탈핵, 원전 사고 최상의 대비책

Feature Story - 2013-12-17
저는 지난 13일에 열린 ‘원전사고 비상계획구역 어떻게 할 것인가’ 국회 토론회에 공동주최단체 및 토론자로 참석했습니다. 그린피스 캠페이너로서 저는 그 자리에서 한국 원자력발전 현황의 특수성과 사회적 맥락을 먼저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지난 13일에 열린 ‘원전사고 비상계획구역 어떻게 할 것인가’ 국회 토론회에 공동주최단체 및 토론자로 참석했습니다. 비상계획구역이란 후쿠시마처럼 방사능 누출사고가 날 경우, 원전 인근 주민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비상대책이 신속하고 집중적으로 실시될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해놓은 지역입니다.

그린피스는 이미 지난 여름, 비상계획구역 확대를 비롯한 현실적인 방사능 방재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방사능 방재계획 2013: 한국은 준비되지 않았다’ 보고서를 발표하고, 부산 광안대교 위에서 52시간 동안 비폭력 시위를 하기도 했습니다. 시민들의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 정부의 미흡한 방재대책에 비판과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러한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참가한 이번 토론회는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연구 결과를 점검하고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린피스 캠페이너로서 저는 그 자리에서 한국 원자력발전 현황의 특수성과 사회적 맥락을 먼저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를 반영해야만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관련 법 개편이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원전 사고 확률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높습니다. 다음과 같은 여러 요인들 때문입니다.

1) 세계 4위의 원전 운영국, 2) 원전 노후화, 3) 높은 가동률, 4) 정비기간 단축, 5) 현장 인원 감축, 6) 끊임 없는 원전 비리, 7) 낮은 원전 안전 문화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만약 사고가 발생한다면, 그 피해 역시 다른 국가들에 비해 높을 수 밖에 없는 이유들도 있습니다.


 8) 세계 1위의 원전 밀집도, 9)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전 부지 하나에 원자로를 10기 이상 배치, 10) 발전 용량 대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전 인근 주민 수 (고리 반경 30km만 343만)

원전 사고의 확률이 높고, 만약의 사고 시 그 피해가 사상 최대가 될 것이며, 다양한 형태의 광범위한 원전비리에 안전 문화까지 결여돼 있다면, 사고에 대한 대비도 다른 국가들에 비해 훨씬 더 보수적이고 철저해야 합니다.

그러나 토론회에서 원전안전기술원 측은 현재 8-10km인 비상계획구역을 주민보호조치구역으로 이름을 바꾼 후 최대 30km까지 구역별로 예방, 준비, 감시구역으로 나눠 관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결코 그것이 더 보수적이고 철저한 조치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적어도 30km를 모두 우선보호계획구역으로, 전 국토를 감시구역으로 설정해야 한국 현실에 맞는 개편이 될 것입니다.

공학적 연구결과로만 원전 사고에 대한 모든 대비책을 결정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의 삶과 건강에 즉결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토론회 당일도 전문적인 용어의 범람 속에 쟁점별로 효과적인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보면서 이 문제의 실질적인 결정권자가 빠졌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바로 원전 사고의 직접적 피해를 입는 원전 인근 주민입니다.

‘원전 사고에 가장 좋은 대비책’은 과연 무엇일까요? 바로 ‘탈핵’입니다. 핵에너지가 우리 곁에 있는 한 사고에 대비한 현실적인 대응책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이를 철저히 한다 하더라도 사고의 가능성을 제로로 만드는 ‘탈핵’보다 나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현재 비상계획구역 확대를 논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단계적 탈핵을 위한 과정 가운데 필요한 일입니다.

마침 토론회 자리에는 신규 원전부지로 지정된 삼척시 지역구 이이재 국회의원이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했습니다. 만약 삼척에까지 원전을 지으면 우리는 최소 70년 이상 사고에 대한 우려를 놓을 수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당장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단계적 탈핵과정에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만 머물러선 안됩니다.

이미 많은 국가에서 에너지 효율 증가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탈핵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미래세대에 원전 사고의 위험을 전가하지 않는 에너지 혁명. 시민들의 요구와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장다울 기후에너지 선임 캠페이너

캠페이너의 목소리 by 장다울

기후에너지 선임 캠페이너
Senior Climate & Energy Campaigner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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