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불감증 사회, 원전 안전과 진흥 무엇이 먼저인가

Feature Story - 2014-04-25
시민의 안전보다는 수출에, 재난 방지보다는 홍보에만 집중하는 산업부와 원전업계. 뼈아픈 자성과 실질적 자구의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 한 시민의 안전과 재산은 앞으로도 보호받기 어렵습니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아기와 대피해 있는 한 어머니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겨있습니다. 저는 이 비극적 사고를 바라보면서 3년 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떠올렸습니다. 잦은 지진 등을 겪으며 재난대응체계가 어느 나라보다 잘 갖춰져 있다는 일본이었습니다. 하지만 사고 뒤 정부의 초기 대처는 미흡하기 짝이 없었고,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으며, 국민들은 속절없이 피폭 등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후 일본 국회의 ‘후쿠시마사고조사위원회’는 “정부와 원전업계, 규제기관의 결탁이 사고의 중요한 원인이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로써 천재(天災)가 아니라 인재(人災)였다”는 점이 더욱 명확해졌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각계에서 안전문화의 부재와 정부의 허술한 재난관리시스템을 지적하는 가운데, ‘만약 이 같은 사고가 우리나라에서 일어난다면’이라는 가정을 하니 눈앞이 깜깜했습니다.

모든 여론이 ‘세월호’에 쏠린 사이, 지난 16~18일 부산에서는 ‘2014 부산국제원자력산업전’이 열렸습니다. 국내외 원자력 산업계가 다수 참가하는 이 행사는 원전의 해외 수출을 그 목적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조석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은 첫날 열린 한국원자력연차대회에서 “달라진 시대정신에 따라 원자력도 경제성과 효율성 대신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인 17일, 이 말을 무색하게 하는 일들이 줄줄이 터졌습니다. 먼저 국내 원전 운영을 전담하는 공기업인 한수원의 이청구 부사장의 구속되었습니다. 언론에 따르면 이 부사장은 심지어 원전 비리를 척결하고자 발탁된 인물이었습니다. 같은 날, 한수원은 작년 말 터빈발전기 고장으로 정지했던 고리 1호기를 재가동했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노후한 고리 1호기는 이미 30년 수명을 넘기고 7년째 연장 운영 중입니다.

국민 앞에서는 신뢰를 얻기 위해 안전을 강화하겠다 말하지만, 정작 뒤에서는 세계 시장에서 쇠락해가는 원전을 수출하고, 홍보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음을 그대로 드러낸 꼴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원전규제의 일부 권한을 ‘원전 마피아’의 일부로 밝혀진 산업자원부에 주려는 법률도 지금 국회에서 통과되려 합니다. IAEA조차 권고하는 원전 운영과 규제 분리의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조치를 보고 과연 누가 원전 비리의 개선책이라고 말할까요? 특히나 산업부와 한전 등 공기업 최고위직이 비리에 연루돼 실형까지 받은 현 상황에서 말입니다.

게다가 정부는 원전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방재환경기반구축 예산을 전년 대비 14.2% 줄여 44억원으로 확정했습니다. 반면 원자력 홍보를 담당하는 한국원자력문화재단에 편성된 금액은 57억원에 달합니다. 재난 방지보다 홍보에 더 많은 돈을 쏟아 붓고 있는 셈입니다.

그린피스는 지난해 <방사능 방재계획 2013: 한국은 준비되지 않았다> 보고서를 내고, 만일에 있을 원전사고에 대비해 적절한 방재계획을 마련할 것을 정부에 요구해왔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오래된 고리 원전에서 사고가 난다면, 30km 반경 이내에 거주하고 있어 직접적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시민만 340만명이 넘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방호약품이나 비상계획구역의 확대 등 방재대책 개선에 소극적입니다. 이번 세월호 비극에서도 보듯이 재난에 대비한 예방 및 대응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시민의 안전보다는 수출에, 재난 방지보다는 홍보에만 집중하는 산업부와 원전업계. 뼈아픈 자성과 실질적 자구의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 한 시민의 안전과 재산은 앞으로도 보호받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과거를 교훈 삼아 엄격한 규제와 안전 강화를 원전 정책의 최우선으로 삼고, 단계적 탈핵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결국 탈핵만이 위험한 원전에서 시민들을 완전하게 보호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글: 장다울 기후에너지 선임 캠페이너 / 그린피스 서울 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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