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 Story - 2014-06-20
지난 1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위험한 거래, 대한민국 원전은 안전한가?’를 주제로 원전 마피아의 실체와 원전비리가 형성되는 구조적 원인을 분석해서 보여줬다.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원전 운영을 담당하는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의 전 사장,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의 차관까지 비리에 연루되어 이미 200명이 넘게 기소되었는데, 전 한수원 직원에 따르면 이조차 "1/10도 아니" 란다. 하긴, 원전 비리 척결을 위해 올해 1월 임명된 이청구 한수원 부사장 역시 “청렴해서 뽑혔다”는 평가가 무색하게 지난 5월 1일 납품비리 혐의로 구속기소 되지 않았던가. 정말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라는 영화 광고 문구가 떠오른다.
문제는 개혁을 하겠다는 사람들의 개혁 대상이 바로 그 자신들이라는 데에 있다. 현재 한수원 개혁을 이끌고 있는 조석 한수원 사장의 취임 당시 "원전비리가 더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꼬리 자르기 차원에서 조 사장을 임명했다."는 설이 산업부 주변에서 회자된 바 있다. 이는 조 사장 역시 산업부 차관 시절 한국원전수출산업협회 신년인사회에서 다음과 같은 발언으로 원전 마피아의 일원이라는 것을 셀프 인증했다는 논란을 빚었기 때문이다.
“월성 1호기 수명 연장해야 될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 원자력계가 일하는 방식 있지 않습니까? (수명연장) 허가가 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돈부터 우선 집어넣지 않습니까? 한 7천억 들어갔나요? 그리고 나서 허가 안 내주면 7천억 날리니까 안 내주면 큰일 난다고 그러지. 실제로 큰 일 나죠. 만약에 수명 연장 못해보십시오. 관계되는 분 중에서 연말 즈음에는 집에 가서 애기 봐야 될 분들 계실 걸요?”
혈세 수천억 원을 미리 투입하는 “우리 원자력계”의 관행적인 전략으로 원전 수명 연장을 관철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던 그가 이제는 “거문고의 줄을 바꾸어 매는 ‘해현경장(解弦更張)’ 의 각오로” 원전 개혁을 이끈단다. 대표적인 관피아로 거론되는 그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현재 국회에는 산업부의 원자력사업자 관리감독 권한을 강화하는 법안이 원전 비리 개혁을 위한 해결책으로 제출되어 있다. 원전 비리의 한 축인 산업부에, 그 부처 차관 출신이 장으로 있는 한수원의 개혁을 맡긴다는 발상에서 진정한 의지를 느낄 수 있는가? 비리 연루의 책임을 물어 산업부를 해체할 것이 아니라면 관리감독권은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에게 주어지는 것이 맞다. 진흥과 규제의 분리는 전세계 원전 운영국들이 가장 기본으로 지키는 원칙이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다시 한 번 노후원전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 역시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끼리끼리 서로 봐주고, 눈감아 주는 민관유착의 고리”를 반드시 끊어 내겠다고 말한 바 있다. 뫼비우스의 띠 같은 그 부패의 고리를, 어디서부터 끊을 것인가? 대통령의 공언이 허언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근본적이고 강력한 개혁이 필요하다.
캠페이너의 목소리 by 장다울
기후에너지 선임 캠페이너 Senior Climate & Energy Campaigner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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