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이너의 목소리] 그 옛날 원전을 배웠던 도시에서 오늘의 탈핵을 논하다 | 그린피스

[캠페이너의 목소리] 그 옛날 원전을 배웠던 도시에서 오늘의 탈핵을 논하다

그린피스 탈핵 캠페이너 연간 회의에 다녀와서

Feature Story - 2014-07-18
지난 7월 9일부터 3일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전 세계 그린피스 탈핵 캠페이너들의 연간 회의에 다녀왔습니다. 더 이상 환경 문제에 국경이 의미 없는 시대에,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그에 대한 대응도 국가를 초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전세계 각 국의 사무소들이 그린피스라는 하나의 정체성 아래 함께 고민하고 전략을 수립해 캠페인을 진행하지요.

참석자의 절반은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지만, 핵발전 없는 안전한 세상을 위한 캠페이너라는 동질감으로 순식간에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이십 년이 넘도록 승진도 하지 않은 채 전 지구적 탈핵에 힘써온, 여전히 실력도 열정도 쟁쟁한 선배 캠페이너들과의 만남은 저에게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그 중 자그마치 35년을 탈핵에 몰두해 온 스코틀랜드 출신 숀 버니(Shaun Burnie)와의 만남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최근 미국 버몬트 양키 핵발전소를 폐쇄시킨 경험을 비롯, 한국에서 겪은 안기부 요원들과의 해프닝 등 끊임없이 이어지는 숀의 에피소드는 가히 탈핵의 현대사라 할 만했습니다. 특히, 1994년 한국 원전 지역 순회 당시 느낀 시민들의 에너지가 엄청났다고 이야기하면서 이러한 시민들의 힘으로 한국 탈핵이 생각보다 빠른 시기에 달성될 것이라는 기분 좋은 전망을 해주더군요. 숀을 보면서 저렇게 수십 년 간 지치지 않고 탈핵 캠페이너로 일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3일 내내 각 국가 캠페이너들이 각 국의 핵발전 산업 현황을 공유하고 또 탈핵 캠페인 성공 스토리를 나눴습니다. 다른 나라의 이야기를 들으며 좀 더 시야를 넓히니, 한국 언론이 말하는 핵발전 산업의 장미빛 현황이 얼마나 거짓말인지 더욱 또렷하게 보였습니다. 특히 최근 미국, 캐나다, 프랑스의 경우처럼 고무적인 성공 스토리를 들을 땐 한국 탈핵에도 더 희망을 가지게 되었지요. 

저 역시 한국 핵발전 산업 현황과 전망을 발표했는데, 탈핵을 위해 산전수전 다 겪은 캠페이너들이 듣기에도 한국의 현황과 후쿠시마 이후에도 변함 없이 공격적인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은 매우 충격적인 모양이었습니다. 특히나 한 부지에 전 세계에 유례 없이10기 이상의 원자로를 밀집 시키게 되는 고리 원전, 또 그 원전이 인구 3백만이 넘는 도시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다들 믿기 어렵다고까지 했습니다. 부산과 울산에 위치한 고리 핵발전소는, 전세계 어느 나라의 상식으로 봐도 정말 현 정부에서 흔히 쓰는 표현을 빌리자면 '비정상'적인 상황입니다.

10년 뒤를 한 번 상상해 보았습니다. 핵발전이 명백하게 쇠락해가는 미국과 유럽의 상황과 반대로 점점 심각해져가는 러시아, 인도, 중국, 한국의 오늘을 볼 때, 어쩌면 10년 뒤 똑같은 미팅에는 북미와 유럽 캠페이너들이 모두 사라지고 저와 중국, 인도, 러시아 캠페이너들만 남아서 서로 머리를 싸매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재미있게도 인도에서 온 동료도 같은 생각을 했답니다. 마지막 날, 그와 자전거로 파리 시내를 돌아보고 저녁에 맥주 잔을 부딪치며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더 열심히 캠페인을 펼쳐 보자”고 서로를 격려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프랑스에 ‘탈핵 캠페이너’로 온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원전과의 대를 잇는 인연 때문이지요. 제가 아기였을 때 , 제 아버지는 원전 관련 기술을 배우러 프랑스에 몇 개월 출장을 오신 적이 있습니다. 화상 통화도 없고 해외 통화도 비싸던 시절, 어머니가 보내 준 카세트 테이프 속 제 목소리로 그리움을 달래셨다는 얘기를 아버지는 가끔 하셨습니다. 아버지께서 그렇게 배운 기술로 세운 한국 핵 발전소를, 이제 그 아들이 닫겠다고 같은 곳에 와 있으니 세상사가 참 아이러니지요. 연구자를 파견하며 한국이 그렇게 따라가고 싶어했던 프랑스는 이미 점진적으로 핵발전소 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선회 중입니다. 

탈핵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원전 연구자셨던 제 아버지 역시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생각이 많이 바뀌셨고, 단계적 탈핵을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올바른 흐름으로 생각하시고 계십니다. 그린피스는 지구상 마지막 원전이 문을 닫는 날까지, 핵 없는 세상을 위한 캠페인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

No Nukes in Korea, East Asia, and in the World!!!

장다울 기후에너지 선임 캠페이너

캠페이너의 목소리 by 장다울

기후에너지 선임 캠페이너
Senior Climate & Energy Campaigner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카테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