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직 장관님, 더 구체적인 답변을 부탁드립니다.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한 그린피스의 두번째 서한

Feature Story - 2015-08-05
그린피스는 지난 15일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주제로 산업통산자원부 윤상직 장관에게 질문이 담긴 편지를 보냈었고, 발송 일주일 뒤 답변을 받았습니다. 적어도 소통에 대한 의지가 엿보여 고무적인 일이지만, 내용은 여전히 실망스러웠습니다. 이에 조금 더 구체적인 답변을 요청하는 두번째 서한을 발송합니다.

정부가 얼마 전 발표한 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여러 면에서 실망스러웠습니다. 향후 15년간 대한민국의 전력 정책을 결정하는 중대한 계획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논의된 결과라 믿기 어려웠습니다. 시민과의 소통은 “요식행위”격인 두 번의 공청회가 전부였습니다. 시민사회의 우려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린피스는 산업통산자원부 장관과의 대화를 시도해보기로 했습니다.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해결책을 찾고 싶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홈페이지에 마련된 장관과의 대화 코너를 통해, 서한을 전달했습니다.

놀랍게도, 일주일 만에 답변이 왔습니다. 물론 그 내용은 여전히 실망스러웠지만, 적어도 소통에 대한 의지가 엿보여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건설적 논의가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2번째 서신을 발송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통해, 시민 사회의 목소리가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첫 답변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주장의 구체적인 근거가 빈약하다는 점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인 답변을 요청하기 위해, 저희가 보내는 이번 서한은 조금 더 어려워졌고 분량도 조금 더 길어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의 문제 의식을 공유할 수 있길 바랍니다.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는 저희의 노력을 계속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다음은 그린피스가 산업부 윤상직 장관님께 보낸 두번째 편지 전문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입니다.

최근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관련하여 산업통상자원부 홈페이지를 통해 질의 드린 내용에 대한 답변 잘 받았습니다.[1] 무엇보다, 소통의 의지를 엿볼 수 있어서 저희들은 매우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 당면한 여러 문제들을 해결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저희가 제기한 문제점에 대한 산업부의 답변과 그 근거가 다소 불충분하여 추가적으로 질문을 드립니다. 이번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기대하겠습니다.

1. 전력 수요 예측 및 수요 관리

그린피스는 전력 소비 증가세에 대한 예측과 해결책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산업부의 답변은 최근 몇 년간의 전력수요 패턴만 보고 계속해서 전력 수요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속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박했습니다. 더불어 이번 계획에는 전기요금 정상화 노력 및 수요관리 계획이 충분히 반영되어 있다고 답변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궁금한 사항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에너지경제연구원 김철현 부연구위원은 2014년 10월 “에너지 수급 브리프”에서 2010년대 들어 보인 국내 전력수요 증가세 둔화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인 변화로 판단되며 따라서 전력수요 예측 담당자와 정부는 관련 정책 의사결정에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이 제기한 분석 근거에 대한 산업부의 구체적인 반론을 듣고 싶습니다.
  • 수요 관리 측면에서, 가장 큰 문제는 낮은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와 이로 인한 전기화(電氣化)와 입니다. 산업부 역시 상위계획인 제2차 에너기본계획에서 전기화가 “심각한 문제점”을 초래한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으며, 전기요금의 가격기능 회복을 위해서 “원가에 크게 미달하고 사용량이 많은 산업용 전력 중심으로 조정”을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번 계획에서, 전기요금을 적정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는데, 그렇다면 이번 계획이 유효한 향후 15년간의 물가 상승률을 어떻게 예측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주택용, 일반용, 산업용 전기요금의 명목 및 실질 연평균 증가율을 어느 정도로 예측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알고 싶습니다. 특히, 2029년까지 전기화의 주된 요인인 산업용 전력 요금을 어떻게 관리할 예정인지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듣고 싶습니다. 또한, 전기요금을 적정수준으로 조정하여 수요를 관리하겠다는 입장과 모순되게, 전력 수요가 증가하는 여름철을 앞두고 최근 주택용 및 산업용 전기요금을 오히려 인하하는 정책(지난 6월 21일)을 추진한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 서울시는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을 통해 지난 2년간 전력소비를 감소시켜 전력 자립도를 4.7%(2011년 2.95%)로 끌어 올렸고, 2020년까지 이 수치를 20%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밝혔습니다. 경기도는 지난 6월 25일 “경기도 에너지 비전 2030” 선포식에서 “에너지 자립선언”을 하며 전력 자립도를 2030년 70%까지 높여 원전 7기를 대체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충청남도 역시 “2020 충남도 지역에너지 계획”에서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이용 합리화를 통해 석탄화력발전소 3.3기에서 연간 생산하는 전력만큼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렇게 지방자치단체에서 적극적으로 에너지 수요를 감축하고 있는 것이 산업부의 7차 전기본 수요 예측 및 관리 정책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구체적인 답변을 부탁 드립니다.


2.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의 사회적∙경제적 비용

원전 확대 정책에 대한 그린피스의 우려에 대해, 산업부는 국가 에너지 수급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적정수준의 원전 비중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답변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여러 정부기관의 자료[2]에 따르면, 전력 생산 과정에서 유발되는 사회적 갈등 비용을 포함한 환경․사회적 비용 등이 정책 결정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계획 수립에 있어서, 원전과 석탄화력 발전의 사회적∙경제적 비용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산출하였고, 그 결과는 어떻게 나왔으며, 이를 전원별 적정 믹스에 어떻게 반영하였는지 구체적인 근거와 이에 대한 자료를 요청합니다.

 

3. 다수호기 원전 부지 위험성

그린피스는 다수의 원전이 한 곳의 부지에 밀집될 경우 그 위험성이 가중된다고 지적했지만[3], 산업부는 사고확률이 증가한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한 부지에 여러 개의 원자로가 밀집해 있으면 있을수록, 해당 부지에서 사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상식입니다. 쓰나미, 지진, 강풍 등과 같은 자연 재해나 테러 등과 같은 인위적 사고를 포함하여 하나의 공통 원인에 의해서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다수의 원전이 밀집되어 있을 때 그 피해가 더욱 가중될 수 있음은 너무도 자명합니다. 설비 규모가 클 수록, 주변 인구가 많을 수록 그 피해가 더 클 수 있다는 것 역시 상식적인 유추가 가능합니다.

또한 답변에서 언급한 프랑스와 캐나다는 한국과 상황이 다릅니다. 프랑스는 19개 부지 중 단 한 곳의 부지만 6기의 원자로를 운영하고 있으며 다른 모든 부지는 모두 4기 이하입니다. 캐나다는 한 곳의 부지에서 8기의 원자로를, 다른 한 곳의 부지에서 6기의 원자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국내 원전 주변에는 많은 인구가 살고 있고, 국가 경제에 핵심적인 시설들이 위치해 있으므로 다수호기 부지의 위험성에 대한 대비가 어느 나라보다 중요합니다. 이와 관련해 저희가 궁금한 사항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이미 전세계는 다수호기 부지의 가중되는 사고 위험성에 대해 논의와 연구를 시작했고 일부 국가는 구체적인 대비책도 수립 중입니다.[4] 산업부가 밝힌 “안전 최우선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전 세계에서 가장 밀집되고 최대 규모인 원전 부지를 운영하려는 산업부가 도대체 어떤 근거로 다수 호기 부지의 위험성을 간과하고 있는지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 캐나다는 다른 의미에서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캐나다는 우리 보다 상황이 덜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후쿠시마 사고 이후 시민들과 그린피스를 포함한 시민단체의 요구를 받아 들여 다수호기 부지의 위험성에 대한 안전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달링턴 신규 원전의 경우 다수호기 부지의 환경영향평가의 미흡 등을 이후로 신규 원전의 부지 조성 허가를 보류한 바 있으며, 기존 원전인 피커링 원전의 운영허가 갱신과정에서도 다수호기 확률론적안전성평가 방법론 개발을 갱신의 조건으로 삼은 바 있습니다. 다수호기 부지의 가중되는 위험성에 대한 평가를 원자력 안전 규제체계에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나 시민 및 시민사회의 참여를 통해 가중되는 위험성에 대한 평가 방법론을 개발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한, 산업부의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4. 석탄화력발전소 증설의 문제점과 기후변화 대응

산업부는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비중을 줄여가겠다고는 했지만, 여전히 11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건설 중이며 추가로 9기에 대한 건설 계획이 진행 중입니다. 석탄화력발전은 “2014년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에 따른 온실가스배출량 비중의 1위를 차지하는 온실가스 배출원입니다. 정부 계획대로 9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신규로 증설되면, 연간 4천 6백만톤의 온실가스가 추가로 배출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는 현재 정부가 목표하고 있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목표의 절대량인 5억8464만톤의 약 8%에 달하는 양으로 한국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는데 큰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그린피스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 추가적인 답변이 필요한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 석탄화력발전은 지난 서신에서 밝힌 바와 같이 온실가스뿐만 아니라 국민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기오염물질(미세먼지, 초미세먼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도 배출합니다. 이에 대한 고려가 7차 계획에서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구체적인 답변과 자료를 요청합니다.
  •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으로 신규물량을 충당하였다고 답변하였습니다. 하지만 원전 역시 전과정평가(LCA)를 통해 분석해보면 풍력과 태양광 같은 재생가능에너지 보다 킬로와트시당 적게는 1.5배에서 7배의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합니다.[5] 원전의 기후변화 기여도를 산업부에서는 어떤 근거를 바탕으로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 특히, 최근 국제 저널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석탄 및 LNG 발전소의 환경비용이 과소평가되어 발전소 주변의 인구밀도 및 오염물질 증가량을 반영하여 계산 했을 때 보다 각각 23배, 1.5배 낮게 반영되었다고 나타났습니다.[6] 산업부에서 파악하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의 환경비용 산출식과 데이터를 포함한 구체적인 근거를 요청합니다.


5. 재생가능에너지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도국까지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위한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7]에서 15년 후에 설비의 20.1%, 발전량의 11.7%로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한다는 것이 적극적인 목표라는 산업부의 답변은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게다가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정의는 국제사회에서 재생에너지로 인정 받지 못하는 수소에너지, 연료전지, 석탄가스화,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미 2013년 그린피스의 두 번째 “에너지[혁명] 보고서”인 <재생가능에너지 현실화, 기로에 선 한국>을 통해 이러한 한국의 재생에너지 분류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8]) 따라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정의를 적용하면 산업부의 목표는 더욱 미미한 수준이 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추가로 궁금한 사항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2015년부터 2029년까지 IEA 재생가능에너지 정의를 적용한 재생가능에너지 별 확대 목표가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습니다
  • 시장원리를 고려했을 때, 수요가 늘어야 생산이 늘 수 있습니다. 현재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및 대규모 투자를 막고 있는 원인 중의 하나는 개인 및 기업이 재생가능에너지 구매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산업부 차원에서 개인 및 기업이 재생가능에너지 구매를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의 변경을 고려하고 있는 지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또한, 답변에서 언급한 제도적 지원시책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 산업부에서 정책의 근거로 삼고 있는 재생가능에너지 잠재력이 궁금합니다. 재생가능에너지의 이론적, 지리적, 기술적, 시장 잠재량을 어떠한 방법론에 의해 얼만큼으로 파악하고 있는지 가장 최신 자료를 얻고 싶습니다. 또한, 독일 등과 같은 선진국 대비 우리나라의 재생가능에너지 보급여건이 상대적으로 유리하지 않다고 언급했는데, 어떤 보급여건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그 근거는 무엇인지가 궁금합니다.

[1] 7월 15일 민원 접수 / 7월 23일 수신. 신청번호: 1AA-1507-081039, 처리기관 접수번호: 2AA-1507-182426

[2]2014년 3월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발간된 “원자력 발전비용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 2013년 12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발행된 “화석연료 대체에너지원의 환경∙경제성 평가 Ⅰ” 보고서

[3] 한국 4곳의 원전 단지는 모두 규모 면에서 세계 상위 10위에 포함. 7차 계획대로 원전이 증설되면, 한울과 고리 원전은 전세계 187개 원전 단지 중 규모로 1,2위가 되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 곳에 9기 이상의 원자로가 밀집되어 운영 됨.

[4] IAEA에서는 다수호기 부지의 위험성을 논의하는 워크숍을 2012년에 개최. 캐나다 역시 2014년 오타와에서 다수호기 확률론적안전성평가(PSA)에 대한 국제 워크숍을 개최하였고, 한국 역시 참가해서 다수호기 부지의 위험성과 향후 연구 방향을 발표한 바 있음.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012년 “Nuclear Engineering and Technology 저널(Vol.44)”에 등재한 논문(양준언 2012)에서 후쿠시마 사고 이후 개별 원자로에 대해서만 실시되는 기존의 확률론적안전성평가가 다수호기 부지의 위험성에 기반한 시나리오를 매우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린바 있음.

[5] 2008. B. K. Sovacool. Valuing the greenhouse gas emissions from nuclear power: A critical survey. Energy Policy (36)

[6] 2015. Yeo & Kim. Sensitivity of the environmental costs of air pollution caused by SOx, NOx, and PM from power plants applied to the power mix configuration in South Korea. Air Quality, Atmosphere & Health

[7] 2014년 전세계에 추가된 전력 설비용량의 59%가 재생가능에너지였음. 태양광 발전 잠재성이 한국보다 오히려 떨어지는 독일은 이미 2014년 발전량의 27%를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해서 생산하고 있고, 지난 7월 25일에는 일일 전력수요의 78%를 재생가능에너지로 공급하는 새로운 기록을 세우기도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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