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딴 거’ 할 때

Feature Story - 2015-06-15
그린피스의 ‘딴거하자’ 캠페인은 결코 기업을 해코지하려 시작한 게 아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물론이고, 지구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는 아름다운 여정이다.

노동의 종말로 잘 알려진 석학 제러미 리프킨은 최근 저서인 <한계비용 제로 사회>에서 인터넷 기술과 재생에너지가 결합한 새로운 산업혁명을 예고했다. 제3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이 디지털 혁명은 이미 급속도로 진행 중이다.

인터넷이 가장 빠른 나라,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는 정보기술(IT) 분야를 창조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보고, ‘데이터센터 발전법’을 통과시키는 등 이 분야 육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빅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라고 연설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속을 들여다보면 그리 탐탁지 않다.

지난 3일부터 그린피스가 아이티 기업들을 대상으로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화석연료나 위험한 원자력 대신 재생가능에너지를 사용할 것을 요구하는 ‘딴거하자’ 캠페인을 시작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한국에서 경제발전은 개발과 상당 부분 연결된다. 세계는 그러나 개발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새로 쓰고 있다. 더이상 단순한 양적 증대가 아니라 지속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올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릴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의 탄소배출권거래제 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 또 하나의 세계적인 흐름이 있다. 지난 5일 노르웨이 의회는 석탄 관련 사업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에 대해 약 9천억달러(900조원) 국부펀드를 투자하지 않는 데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다. 현재 국부펀드 투자 대상인 한국전력은 석탄에서 40% 가까운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흐름을 보지 못하고 구시대적인 화석연료와 위험한 원전에서 나오는 전기만을 고집하는 기업은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린피스는 한국에서 ‘딴거하자’ 캠페인을 시작했다. 아이티 산업은 기술 집약적이다. 혁신이다. 지속가능성을 고민한다. 특히 인터넷의 발달과 확산으로 아이티 기업들이 마련할 데이터센터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그린피스는 혁신의 아이콘인 아이티 기업들이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에 앞장서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그린피스가 국내 유명 아이티 기업 7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포털기업 네이버를 제외한 모든 기업들은 재생가능에너지 정책을 공개하지 않거나, 제대로 갖고 있지 않았다. 반면 구글, 애플, 페이스북, 이베이, 아마존 등 세계적인 아이티 기업들은 변화하고 있다. 그린피스가 2009년부터 미국에서 ‘쿨 아이티’(Cool IT)라는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지금까지 총 8곳의 아이티 기업이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선언한 것이다. 이후 영국, 일본, 독일, 인도의 통신사업자들도 속속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도 희망의 싹은 있다. 그린피스 ‘딴거하자’ 캠페인이 시작되자, 국내 최대 포털기업 네이버는 한국 최초로, 그리고 아시아 기업 최초로 데이터센터를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이다. 이는 애플, 페이스북, 구글보다도 빠른 결정이었다. 여전히 몇몇 기업들은 그린피스가 매긴 환경 성적표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나는 소비자로서, 그리고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로서 다시 묻고 싶다. “여러분의 기업들이 지구를 살리는 재생가능에너지 가치를 생각하고 진지하게 사용을 고려해 본 적이 있는지.” 있다면 그린피스는 그 비전을 시민들과 나눌 것이다.

그린피스의 ‘딴거하자’ 캠페인은 결코 기업을 해코지하려 시작한 게 아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물론이고, 지구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는 아름다운 여정이다.

 

* 이 글은 6월 15일자 한겨레 칼럼으로 기고된 글입니다.

 

글: 이현숙 /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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