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 지치지 않고 지켜보겠습니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초보 캠페이너의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 방청기

Feature Story - 2016-06-21
지난 6월 1일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 합류한 김미경 캠페이너. 본인의 ‘직함’이 아직은 낯설고 어색하다고 합니다. 아는 것 보다는 배워야 할 것이 많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6월 9일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 참관은 그녀에게 매우 뜻 깊은 기회였습니다. 본인의 직함이 수반한 무게를 느낄 수 있는 첫 경험이었다고 합니다. ‘초보’ 캠페이너의 회의 방청기를 함께 들어 보실까요?

‘탈핵 캠페인을 담당하는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라고 소개하고 나면 아직은 조금 쑥스러운 기분이 듭니다. 6월 1일 캠페이너로 사무실에 출근하기 전까지는, 저는 그저 환경문제에 관심이 조금 많은 ‘일반’ 시민이었습니다.

지난 3월 있었던 핵노잼 페스티벌을 담당했던 김미경 캠페이너

<지난 3월 있었던 후쿠시마 원전 사고 5주기를 기억하는 '핵노잼 페스티벌' OX퀴즈 부스에서 시민들을 맞이하고 있는 김미경 캠페이너> 

‘캠페이너’라는 직함이 주는 특별한 부담

캠페이너가 되었다고 ‘특별한’ 시민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배워가야할 것들에 대한 부담은 제게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특히 ‘원전마피아’들과 치열한 싸움(?)을 위해 관련 지식들을 갈고 닦아야 겠죠. 모두의 안전을 위해!

제 직업과 관련해서, 친구들과 이야기 나눌때, “위험해도 원전은 필요하지 않아?” “우리나라에는 대안이 없잖아” 혹은 “원전 문제는 나랑은 상관 없어” 라는 반응을 들으면, 답답한 마음이 듭니다. ‘원전의 위험성을 알지만 필요악이라고 반응하는 가까운 사람들의 생각도 바꾸기 쉽지 않은데, 어떻게 시민들과 소통하며 캠페인을 진행해야 하나?’ 싶은 고민도 생깁니다. 

마음 속에 이런 크고 무거운 물음표를 가진 채, 난생 처음으로 6월 9일 제56회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에 참관하게 됐습니다.

지루해도 지겨워도 지치지 않고 지켜봐야할 회의: ‘원자력안전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전과 관련된 안전 문제를 총괄하는 곳입니다. 이 곳에서 다뤄지는 논의가 우리의 안전과 아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죠. 하지만, 이 회의를 방청하는 경험은 흔한 경험은 아닐겁니다. 저도 캠페이너가 되어서야 이 회의에 방청하는 경험을 난생처음 해보게 되었으니까요.

인자 원전 고마 지라, 쫌!

현재 정부는 부산과 울산에 걸쳐 있는 고리 원전에 신고리 5,6호기를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5월 26일부터 이 사안에 대한 심의를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6월 9일도 이와 관련된 마라톤 회의가 열렸습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산하 전문가들이 여러 사항에 대한 평가결과를 차례로 보고하고 위원들의 질문에 답했습니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회의는 저녁 7시까지 이어졌고, 결론 없이 끝났습니다. 두번째 심의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할 정도로 이 사안이 가지는 중요성이 크다는 것을 뜻하죠. 이 논의의 결정으로 고리 원전 인근 340만 가량의 시민들의 안전이 영향을 입으니 결코 가볍게 다룰 사안은 아닙니다.

시민의 입장으로, 그리고 ‘초보 캠페이너'의 입장에서도 추가 원전을 반대하는 발언 한마디라도 보태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저 같은 방청객에게는 발언의 기회가 전혀 주어지지 않습니다. 전문가들 및 위원들의 의견 교환을 그저 지켜봐야만 합니다. 아무 발언 기회 없이 그저 논의를 지켜보는 것은 굉장히 지겨울 법 하지만, 어떻게 원전과 안전에 관한 논의와 결정이 이루어지게 되는지 볼 수 있어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물론 이 논의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눈 크게 뜨고 지켜보는 것이 제가 해야할 캠페이너로서의 중요한 일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요. 

이날 가장 뜨겁게 논의된 사항은 다수호기의 위험성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즉, ‘고리에 이미 8기의 원전이 있는 상황에서 2기를 추가로 건설하는 것이 과연 안전한 일인지’, ‘이와 관련된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은 지’가 관건이었습니다.

세계 최초로 한 부지에 10개 원전이 들어선다는데 제대로 된 위험성 평가 방법 하나 없는 현실

신고리 5,6호기 추가 건설은 매우 신중히 결정해야 할 문제입니다. 여러 개의 원전이 한 곳에 밀집되어 있다면, 사고의 위험이 더 늘어나고 그 피해도 가중되기 때문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원전 8개가 밀집되어 있을때와 10개가 밀집되어 있을때의 사고 확률과 위험은 확연히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5월 26일 신고리 5,6호기 첫 심의에 앞서 신고리 5,6호기 추가 건설 승인은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한 도박과 같이 위험한 일임을 알렸던 그린피스 활동가들

<지난 5월 26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위치한 광화문 KT빌딩 앞에서 진행된 신고리 5,6호기 건설 계획 취소 촉구 퍼포먼스. 이날 신고리 5,6호기 건설에 관한 첫 심의가 있었습니다.>

한 위원이 말씀하신 것처럼, 한 부지에 10기의 원전이 위치하는 것은 ‘인류 역사상 최초의 일’입니다. 이미 고리 원전은 신고리 3,4호기가 건설이 완료되면서, 세계 최대 원전 단지가 됐지만, 정부는 계속해서 원전 증설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이 고집이 초래할 ‘세계 최대’ 혹은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는 결코 자랑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후쿠시마 사고로 원전의 안전 신화는 다시 한번 무너졌고, 전 세계는 원전 건설이나 운영과 관련하여 매우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다수호기에 대한 새로운 위험성 평가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세계적으로도 다수호기에 대한 위험성을 평가하는 방법이 개발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신고리 5,6호기를 추가 건설하는 것이 합리적인 결정일까요? 몇 몇 위원들은 다수호기 위험성 평가 방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 기준에 부합하면, 추가 건설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역으로, 전세계적으로도 검증된 위험성 평가 방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무리하게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는 일은 매우 무책임한 일입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들이 어떻게 이런 무책임한 사고를 할 수 있는지 참 실망스러웠습니다.

340만의 시민 안전 vs 신고리 5,6호기 추가: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원자력 전문가들과 위원들은 그들의 결정에 수 백만 시민의 안전이 달려 있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을까요? 사고 발생시 직접적인 피해를 받는 고리 원전 반경 30km내에 포함되는 부산, 울산, 양산에는 340만이 넘는 시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위원들의 가족이 직접적 피해를 받는 지역에 살고 있다고 해도, 저렇게 숫자 몇 개와 확률만을 이야기하며, 원전 추가 건설을 찬성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원자력산업계를 위한 결정이 아닌 국민의 안전을 위한 결정을 하길 바랍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국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위원회이길 바랍니다.>

회의를 방청하는 내내 부모님이 떠올랐습니다. 사실, 저희 부모님은 월성원전에서 40km 정도 떨어진 경주시 작은 동네에서 살고 계십니다. 부모님이 살고 계신 제 고향은 정부에서 지정한 방사선비상계획구역 30km를 벗어나 있어 사고를 대비하는 최소한의 준비도 되어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후쿠시마 사고에서 보았듯, 50km 떨어진 지역에도 피난 조치가 내려질 수 있으며, 5년이 지난 지금도 피난 지역의 방사능 오염은 위험한 수준이라고 하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혹시라도, 신고리 5,6호기까지 더해진 고리 원전에서 후쿠시마 같은 사고라도 난다면? 절대 상상조차 하기 싫은 섬뜩한 이야기입니다. 깨끗하고 안전한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해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대안이 있는데도 왜 위험하고 힘든 길을 택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변화를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제게 이번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 방청은 매우 실망스러운 경험인 동시에 매우 값진 기회였습니다. 캠페이너로서 해야 할 고민의 깊이를 더해 주었고, 제가 담당해야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는 계기도 됐습니다. 동시에 우리의 안전과 미래를 위해, 무언가 정말 희망의 단서가 될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사명감이 들었습니다.

지난해 신고리 5,6호기 추가로 인한 '용납할 수 없는 위험'을 알렸던 그린피스 활동가들 

<지난해 10월, 신고리 5,6호기 추가 건설 반대를 위해 고리 원전 앞에서 평화적인 시위를 벌였던 그린피스 활동가들. 현재 이들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과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울산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6월 23일에 열릴 다음 회의에서는 국민들의 안전을 고려하는 기회가 마련되길 희망합니다. 이미 세계 최대 원전 단지가 되어버린 고리원전에 더 이상 위험을 추가하지 않도록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들이 현명한 결정을 내려주기를 바랍니다. 원전업계의 안전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고려하는 그 본연의 역할을 정말 해주길 기대합니다.

이제 막 시작한 ‘캠페이너'의 여정에서, 우리의 부모님들과 우리, 그리고 다음 세대에까지 두고두고 영향을 미칠 원전 문제에 있어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성실할 것을 스스로에게 다짐해봅니다. 6월 23일 방청후에는 기쁜 마음으로 부모님께 전화드릴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김미경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글/ 김미경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Climate & Energy Campaigner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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