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석탄’으로 세 마리 토끼 잡아야

Feature Story - 2016-06-15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한 초미세먼지 대란을 통해 다시 분명해진 사실이 있다. 바로 ‘탈석탄’의 필요성이다.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한 초미세먼지 대란을 통해 다시 분명해진 사실이 있다. 바로 ‘탈석탄’의 필요성이다.

석탄발전소는 대기오염의 주요 원인이다. 정부가 노후 석탄발전소 10기에 대해 폐쇄, 대체, 연료 변경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한 이유다. 만약 20기의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계획이 없다면 꽤나 획기적 결정이었을지도 모른다. 신규 20기의 총 설비 용량은 노후 10기보다 거의 6배나 크다. 줄어드는 대기오염 물질보다 늘어나는 양이 더 많아 이번 정부 대책은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

석탄발전소를 줄여야 하는 이유는 비단 초미세먼지 때문만은 아니다. 국내에는 53기의 석탄발전소가 운전 중이고, 약 40%의 전기가 석탄발전으로 생산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국토 면적 대비 석탄발전소 밀집도 1위다. 이런 상황에 석탄발전소 증설을 고집하면 2030년까지 탄소배출 전망치(BAU) 대비 37%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이라는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목표도 달성할 수 없다.

석탄에 중독된 우리나라와는 달리 주요 선진국들은 현재 석탄발전소 ‘퇴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 초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중국조차 자국의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석탄 사용량을 적극적으로 줄이고 있다. 2016년 베이징 시내의 석탄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기로 결정했고, 현재 28개 지역에 계획 중인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을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미국, 독일 등은 지속적으로 국가 에너지 계획에서 석탄 비중을 축소하고 있다. 대신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가능 에너지에 투자하며 에너지 전환을 진행 중이다. 재생가능 에너지가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원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 재생가능 에너지 시장은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 전세계에서 새롭게 생산된 전력의 90%는 재생가능 에너지였다. 반면 같은 해 피보디, 아치콜 등 세계 굴지의 석탄 기업들은 파산했고, 석탄시장은 0.1% 성장에 그쳤다.

석탄은 더 이상 값싼 연료가 아니다. 석탄발전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매우 제한적이다. 초미세먼지 오염과 온실가스 배출로 발생할 사회, 경제적 피해 때문이다. 고도 경제성장을 이루는 데 싼 석탄이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언제까지 구시대 산업 구조를 유지해야 할까?

석탄 사용을 줄이면 초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대신 재생가능 에너지 기술 개발과 투자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도 확보할 수 있다.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석탄을 줄이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원자력이 친환경 에너지로 홍보되고 있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이제는 더러운 석탄발전과 위험한 원자력발전을 모두 줄이고,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재생가능 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 가깝고 쉬운 길을 두고, 멀고 위험한 길로 돌아갈 이유는 없다.

 

* 이 글은 2016년 6월 15일자 한겨레 칼럼으로 기고된 글입니다.

 

글: 손민우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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