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라이부르크에서 본 에너지전환, 우리도 이뤄 낼 수 있을까? | 그린피스

독일 프라이부르크에서 본 에너지전환, 우리도 이뤄 낼 수 있을까?

그린피스 캠페이너와 후원자의 대화

Feature Story - 2018-03-27
여러분의 행복한 꿈의 나라는 어디인가요?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와 후원자가 시민의 힘으로 에너지전환을 이끌어낸 독일 남부의 작은 도시, 프라이부르크로 꿈을 찾으러 떠났습니다. 여행을 다녀온 후, 각자 배운 점과 우리가 바라는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해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그 특별한 만남을 엿보러 가실까요?

저는 상상도 못 할 정도의 재앙을 초래하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반드시 에너지전환을 이루어야 한다’고 외치는 그린피스의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김민지입니다. 그린피스 캠페이너라는 직업이 무색하게도, 저는 영혼이 얼을 정도로 추운 영하 17도의 날씨엔 따뜻한 전기장판에 누워 귤을 까먹는 것이 너무 좋고, 36도를 웃도는 더운 여름날엔 가끔 에어컨 바람도 쐬어야 정신을 차릴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더 극심해진 혹한과 혹염을 달래주는 전기의 70%가 석탄과 원자력으로 발전된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겁지만, 저는 결국 도시의 바쁜 일상에 치이는 20대 대한민국 청년이거든요.

포기한 것이 너무 많아 N포세대라고 불리는 우리... 그래도 작년 한 해만큼은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200만 촛불 행렬에 참여해 간절히 바라던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그 결과 탈원전, 탈석탄,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기조로 하는 에너지전환이 국가 계획에 반영되었죠. 에너지전환 정책이 시작되는 2018년 들어 저는 희망에 찬 상상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만약 에너지전환의 약속을 이룬다면, N포세대 청년의 삶은 어떻게 변할까요?

지난 3월 15일, 그린피스 김민지 캠페이너와 최가은 후원자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지난 3월 15일, 그린피스 김민지 캠페이너와 최가은 후원자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참지 못하는 저는 얇은 지갑을 탈탈 털어 1월 22일자 독일행 비행기표를 샀습니다. 왜 하필 독일이냐구요? 독일은 1990년대부터 이미 단계적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는 독일은 원전가동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위해 “윤리위원회"를 꾸렸고, 에너지 민주주의에 힘입어 에너지전환(Energiewende)을 국가 정책 기조로 세웠습니다. 당시 독일은 2020년까지 국내전력소비의 30% 이상을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우리나라는 같은 년도까지 20% 달성하는 것이 목표)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독일의 국내전력소비 중 33.1%가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되고 있습니다. 3년이나 앞당겨 목표를 달성해 낸 것입니다.

프라이부르크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산책길<프라이부르크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산책길>

전자항공권을 받자마자 프라이부르크행 기차표도 예약했습니다. 환경수도로 알려진 프라이부르크시는 1970년대에 탈원전 시민 운동이 활발했던 곳입니다. 시민 주도로 원전 폐쇄를 이끌어 낸 최초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탈원전 운동을 통해 연대의식을 높인 프라이부르크의 시민들은 에너지전환을 이끄는 주인공이 되어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에 나섰습니다. ‘피플파워(people power)’, 즉 ‘시민의 힘’을 믿는 그린피스 캠페이너에게 이보다 더 구미가 당기는 여행지가 있을까요?

보봉(Vauban) 시 우편함에 붙어 있는 "원자력, 싫어요!" 스티커<보봉(Vauban) 시 우편함에 붙어 있는 "원자력, 싫어요!" 스티커>

그렇게 여행을 계획하던 어느 날, 저는 한 그린피스 후원자님(최가은 님)으로부터 아주 특별한 편지를 받았습니다. 탈원전 공방이 뜨거웠던 지난 8월, 그린피스 장다울 캠페이너가 출연했던 “김어준의 파파이스” 제156회를 보고 에너지전환에 특별한 관심이 생겼고, 직접 보고 배우기 위해서 프라이부르크로 여행을 떠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여행을 마친 우리는 지난 3월 17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나 프라이부르크에서 보고 배운 점과 대한민국 에너지전환의 미래, 가능성, 바람에 대해 대화를 나눴습니다. 이렇게 비슷한 시기에 같은 생각을 가지고 같은 장소로 여행을 떠난 우리는 성격도 나이도 비슷했습니다.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최가은 후원자(좌)와 김민지 캠페이너 (우)<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최가은 후원자(좌)와 김민지 캠페이너 (우)>

민지: 가은 님의 편지를 받고 꼭 만나 뵙고 싶었어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가은: 네, 저는 대학에서 일어일문학, 언론정보학을 공부했고, 졸업 후엔 화장품 업계의 온라인 마케팅 부서에서 일했어요. 현재는 태양광 같은 재생가능에너지 분야나 우리나라 에너지전환에 도움이 되는 직업을 찾기 위해 취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최가은 그린피스 후원자님<최가은 그린피스 후원자님>

민지 : 어떻게 그런 결심을 하게 되셨나요?

가은: 저는 유년기의 대부분을 일본에서 지냈어요.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사고가 났을 땐 일본에 사는 친구들의 안전이 너무 걱정됐고요. 우리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라고 안심할 수 없고, 또 최대한 빨리 탈원전을 이루어야 한다는 그린피스 탈원전캠페인 메시지에 크게 공감이 갔어요. 그리고는 사회 각계에서 에너지전환을 실천하시는 전문가들을 인터뷰한 그린피스 #대한민국해뜰날 캠페인 동영상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봤어요. 재생가능에너지 100%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제 삶부터 바꾸어야한다는 마음이 굳어져 다시 진로 탐색을 시작했어요. 전혀 다른 배경지식과 사회경험을 갖고 있기에 겁도 났지만, 장다울 캠페이너님의 발표를 듣고 용기를 얻었어요.

프라이부르크 도시관광안내센터 위에 도시 상징물처럼 설치되어있는 태양광패널.<프라이부르크 도시관광안내센터 위에 도시 상징물처럼 설치되어있는 태양광패널.>

민지: 그린피스에 후원하기로 결심하신 것도 같은 이유인가요?

가은: 네, 맞아요. 후원 행위 자체가 내가 바라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린피스 후원자가 늘어나는 것이 에너지전환을 원하는 시민이 많다는 걸 보여주는 거니까요.

민지: 정말 감사합니다(ㅠㅠ). 저희 그린피스 직원들은 가은 님 같은 후원자님 덕분에 힘을 얻고 희망을 찾아요. 실망시켜드리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의지(^^)와 욕심도 갖게 되구요. 그린피스의 2018년 캠페인 목표 중 하나는 우리나라에서도 시민의 힘(people power)으로 에너지전환을 이루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사회환경적으로 건강한 재생가능에너지 확산의 기폭제가 되는 것이에요. 제가 프라이부르크에 다녀온 이유는 시민 주도의 에너지전환을 통해 앞으로 우리 삶이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후원회원님께 보여드리고 싶어서였어요. 가은 님은요?

보봉(Vauban)시 주민센터 앞에서 열리는 농부의 시장. 그 주민센터 지붕 위에는 커다란 태양광패널이 설치되어있고, 그 앞으로 트램(노상열차)이 여유롭게 지나간다.<보봉(Vauban)시 주민센터 앞에서 열리는 농부의 시장. 그 주민센터 지붕 위에는 커다란 태양광패널이 설치되어있고, 그 앞으로 트램(노상열차)이 여유롭게 지나간다.>

가은: 삶에서 후회하지 않을 결정을 하기 위해서였어요. 지금까지 그저 남들이 하는대로 회사를 다니고, 학창시절에는 입시만을 위해 공부했어요. 정작 제가 원하는 건 따로 있었는데도 말이에요. 저는 우리나라, 나아가 세계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고, 에너지전환에서 그 가능성을 봤어요. 이제 에너지전환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를 논할 시기는 지난 것 같아요. 이미 세계가 에너지전환에 동참하고 있고, 그 분야에서 우리같은 청년의 성장 발판이 되는 녹색 일자리가 많이 창출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시대에 뒤쳐질 바에야,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업계를 이끄는 사람이 되고싶어요. 그래서 프라이부르크에 가서 에너지전환을 잠깐이나마 체험하고 공부하려고 했어요.

보봉(Vauban) 시의 플러스에너지하우스. 건물에서 생산되는 전력량이 소비량보다 많다.<보봉(Vauban) 시의 플러스에너지하우스. 건물에서 생산되는 전력량이 소비량보다 많다.>

민지: 프라이부르크에서 느낀 점이 있다면요?

가은: 에너지전환이 단순히 전력생산 방식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에 녹아드는 것이라고 느꼈어요. 도시에서도 재생에너지를 통해 자연과 더불어 살 수 있다는 걸 봤어요. 일례로 그 지역에서 사시는 분과 홈스테이를 했는데, 가정에서도 지하실과 옥상에 자가발전소(지열, 태양광)가 설치돼 있었어요. 그런 경우가 굉장히 흔하다고 해요. 또 도시를 누비는 전기 트램(Tram, 노면전차)이나, 도로 곳곳에 보이는 자전거 등, 자동차 없이도 생활이 가능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었어요. 슈퍼마켓, 시청, 도서관, 동네 주민센터 등 도시 곳곳에 태양광이 설치되어 있었고, 산 너머로는 풍력발전소가 보였어요. 우리나라는 지리적 조건때문에 에너지전환을 할 수 없다고 하는 말이 무색하게 들렸어요. 도시의 다양한 인프라를 활용해 재생가능에너지가 삶의 일부가 되는 걸 목격했으니까요. 민지 님은 어떤 점을 배웠어요?

프라이부르크의 한 유스호스텔. 베란다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를 판매하는 수익사업이 쏠쏠하다 한다.<프라이부르크의 한 유스호스텔. 베란다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를 판매하는 수익사업이 쏠쏠하다 한다.>

민지: 저는 프라이부르크의 에너지전환 시민운동 역사를 배우고 왔어요. 이번 여행에서 당시 탈핵운동의 전선에 계셨고, 수십년 동안 독일 에너지전환(Energiewende)에 대해 연구하신 디에터 사이프리드(Dieter Seifried) 선생님 댁에서 일주일 간 머물렀는데, 선생님과 저는 아침에는 커피를, 밤에는 와인을 마시며 독일과 한국의 에너지전환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프라이부르크의 에너지 시민운동은 1970년대에 와인으로 유명한 비일(Wyhl) 지역에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되자, 학생과 농민 주도로 시작됐어요. 당시 디에터 선생님은 건설될 원자력발전소에서 엔지니어로 일할 계획이셨지만, 원자력이 깨끗하지도, 안전하지도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탈핵 운동으로 전향하셨다고 해요. 그 당시 원자력 카르텔의 견고한 이해관계로 인해 지자체와 정부의 제재를 심하게 받았는데, 튼튼한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에너지전환 시민운동이 시작됐기 때문에 지금까지 견고히 지속될 수 있었다고 해요. 특히 보봉 마을의 경우, 지역 출신 건축가, 엔지니어, 경제학자들이 모여 재생가능에너지 연구소를 차렸고, 시민들이 직접 출자해 지은 제로에너지주택도 생겨나 지금까지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어요. 저는 40년에 걸친 시민의 노력이 프라이부르크를 “환경도시"로 만들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올랐어요. 우리나라의 탈핵운동 역사도 그에 못지 않게 길고 강하잖아요? 우리나라도 그 맥을 수십년 간 이끌어온 시민단체, 그리고 그린피스의 탈원전 캠페인의 원동력이 되주신 560국민소송단, 그리고 가은 님처럼 뜻 있는 청년들이 힘을 모아 실현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프라이부르크 에너지전환 마을을 다녀와서 느낀점을 나누는 최가은 후원자님(우)과 김민지 캠페이너 (좌)<프라이부르크 에너지전환 마을을 다녀와서 느낀점을 나누는 최가은 후원자님(우)과 김민지 캠페이너 (좌)>

가은: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에너지전환이 그렇게 혁명적이지 않을지도 몰라요. 미래 산업으로만 여겨졌던 재생가능에너지 업계가 이미 투자를 이끄는 오늘의 업계로 다가왔잖아요. 날로 발전하는 기술과 늘어나는 일자리 덕분에 재생가능에너지가 주류가 될 날이 머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최근에는 유리처럼 투명한 태양광패널이 발명되었다는 뉴스를 봤어요. 이 새로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창호지가 유리창으로 바뀐 것처럼 자연스럽게 에너지전환이 실현되지 않을까요?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에너지 전환을 통해, 모두가 더 깨끗한 공기와 환경을 누리는 동시에 경제발전을 이루는 것이 가능해지리라고 믿어요. 그때까지 그린피스도 시민들과 함께 열심히 활동해주세요!

그린피스 환경감시선 '에스페란자' 선원들이 인도양을 떠나며 그린피스를 지지해주는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있다.<그린피스 환경감시선 '에스페란자' 선원들이 인도양을 떠나며 그린피스를 지지해주는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있다.>

민지: 마지막으로 그린피스 후원자들께 한 말씀만 해 주세요.

가은: 후원으로 행동하시는 여러분이 너무 멋집니다. 우리가 모두 에너지전환의 주인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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