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포터 이야기] 축구팬도 지지하는 ‘축구 디톡스’

Feature Story - 2014-06-04
"축구선수세요?" 처음 만난 이들이 저에게 가장 많이 건네는 질문입니다. 유니폼 뒷면에 새겨진 선수 이름을 제 이름인 줄 알고 부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는 축구선수가 아닙니다. 지역축구팀 대전시티즌을 사랑하는 서포터일 뿐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저를 축구선수로 오해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옷장은 축구 유니폼으로 가득하고, 일주일에 절반 이상을 유니폼을 입고 다니고 있으니 말이죠.

상암 월드컵경기장 앞에서 축구디톡스 활동에 함께 한 김준태님

제가 응원하는 대전시티즌 응원가 중에는 ‘오늘을 위하여 일주일을 산다'는 노랫말이 있습니다. 이처럼 축구팬들은 일주일에 한 번 열리는 경기를 기대하며 학수고대합니다. 우리의 응원이 경기 결과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고 믿으며, 골대 뒤에 서서 선수들을 위해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외칩니다. 선수들과 더 교감하기 위해 사랑하는 팀의 앰블럼과 좋아하는 선수의 등 번호,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즐겨 입습니다. 유니폼은 팀을 상징하고, 축구팬의 자존심을 나타내는 삶의 일부입니다.

그런데 지난 주, 전 세계에서 판매되고 있는 유명 브랜드의 축구화와 국가대표팀 유니폼에서 독성물질이 검출되었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그린피스가 전 세계 16개국에서 공수해 온 33개 유니폼과 축구화 제품에 대해 벌인 조사 결과였습니다. 일부에서는 심각한 농도의 독성물질이 발견됐다고 했습니다. 월드컵을 앞두고 열심히 땀 흘리고 있을 대표팀 선수들의 건강에는 이상이 없을지 걱정이 앞섰습니다.

유니폼을 즐겨 입는 축구팬들에게도 반갑지 않은 소식이었습니다. 많은 축구팬들은 청바지만큼이나 좋아하는 팀의 유니폼을 즐겨 입습니다. 그러나 유니폼의 재질과 디자인에 갖는 관심에 비해 생산과정이나 축구 용품 회사의 사회적 역할에는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고백하건대 저도 대개 큰 고민 없이 유니폼을 사곤 했습니다.

축구는 전 세계에서 사랑 받는 스포츠로 일찍이 자리 잡았습니다. 언어가 달라도 축구공 하나만으로 사람들은 쉽게 친해지고, 소통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월드컵은 세계인의 축제라 불립니다. 그리고 곧 열릴 그 아름다운 축제에 열혈 축구팬들이 브라질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쩌면 숨겨진 아픔들은 헤아리지 못하고, 전면에 놓인 축구 대진표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월드컵 시즌이 되면 축구 용품을 만드는데 동원되는 아동 노동 문제가 어김없이 지적됩니다. 이에 더해 그린피스 캠페인을 통해 대형 스포츠 브랜드들이 축구 용품을 생산할 때 수많은 독성물질을 사용 중이며, 그 물질이 지역민들의 건강을 특히 해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축구 팬이기 이전에 우리는 세계 시민입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축구를 즐기는 것처럼 모두가 축구를 통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린피스의 이번 발표는 이런 점에서 축구팬에게 새로운 과제를 안겨 줬습니다.  [독성물질 제거 서명하기]

 

 

 

 

글: 김준태 / 프로축구팀 대전시티즌 서포터스 '대저니스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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