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이너의 목소리: 원자력과 소통

Feature Story - 2012-07-04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국민들의 민주시민의식은 높아지고 있고, 정의 사회에 대한 갈망도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정부기관과 원전 사업자는 정의롭고 민주적인 갈등해결 방법을 원하는 국민의 바람과는 반대로 비합리적이고 불평등하며 독단적인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을 가장 여실이 보여준 예는 원전건설 예정지역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공청회 폭력입니다.

삼척 신규원전부지 사전환경성검토 주민설명회 현장

지난 5월 25일 삼척에서 이루어진 신규원전부지 사전환경성검토 주민설명회에서 한수원 용역으로보이는 청년들이 홍보플래카드를 들고 반대파 주민들의 입장을 막고 있다.

 

작년 한 권의 인문학 책이 한국을 휩쓸었습니다. 하버드대학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치는 마이클 센댈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었습니다. 한국인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것은 이 책이 묻고 있는 ‘정의’에 대한 갈증일 수도 있겠지만, 샌델 교수의 토론 방식 자체가 참 민주주의와 ‘평등’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마이클 센델 신드롬’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민주시민의식과 정의 사회에 대한 갈망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정부기관과 원전 사업자는 정의롭고 민주적인 갈등해결 방법을 원하는 국민의 바람과는 반대로 비합리적이고 불평등하며 독단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를 가장 여실이 보여준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원전건설예정지역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공청회 폭력입니다. 지난 4월 말에 있었던 영덕 신규 원자력 발전소 주민설명회에서는 용역으로 추정되는 한 남자가 법적 절차를 무시하며 강행되던 설명회의 무효화를 외치는 20여명의 활동가들에게 소화기를 분사하고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분명히 법적인 절차를 무시하는 행동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분사한 사람은 공청회에 남을 수 있었고, 같은 자리에 있던 탈핵단체 활동가들은 경찰에 연행 되었습니다.[1] 지난 5월 25 일 삼척에서 있었던 주민설명회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고, 6월 29일 있었던 신고리 5,6호기 환경영향평가 공청회에서도 친원전 세력은 반대입장을 가진 주민과 시민사회단체의 출입을 무력으로 봉쇄하며 ‘성공적’으로 그들만의 공청회를 마친 바 있습니다. 사실 사업자와 정부의 이러한 태도는 수십년 간 변함이 없습니다.

 반면 지난 40년간 한국의 원전반대운동은 진화해 왔습니다. 환경단체들은 반핵보다는 탈핵을 통해 산업계 및 정부와의 절충안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으며, 시위보다는 이벤트와 교육을 통해 원전에 대해 더 많은 대중과 논의하려 합니다. 또한 에너지 대안을 위해 국내 및 외국의 저명한 학자와 연구기관과 손잡고 대안 에너지 시나리오[2]를 제시하기도 하며, 소규모 지역 단위 에너지 절약 캠페인 등으로 에너지 절약과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일반 주민들과 함께 실천하고 있습니다.[3]

삼척 신규원전부지 사전환경성검토 주민설명회 현장

신규원전부지 사전환경성검토 주민설명회에 입장이 저지된 삼척시민들

 

원전은 이제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인권과 환경을 파괴시키는 심각한 범 사회적 문제가 되었습니다. 정부는 먼저 만약의 원전사고 가능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확대할 것인지 아니면 축소할 것인지 선택권을 줘야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에게는 애초부터 이런 선택권이 없었습니다. 원전사고 발생 시 사업자는 약 5,000억[4]원만을 책임지고 나머지는 고스란히 국민 세금으로 메꿔야 합니다.

원전의 인권침해는 더욱 직접적입니다. 후쿠시마 사고로 인해 17만명의 지역 주민들이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고 다른 지역으로 대피한 것에서 볼 수 있듯, 방사능 사고에 노출 될 경우, 피폭 지역의 생태계는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십 만년 동안 복구 될 수 없습니다. 이미 여러 역학조사를 통해 알려졌듯이 원전지역 주민들의 암 발생률은 기타 지역보다 월등히 높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5][6] 결국 원전지역 주민들은 1)건강이 보장 될 수 없고, 2)지역에서 소외되면서 안전상의 이유로 주거지를 자유롭게 사고 팔 수도 없으며, 3)참 의미의 투표권/참정권 조차 위협[7] 받고 있습니다.

요즘 정부와 원전사업자가 주관하는 ‘토크 콘서트,’ ‘락 콘서트’ 광고가 많이 눈에 띕니다. 비록 이들의 키워드는 ‘공감’과 ‘소통’이었지만 공청회 폭력사태를 감추려는 눈속임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달라진시민의식에걸맞게정부와관련사업자는이상일방적원자력홍보용행사가아닌, 정의롭고민주적인갈등해결방법, 토론과의견수렴을통해진정한소통의태도를갖춰야만합니다.

 

 

 

글: 그린피스 서형림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사진: 삼척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

 


[2] 그린피스 에너지 [혁명] 시나리오, 에너지대안포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대안 시나리오 등

[4] 3억 SDR (IMF 국제 특별인출권 기준); 원자력 손해배상법 제3조2 항(배상책임한도) 원자력사업자는 1원자력사고마다 3억 계산단위의 한도안에서 원자력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진다. 다만, 원자력손해가 원자력사업자 자신의 고의 또는 그 손해가 발생할 염려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무모하게 한 작위 또는 부작위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5] 본 보고서에 따르면 원자로 유형에 따라 5~19% 암 발생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http://nuclear-news.net/2009/08/07/increased-cancer-deaths-near-nuclear-power-plants/

[6] 본 보고서에 따르면 원전지역 여성의 갑상선 암 발생 비율이 일반적인 경우보다 2.5배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http://www.hnews.kr/n_news/news/view.html?no=6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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