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반대의 목소리

Feature Story - 2013-02-26
삼척은 고요하고 아름다운 풍광과는 달리 원전 건설, 핵방폐장 등의 문제로 투쟁의 목소리가 20년 넘게 이어져온 곳입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원전사고를 목격한 삼척시민들은 후손들이 자라날 터전을 지키기 위해 오랜 싸움에도 지치지 않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 2월 20일, 강원도 삼척의 한 성당에 많은 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바로 ‘삼척환경시민연대’의 첫 창립총회에서 정부의 원전 건설 반대 의지를 다시 한번 되새기기 위함이었습니다. 사실 삼척은 고요하고 아름다운 풍광과는 달리 원전 건설, 핵방폐장 등의 문제로 투쟁의 목소리가 20년 넘게 이어져온 곳입니다.

 

신규원전부지에서 10km도 떨어져있지 않은 삼척 초곡리

시작은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발생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습니다.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초 신규원전부지로 지정된 삼척은 이후 1998년 건설계획을 백지화할 때까지 기나긴 싸움을 이어갔습니다. 당시 한국에 사무소가 없던 그린피스 역시 1994년  삼척항을 방문, 주민들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승리의 환희도 잠깐, 2000년대에 들어서자 이번에는 원덕읍이 핵방폐장으로 유치될 지 모른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삼척시민들은 후손들에게 빌린 유서깊은 땅을 깨끗이 지켜 물려줘야한다는 일념으로 2005년 다시 한번 핵방폐장 유치 반대운동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난  2011년 말, 삼척은 영덕과 함께 또다시 신규 원전부지로 선정되었습니다.

강원도 내 언론사들의 작년 3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동해 및 삼척 주민의 반 이상(52.2%)이 원전 유치를 반대하며 찬성은 31.6%에 그칩니다. 주민들은 자신의 터전에 위험이 도사리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또, 그만큼 중대한 사안이라면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민주성을 바라고 있습니다. 그린피스 역시 2012년 ‘희망에너지투어’를 통해 다시 한번 삼척을 방문, 이들의 의지가 여전히 굳건함을 확인했고 삼척시정부에 주민의 목소리를 들을 것을 촉구했습니다.

삼척시민들은 원전 유치를 진행한 김대수 삼척시장에 대해 주민소환 투표를 추진했지만, 투표가 결정된 바로 다음날 지식경제부는 삼척과 영덕을 신규 원자력발전 건설지로 최종 확정했습니다. 시민들은 실의에 빠졌을까요? 오랜 싸움에 지칠만도 하지만 이들은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와 근덕면원전반대투쟁위원회에 이어 삼척환경시민연대를 만들었습니다. 더 공고한 목소리를 위함입니다.

새로운 정부는 이들의 목소리가 결코 작은 것은 아니라는 점, 작더라도 충분히 들려야 하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그린피스는 삼척이 원전 없는 한국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후쿠시마 사고 피해 주민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 있지만 원전 설계와 건설에 가담했던 기업들은 단 1원의 책임감도 없이 외면하고 있습니다.

원전산업계는 지역사회에 경제적 부흥이라는 장밋빛 허상으로 주민들을 현혹하지만 막상 사고가 나면 복구를 위해 피해 주민들을 포함, 국민이 혈세를 쏟아붓게 됩니다. 단지 일본에 해당되는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국제규약과 대부분의 정부는 원자력 육성을 위해 국민이 아닌 산업계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삼척시민들 뿐 아니라 이 땅에 사는 그 누구도 이러한 사태가 일어나길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것이 삼척과 후쿠시마, 그리고 전세계의 시민들이 오래도록 한 목소리를 내며 행동하는 이유입니다.

1994년 그린피스가 핵발전소 반대를 외치는 삼척을 방문했을 당시 2013년 2월 20일, 새로운 단체 '삼척환경시민연대' 창립총회 시 발표한 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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