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 넷째 주 금요일이 “바이 낫싱 데이 (Buy Nothing Day)”라는 것, 알고 계셨나요? 전 세계를 쇼핑의 광풍으로 몰아 넣는 “블랙 프라이데이”에 대한 대안으로 하루만은 아무것도 사지 않기로 약속하는 날. 무분별한 소비로 뜨거워지고 아파하는 지구를 위해 오늘 하루 바이 낫싱 데이에 동참해보면 어떨까요?

매년 11월이면 돌아오는 그날. 오늘은 바로 전 세계를 쇼핑의 광풍에 휩싸이게 하는 “블랙 프라이데이”입니다. 꼭 블랙 프라이데이가 아니더라도 매년 이맘때면 세계 곳곳에서 소비자의 이목을 끌기 위한 다양한 세일 행사들이 펼쳐지는데요. 얼마전 중국에서 열린 광군제(光棍節) 기간엔 단 하루만에 무려 한화로 ‘30조 700억원 어치의 매출’이라는 믿기 어려운 기록이 갱신되기도 했었지요. 😱

한국에서도 사정은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갈 수록 손쉬워 지는 온라인 쇼핑과 TV 홈쇼핑에서 연일 방영하는 핫딜의 기회들... 패스트패션의 유행이 몰고온 수 많은 득템(?)의 찬스, 그리고 한국형 블랙 프라이데이라는 ‘코리아 세일 페스티벌’까지..

물론 큰폭의 세일과 득템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닐지도 몰라요. 하지만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그저 유행처럼, 혹은 마케팅과 광고에 현혹돼 불필요하게 사는 것이 너무 평범해진 그런 시대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지... 자, 조금이라도 공감하신다면, 쇼핑의 유혹에 이끌리는 마음을 잠시 접어두고 이 글에 주목해 주세요. 수 없이 쏟아지는 핫딜의 유혹들이 지구와 환경의 관점에선 정말 불행한 일이니까요. 😩

 

핫딜 사냥, 그리고 지구의 눈물

먹이감을 사냥하기 위해 초원을 내달렸던 인류의 조상들처럼, 현대인들은 소위 “핫딜”을 잡기 위한 사냥에 나섭니다. 블랙 프라이데이의 원조인 미국에선 쇼퍼(shopper)들이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쇼핑몰 앞에 줄지어 서있는 모습이 매년 뉴스에 방영되곤 합니다. 다른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원하는 제품을 사냥(?)하기 위해 정신없이 달려가다 아찔한 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의 웃지 못할 이야기도 아마 들어보셨을 거예요.

다신 오지 않을 절호의 기회라고, 이것만 사면 더 행복해지고 더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을거라고.. 그러니 어서 빨리 지갑을 열라고… 수많은 광고들이 우리의 마음을 다급하게 몰아 부칩니다. 하지만 심리학자들을 포함한 일군의 전문가들은 쇼핑이 순간적인 즐거움과 아드레날린의 급상승을 가져다 줄지언정, 우리의 행복감에 진정으로 기여할 수는 없다고 누차 얘기해 왔어요. 굳이 전문적인 연구 결과를 들여다 보지 않더라도, 쇼핑이 주는 잠깐의 즐거움을 경험한 후 왠지 모를 허무함을 느껴본 경험이 다들 한번쯤은 있으실 거예요.

 

패스트 패션? 패스트 오염!

그린피스는 지난 수년간 지나친 소비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와 환경오염에 대해 알려왔습니다. 요즈음 이러한 문제성 소비문화의 한가운데 있는 트렌드는 바로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죠. 유행에 따라 한철 입고 버릴 수 있는 옷, 즉 패스트 패션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패션 산업의 제품 주기는 점점 더 짧아졌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옷을 사고, 더 많은 옷을 버리게 되었죠.

2000년을 시작으로 패스트 패션 시장 폭발적 성장

2000~2014년 사이 연간 의류 생산량 2배 증가
2014년 의류 생산량 $1,000억 (한화로 약 118조 2천억원)

의류 판매량
2002년 $1조 (한화 1,180조 7,000억원)
2015년 $1.8조 (한화 2,152조 2,600억 원)
2025년엔 $2.1조 (한화 2,479조 4,700억원)

평균 의류 구매량
지난 15년간 60% 증가

패스트패션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원단 폴리에스테르
2016년 한해 동안만 2천1백3십만 톤의 폴리에스테르 생산
합성섬유는 재활용 어렵고, 석유와 석탄 사용
생산과정에서 면(cotton)보다 3배의 CO2 방출

 

옷과 다양한 패션 아이템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물이 사용되고 강과 바다로 유해 화학물질이 계속해서 유출되고 있지만, 이 불행한 트렌드는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1992에서 2002년 사이, 소비재의 수명(한번 산 물건을 버리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무려 절반 이하로 짧아졌고, 그 속도는 계속 빨라지고 있어요. 최근 홍콩에서 발간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홍콩에서만 매 1분마다 11만 톤의 의류가 버려지는데, 이는 1,400개 티셔츠의 분량과 맞먹는 양이라고 합니다. 홍콩에서만 1분에 1,400개 티셔츠가 버려지다니... 상상이 가세요?

오늘 트렌드였던 제품이 내일은 ‘트래쉬’, 곧 쓰레기가 되는 세상입니다.
그린피스의 허핑턴 포스트 기사 Trendy Now, Trash Tomorrow 영어 원문 읽기

옷은 재활용할 수 있지 않냐구요? 물론 일부는 재활용이 되지만, 헌옷을 사기보단 새옷을 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습니다. 헌옷을 파는 구제 옷가게(second hand market)는 주인을 만나지 못한 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옷가지들로 넘쳐나고 있어요. 그린피스가 의류소비와 관련한 최신의 자료들을 검토한 결과, 유럽에서만 매년 1백 5십만 톤에서 2백만 톤에 이르는 헌옷이 시장에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 중 10~12 % 정도만 다시 팔리고, 나머지는 지구 남반구에 있는 나라들로 수출되거나 버려지는데요. 세계 전역에서 온 헌옷들로 인해 내수 시장에 문제가 생기면서 이제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의 42개국에서는 더이상 해외에서 구제 옷을 수입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값싸고 빠르게 생산·소비하는 패스트패션의 유행으로 헌옷을 다시 팔고 사는 구제옷 시장은 거의 사장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러한 시장 구조에선 헌옷을 모아서 다시 새옷으로 만드는 ‘업사이클(up-cycle)도 현실적으로 큰 의미가 없습니다. 물론 점차 패션업계 내부에서도 업사이클과 같은 대안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업사이클만으론 매년 엄청나게 쏟아지는 새로운 제품과 이로 인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결국, 오늘날 우리가 구입하는 수 많은 옷가지들은 시간이 흘러 대부분 쓰레기 매립지에서 그 수명을 다하게 됩니다.

 

지갑을 열기 전, 한번만 다시 생각해봐요

자, 그럼 해결책은 대체 뭘까요? 어쩌면 너무 당연한 얘기같지만,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것만이 유일하고 진정한 해결책입니다. 물론 극단적으로 소비를 줄이라거나, 아무것도 사지 말라라거나 그런 말은 ‘결코’ 아니예요. 우리의 생활 패턴과 라이프 스타일을 한 순간에 바꿀 필요는 없지만, 너무나도 익숙하고 당연한 구매의 유혹에 잠시라도 브레이크를 걸고, 지갑을 열기 전 한번 더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 . . 이거 정말 필요할까?

여러분 11월 25일 오늘, 블랙프라이데이 대신 “바이 낫싱 데이”를 실천해 보세요. 바이 낫싱 데이는 무분별한 소비를 부추기고 지구를 아프게 하는 블랙프라이데이에 대안으로 만들어진 날인데요. 지난 1992년부터 11월 넷째 주 금요일을 “Buy Nothing Day”, 즉 “아무것도 사지않는 날”로 정해 기념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오늘 단 하루만은 아무 것도 사지 않고, 무분별한 소비가 가져오는 문제점들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고민해 보기로 약속하는 거죠.

그린피스는 블랙프라이데이 대신 ‘바이 낫싱 데이’에 동참하면서, 패스트 패션 트렌드에 브레이크를 걸어보고자 합니다. 필요한 물건을 신중하게 고르고, 조금 더 값을 치르더라도 더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을 선택하는 소비습관이 여러분의 패션을 더 멋지고 미래지향적이고 만들어 줄겁니다. 자 함께 외쳐주세요.
11월 넷째 주 금요일은 ‘블랙 프라이데이’ 아닌, ‘바이 낫싱 데이!’ 😉

글: 커스틴 브로디 (Dr. Kirsten Brodde)
디톡스 마이 패션 캠페인 리더, 그린피스 독일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