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국에서 나비가 한 날개짓 때문에 다음 달 세네갈에 폭풍우가 몰아칠 수 있다. 작은 변화가 커다란 변화를 유발시키는 현상을 일컫는 ‘나비효과’입니다. 작은 변화의 여파도 이러한데 현재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남획은 우리가 사는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바다에서 육지까지 뻗어 간 파괴의 손길

‘모래(Sandgrains)’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160명의 후원자로부터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을 받아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영화로, 남획의 현실과 인간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다뤘습니다. 주인공 제(Zé)는 오랜만에 찾아간 고향이 몰라보게 변한 모습에 적잖이 놀랐습니다. 제(Zé)가 친구들과 맨발로 뛰놀며 축구 선수의 꿈을 키웠던 바르카 해변(Barca)이 자갈밭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제의 고향은 세네갈로부터 서쪽으로 약 450km 떨어진 카보베르데(Cape Verde)입니다. 이곳은 북대서양에 있는 섬나라답게, 과거에 수산자원이 매우 풍부했습니다. 84세의 타타(Tata) 할머니도 “이른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말리고 소금에 절이는 일을 해야 할 만큼 생선이 많았던” 과거의 바르카 해변을 회상하며 망가진 고향을 아쉬워했습니다.  

카보베르데에 왜 이렇게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을까? 바다에서 일어난 변화가 육지에까지 고스란히 전달됐기 때문입니다. 이곳을 찾는 상어잡이 어선이 늘어나면서, 인근 바다에 상어가 줄어들었습니다. 상어는 물고기 떼를 해안 가까이로 몰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상어가 사라지면서 물고기들도 해안가로 오지 않았습니다. 이에 카보베르데 사람들은 먼 바다로 나가보지만, 해외에서 온 대규모 원양어선과 경쟁할 수도 없었고 물고기의 씨도 점차 말라가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어업 대신 해변의 모래를 건축업자에게 팔아 생계를 유지하기 시작했습니다. 1980년대 이후 모래 반출량이 늘자, 해변의 모래는 고갈되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바다 밑바닥에 있는 모래를 긷기 위해 물 속으로 들어갑니다. 모래는 없고 자갈만 남은 해변은 바닷물이 담수에까지 침투하는 상황을 만들었고, 이는 해변 근처에 있는 농작물에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농부인 이마(Ima)는 “바닷물이 육지에 침투하기 시작하면서 염분 때문에 재배하는 작물이 죽어가고 있다”며, 모래를 반출하는 사람들을 원망했습니다.  

그들의 삶을 파괴한 원양 강대국의 횡포

사실 이마(Ima)가 원망해야 할 대상은 ‘유럽연합(EU)’입니다. 현재 카보베데르의 피폐한 상황을 초래한 근본적인 원인이 유럽연합과 맺은 수산 협정이기 때문입니다. 이 협정에 의하면, 유럽연합 국가가 명시된 어획량을 초과해 어업할 시 1톤 당 65 유로(약 9만5천 원)만을 지불하게 되어 있습니다. 관련자는 ‘참치 및 유사어종’이라는 불분명한 문구 때문에 유럽연합이 2011년 한 해에만 상어를 1만2천 톤 이상 잡아갔다고 지적했습니다.

얄팍한 협정으로 묵인되는 대형 어선들의 남획이 먼 곳의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는 것은 한국 원양 업계의 횡포도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원양 어획량은 세계 3위고, 참치 원양 어획량으로 보면 세계 2위입니다. 2011년 한 해 동안 한국 업체가 어획한 참치의 양은 27만 8,227톤에 달하고, 그 중 약 95%를  태평양에서 잡았습니다. 우리나라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동원산업이 중서부 태평양에서 조업한 양은 연간 약 12만 톤으로, 이는 태평양 도서 국가인 피지(Fiji)가 같은 기간 잡은 참치 어획량의 40배 가까이 됩니다. 우리의 식탁을 위해 그들의 삶을 파괴하고 있는 셈입니다.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면 바다는 물이 있는 사막이 될 것입니다.” 그린피스 아프리카 해양 캠페이너인 라울(Raoul)이 영화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입니다. 우리의 식탁만 풍요롭게 한다면, 바다를 삶의 바탕으로 살아가는 사람들과 생물들은 빈곤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