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초, 호주 케언즈(Cairns)에서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FC)의 제10차 연례회의가 열렸습니다. 이번 회의에서 태평양 지역의 눈다랑어 남획을 막는데 필요한 보존 및 관리방안을 둘러싼 논의를 했지만, 별다른 진척 없이 교착 상태에 빠졌습니다. 이번 회의는 남획을 막을 방안에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솜방망이 수준의 몇 가지 조치에 합의하는데 그쳤습니다. 그나마 합의된 조치도 귀중한 참치자원의 암울한 현실을 개선하는데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회의는 수 킬로미터에 이르는 낚시줄을 한번에 펼치는 연승어선단의 규제하고, 공해의 주요 지역에 어선 출입을 금지하는 조치에도 합의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한국 정부 대표단은 중서부 태평양에 있는 공해 지역 한 곳을 폐쇄하자는 제안에 반대했습니다. 중서부 태평양에서 수산자원 불법 포획이 계속될 경우, 상황을 악화시키는 해상 환적 행위 또한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는데도 말이죠.

또한, 선망어선의 파괴적인 어업방식인 집어장치(FAD) 사용 규제를 강화하지도 못했습니다. 향후 3년 동안 집어장치 사용을 규제할지에 대한 논의만 했을 뿐, 어떠한 진전도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현재 집어장치 사용금지 기간을 유지하기로 했을 뿐 추가 규제가 없어, 내년에는 현행대로 4개월 동안만 집어장치 사용이 금지됩니다. 2015년과 2016년의 추가 규제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안타깝게도, 한국 정부 대표단은 과거 회의에서 보여줬던 모습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침묵만 유지했습니다. 저는 한국 대표단이 6개월 간 집어장치 사용을 금지하자는 제안에 보다 적극적인 리더십을 보여주기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부질없는 기대였습니다.

이번 회의 결과는 장기적으로 그 누구에게도 전혀 이롭지 않습니다. 수산자원이 감소함에 따라 수산자원을 포획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죠. 이제는 수산물의 주요 소비시장인 한국, 미국, 유럽연합(EU)이 집어장치를 사용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잡은 수산물만을 구입하기 위한 행동을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글: 랑이 토리바우(Lagi Toribau) / 그린피스 서울 사무소 프로그램 매니저

아래는, 올해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 연례회의가 시작하기 전날 태평양의 연승어선단 바로 옆에서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한 배너 액션을 담은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