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는 세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10대 기업 중 하나입니다. 우수한 품질의 레고 블록 장난감에 대해 자긍심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등 환경적으로 모범적인 기업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바람직해 보이는 기업이 북극에서 원유를 시추하는 석유기업 쉘(Shell)과 파트너 관계인 사실을 아시나요?

 

레고와 쉘의 파트너 관계는 의외로 오래 되었습니다. 레고는 1970년~1992년까지 쉘 로고가 들어간 세트를 제작해서 판매했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 쉘은 대외적인 이미지 개선을 목표로, 약 866억 원(5천만 파운드) 규모의 공동 프로모션을 레고와 진행했습니다.  

2012년부터는 두 기업이 글로벌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쉘 주유소에서는 주유하는 고객에게 레고 F1 미니카를 사은품으로 주거나 구매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 프로모션을 통해 쉘은 글로벌 기준으로 평균 매출이 7.5% 증가했고, 약 1,176억 원(1억 1천6백만 달러)의 홍보 가치도 얻었습니다. 특히, 쉘에 대한 고객 충성도가 52%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쉘은 레고와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며, 사랑스러운 레고 장난감들을 이용해 추악한 기업 이미지를 세탁하고 있습니다.

쉘은 세계 최대 원유사로 대규모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기업입니다. 쉘은 북극의 보퍼트 해(Beaufort Sea)와 추크치 해(Chukchi Sea) 등에서 시추작업을 한 적이 있는데, 안타깝게도 안전에 있어서는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지난 2012년에는 알래스카 북쪽에서 원유시추 테스트를 실시했는데, 알래스카 자연보호구역 인근에서 쉘의 시추선인 쿨룩(Kulluk)호가 좌초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바다에 시추선이 떠있을 경우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데, 이를 피하고자 당시 바다 상태와 일기예보를 무시하고 폭풍을 뚫고 시추선을 예인하다 사고를 낸 것입니다. 사고 조사 결과, 쉘은 허가도 받지 않고, 안전사고에 대한 대처법도 갖추고 있지 않았습니다.

위험한 기업인 쉘이 원유를 시추하는 북극은 현재 어떤 상황일까요?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북극은 과거에 비해 더워졌습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2007년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 북극의 평균 기온은 거의 2배 정도 올랐습니다. 북극의 온도가 상승한 것뿐만 아니라, 빙하도 많이 녹았습니다. 지난 30년간 우리는 북극해 빙하의 75%를 잃었습니다. 또한, 1958년과 1990년을 비교했을 때 빙하의 두께도 약 40% 얇아졌습니다. 즉, 북극의 빙하는 점점 더 얇아졌고 그마저도 ¼만 남은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2030년 여름이 되면 북극해에는 빙하가 없을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북극에서 원유를 시추하는 쉘, 그리고 쉘과 손잡는 레고. 이 둘의 관계를 끊고, 북극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주부터 레고나라 시민들이 나섰습니다. 영국, 홍콩, 아르헨티나 등 전 세계 10여 개국에서 레고 미니 피규어들이 그 나라를 대표하는 장소를 배경으로 북극 보호 메시지를 담은 배너를 든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시청, 광화문 광장, 경복궁 앞에서 미니 피규어들이 북극 보호를 외쳤습니다.

여러분도 이 북극 보호 운동에 함께 할 수 있습니다. 레고에 쉘과의 관계 청산을 요구하는 서명, 이 글을 읽는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가능합니다. [서명하기]

 

글: 서우민 / 그린피스 서울 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