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록에게 먹이를 주고 돌아섰는데, 갑자기 쓰러져서 죽어버렸어요. 죽은 순록은 마치 공처럼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죠. 우리는 무더위가 원인이라고 생각했어요. 순록들은 아직 겨울철의 두꺼운 털을 두르고 있었으니까요. 우리 이웃 중에는 50마리를 잃은 사람도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순록의 비극

알렉세이 네냥가 씨는 네넷족 원주민으로, 러시아 북부 야말반도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여름 급격히 지역을 덮친 탄저병으로 키우고 있던 순록 대부분을 잃고 말았습니다.

“사람들은 대피했고, 개들은 안락사를 시켰습니다. 우리가 살던 천막과 썰매를 포함해서 모든 걸 불태웠죠.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요. 그리고는 안정을 되찾는 것 같았어요. 나라에서 새 천막을 지어주었고 우리는 보상금을 조금이라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졌지요. 하지만 도움은 잠시 뿐이었고, 앞으로 어떻게 될 지 확실한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비극이 지나간 후, 기후 학자들은 이 탄저병 발생의 원인이 비정상적으로 뜨거웠던 여름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거의 한 세기 동안 위험한 세균을 품고 있었던 고대의 영구동토(일년 내내 얼어있는 땅)가 녹아 내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야말로-네넷 지역 당국은 기후변화에 회의적인 입장이었지만, 놀랍게도 이 분석에는 신속하게 동의했습니다. 그 이유는 곧 밝혀졌는데, 전염병의 또 다른 원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편리하게 돌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2007년 지역 당국은 분명한 이유도 없이 정기적인 순록의 탄저병 예방 접종을 취소했었던 것입니다.

순록의 다음 차례는 누가 될까요?

기후변화와 당국의 예방 접종의 부족으로 발생한 탄저병은 12살 소년의 목숨까지 앗아갔습니다. 400여 명이 대피해야 했고,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사람들은 항생제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불행하게도 탄저균에 감염된 툰드라 지역의 2천 마리가 넘는 순록들은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우리 삶에서, 목동이 순록을 모두 잃는다면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아무것도요.”
기후변화는 이미 이 지역에 큰 타격을 주었습니다. 2년 전, 야말 반도에서 발생한 기상이변으로 지금보다 더 많은 숫자의 순록을 잃었습니다. 처음에는 지나치게 더웠다가 순식간에 엄청난 폭설이 쏟아지고 얼어붙을 정도로 추운 날씨로 돌변해버렸습니다. 그 결과, 툰드라 표면은 눈에서 얼음으로 바뀌었습니다. 58,000여 마리의 순록이 그 해에 굶주려 죽었습니다. 먹이가 모두 얼음 아래 얼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얼음 아래서 먹이를 꺼내보려고 애를 쓰다가 발굽을 다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 목동의 이야기는 툰드라 지역 전체에 퍼졌습니다. 2년 전, 그는 툰드라가 얼어붙었을 때 300마리의 순록을 잃었습니다. 그 후 2년동안, 그는 남은 100마리의 순록을 데리고 야로토 호수로 이주했습니다. 그 곳은 공교롭게도 이번 탄저병의 진원지였습니다. 올해 다시 비극이 덮쳤고 그에게 이제 남은 것은 순록 단 한 마리뿐입니다.

기후변화의 여파는 수백 년 간 원주민들이 순록을 방목하며 살아온 고대의 영구동토 야말 반도와 툰드라 지역에서 고통스럽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곧 이곳에서 살아남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그 동안 한 번도 바꾸지 않았던 삶의 터전을 옮길 것입니다. 지구 가장 꼭대기의 북쪽 땅은 커다란 위험에 처했고,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그때는 피해를 입는 것은 순록만은 아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