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호주 최대 참치캔 브랜드 “존웨스트 오스트레일리아”가 파괴적인 조업방식인 집어장치를사용해 어획된 참치를 더 이상 시장에 유통시키지 않는다고 전면 선언했습니다. 집어장치는 해양생태계를 파괴하고, 남획 및 혼획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입니다. 국내에서도 지속가능한 참치를 좀 더 쉽게 만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원하며, 지속가능한 바다를 위해 용기있는 결단을 내린 호주의 수산물 기업 존웨스트 오스트레일리아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존웨스트 오스트레일리아는 (John West Australia)는 호주 참치 내수 시장의 40%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호주 최대 참치캔 제조 회사이자 수산물 기업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 존웨스트는 “존웨스트가 거부하는 수산물이 존웨스트를 최고로 만듭니다”라는 문구를 사용한 광고 시리즈로 굉장히 유명했었습니다. 그 당시엔 이 광고 문구가 존웨스트에서 유통하는 연어가 얼마나 맛있는지를 홍보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죠.

그런데 최근, 실제로 존웨스트가 거부한 수산물이 존웨스트를 최고로 만드는 멋진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회사가 파괴적인 어업방식인 집어장치(Fish Aggregating Device: FAD)를 사용해 잡은 참치는 더 이상 유통시키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입니다.

집어장치는 어획에 사용되는 부유물로, 그 주변에 거대한 그물이 설치됩니다. 참치를 비롯한 많은 해양동물들은 부유하는 물체에 본능적으로 끌리는 성질이 있어, 마치 자석에 끌리듯 집어장치 주위로 모여들게 됩니다. 이렇게 한데 모인 해양동물들을 거대한 선망(purse seine nets)으로 한꺼번에 낚아 올리는 것입니다.

집어장치는 많은 양의 물고기를 매우 손쉽게, 그리고 한번에 낚아 올리게 해주는 장치이지만, 집어장치의 사용으로 인해 지나치게 많은 양의 물고기가 잡히는 남획(overfishing) 문제가 발생합니다. 또한 집어장치를 사용하면서, 참치의 치어(稚魚)와 멸종위기에 처한 상어를 포함한 다양한 해양생물들의 혼획(bycatching)이 거의 7배나 증가했습니다.

지난 2012년, 존웨스트 오스트레일리아는 그린피스와 우리의 후원자들에게 파괴적인 집어장치로 잡은 참치는 유통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이번에 집어장치로 잡힌 참치를 전면 거부하고 있다고 공식 선언함으로써, 마침내 그 약속을 지키게 된 것입니다. 참치업계는 아주 오랫동안 집어장치 사용을 중단하는 것이 “불가능한 요구”라고 주장해왔습니다. 존웨스트 오스트레일리아가 지난 2012년 우리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까지의 과정도 결코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따라서 존웨스트 오스트레일리아의 이번 결단은 큰 의미를 갖는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 2010년 그린피스 호주사무소는 호주 소비자를 위한 참치캔 가이드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가이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일부 참치캔 회사들은 자사가 공급받는 참치가 어느 바다에서 잡혀 오는지, 심지어는 어떤 어종인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자신들이 유통시키는 참치가 남획된 종은 아닌지, ‘샤크피닝(Shark finning)’과 같이 비윤리적 행위가 여전히 허용되는 해역에서 잡아 올린 것은 아닌지조차 알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샤크피닝은 상어를 잡아 지느러미만 도려 낸 후, 다시 바다에 내던지는 행위을 말하는데 현재 서태평양에서는 법적으로 금지되고 있습니다.)

지느러미만 잘린채 바다로 버려지고 있는 상어

<지느러미만 잘린채 바다로 버려지고 있는 상어>

바다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짚고 넘어가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참치업계의 과잉어획능력(overcapacity)입니다. 물론 흥미로운 주제는 아니지만 우리 모두에게 정말 중요한 문제임은 분명합니다.

수산업계의 과잉어획능력은 너무 많은 배가 점차 고갈되고 있는 부족한 어족 자원을 무차별적으로 낚아 올리고 있는 실태를 말합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다양한 해양생물이 혼획돼, 죽은 채로 바다에 버려집니다. 앞서 말씀 드린 집어장치가 바로 이 과잉어획능력 문제를 증폭시키고 있는 주범인 것입니다.

경쟁에 내몰린 업체들은 가장 효율적으로 최대한 많은 양의 물고기를 낚기 위해 집어장치를 사용합니다. 매년 줄어들고 있는 참치의 어획량으로 인해 대규모의 글로벌 수산물 기업들이 계속해서 집어장치를 사용해 참치를 어획하고 있고 어선의 수를 늘리고 있습니다. 마치 집어장치에 중독이라도 된 것 같습니다. 이 회사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가장 값싼 수산물을 계속해서 공급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 결과 바다에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는 상관하지 않는 듯 합니다.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입을 모아 수산업계의 남획으로 바다가 통제불능 상태에 빠지고 있다고 경고하지만,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업들은 이런 경고마저 무시합니다.

2014년 한 해 동안 참치업계는 총 4백8십만여 톤의 참치를 낚았습니다. 이 중 상당수는 참치캔의 주원료인 가다랑어였고, 대부분 파괴적인 집어장치를 사용해 잡아 올려졌습니다. 참치업계의 파괴적 조업을 막기 위한 제재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지금으로부터 3년하고도 3개월 전, 저는 그린피스의 활동가로서 호주 멜버른에 위치한 존웨스트 오스트레일리아 본사의 건물 옥상에 상어복장을 하고 올라가 캠페인 액션을 벌였습니다. 우리는 액션 현장에 커다란 조형 참치캔을 설치했고, 이 참치캔에서 가짜 피가 품어져 나오는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그 이후로도 그린피스 호주사무소는 존웨스트를 풍자하는 영상 광고물 제작, 거리 현수막 설치 등 다양한 활동을 했고, 존웨스트 오스트레일리아의 회사 행사에 나타나 캠페인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아주 단호하고도, 큰 목소리로 우리의 요구를 지속적으로 전달한 끝에, 마침내 존웨스트가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약속한 것입니다.

2012년 존웨스트 오스트레일리아 본사 건물에서 직접행동을 펼치고 있는 그린피스 활동가들

<2012년 존웨스트 오스트레일리아 본사 건물에서 직접행동을 펼치고 있는 그린피스 활동가들>

이번 캠페인의 성과는 업계의 다른 기업들에게 본보기가 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특히나 큽니다. 2012년 존웨스트가 처음으로 집어장치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한 이후로, 호주의 다른 모든 참치캔 브랜드들도 존웨스트의 결정을 뒤따랐습니다. 그러나 호주의 참치어획은 년간 5만톤에 지나지 않아, 전 세계적으로 볼 때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합니다.

올해 그린피스는 세계에서 가장 큰 참치캔 제조사이자, 전 세계 수많은 유명 참치브랜드의 모회사인 타이유니온(Thai Union)을 상대로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영국 브랜드인 ‘존웨스트 UK’도 타이유니온의 자회사입니다. 이름은 같지만, 영국의 존웨스트는 이번에 집어장치 사용을 포기했다고 밝힌 존웨스트 오스트레일리아와는 별개의 기업입니다.)

타이유니온은 연간 무려 60만톤이 넘은 참치를 어획하는 초거대 글로벌 참치기업입니다. 그야 말로 업계의 선두주자인 셈이죠. 그런데 타이유니온은 집어장치와 같은 파괴적인 어획방식을 고수하고 있을뿐 아니라, 규제를 피해 연승선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참치뿐 아니라 이 회사가 운영하는 다양한 수산물의 어획 및 제조 과정에서 노동확대와 인권유린이 벌어졌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이 회사의 파괴적인 조업방식의 면면이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타이유니온을 포함해, 파괴적인 방식으로 조업하고 있는 참치업계에 변화를 가져오고자 하는 그린피스의 해양 보호 캠페인은 바다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하는 우리 모두를 위한 싸움입니다. 즉, 우리의 삶을 가능케 해주는 자연 생태계를 원래대로 복원시키기 위한 싸움인 것입니다.

우리가 지켜야할 아름다운 바다 

건강한 바다는 인간의 삶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해양생태계는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의 기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우리가 숨쉬는 공기의 주 공급원이 되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에게 먹거리를 제공하고, 또 수많은 사람들의 생계 수단이 되어 줍니다.

존웨스트 오스트레일리아가 이번에 파괴적인 어업방식을 이용해 잡힌 수산물의 유통을 중단하기로 한 결정은 앞으로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더 큰 변화의 시작을 열어주는 의미 있는 변화가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바다를 위해!

(그리고 여러분이 좋아하는) 참치 샌드위치(한국에서는 참치 김밥(?))의 미래를 위해! ☺

존웨스트 오스트레일리아가 혼자 춤추는 외로운 댄서가 아니라, 많은 이들과 함께 추는 춤을 만들어 가는 선구자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 글: 나다니엘 펠레(Nathaniel Pelle) / 그린피스 호주사무소 해양 보호 캠페이너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 오스트레일리아에 처음 게시된 글을 번역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