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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페란자호는 지난 3주 동안 태평양에서 불법 어업 감시 활동을 벌인 후, 필리핀 마닐라에 정박했습니다. 그린피스는 태평양 해상에서 벌어진 불법 행위와 제도적인 허점을 악용한 조업 활동을 낱낱이 기록했습니다.

그린피스는 에스페란자호로 정찰하면서 공해에서 벌어지는 심각한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해적 어업’(pirate fishing)입니다. 우리는 인도네시아 영해에 접하는 공해에서 4 척의 어선을 발견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인도네시아의 KM Starcki 10호와 11호, 필리핀의 SAL 19호가 캄보디아 국기를 달고 있는 Heng Xing 1호에 어획물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캄보디아 국기를 단 어선은 중국 회사 소유의 어선으로 밝혀졌습니다. 우리를 발견하고 그들은 곧바로 흩어져서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도망가는 행위는 합법적인 어업 활동 중이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일로, IUU(불법, 비규제, 비보고) 어선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행태였습니다. 이처럼 공해에서 IUU어선이 벌이는 해상 전재(해상에서 어획물을 운반선으로 옮기는 행위)의 문제점은 어획물을 어디에서, 어떻게, 누가 잡았는지 확인할 길이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이를 모르고 어족자원을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린피스가 태평양에서 가져온 불법 어업에 대한 기록과 증거에도 불구하고,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중서부태평양의 참치 자원을 관리하는 국제수산회의, WCPFC)에서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 회원국들은 잇속 채우기에 급급했습니다. 회원국들은 태평양의 어족자원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 이행에 실패했으며, 오히려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는 눈다랑어와 황다랑어를 계속해서 고갈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산업적 어업활동의 증가와 파괴적인 어업 방식의 사용으로 인해 참치 개체수는 전 세계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참치 조업 중에 사용한 집어장치 때문에 멸종 위기에 처한 참치 치어와 다른 해양 생물들이 희생되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의 과학위원회에 소속된 과학자들이 파괴적인 집어장치의 사용 금지 기간을 최소 6개월 이상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조언했음에도, 회원국들은 현재 금지기간인 3개월에서 겨우 한달 연장한 4개월로 합의하는 데 그치고 말았습니다.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의 가장 실패한 결정은, 지난 2008년 회의 때 금지한 태평양 공동해역(공해 포켓)에서의 조업 활동을 올해3월 괌회의에서 다시 허가하기로 합의한 것입니다. 이는 명백히 잘못된 결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는 지난 실수를 만회하는 대신, 제도적 허점을 이용한 불법 행위가 태평양에서 계속 자행되도록 내버려뒀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상어 보호를 위한 조치도, 고래상어가 있을 때 투망하는 행위를 금지한 것 외에는 나아진 바가 전혀 없습니다.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는 샥 피닝(상어를 잡아 지느러미만 잘라내고 버리는 행위, shark finning)이나 참치 연승 어업 중 상어가 부수적으로 걸려 희생되는 혼획을 막기 위한 강력한 규제를 만들고, 어획량 제한을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데에도 모두 실패했습니다.

오늘은 태평양의 참치 그리고 다른 해양 생물들에 비통한 날입니다. 그리고 4주 동안 바다에 직접 나가 우리 모두의 바다를 싹쓸이하고 파괴하는 것을 직접 목격한 저에게도 매우 가슴 아픈 날입니다. 

 

글: 주완빈 해양 캠페이너 /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