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없는 바다를 위해 우리가 함께 만든 작지만 큰 파동

Feature Story - 2017-02-13
고래의 뱃속을 가득 채운 플라스틱 비닐, 매일같이 쓰고 버리는 페트병, 각종 일회용품, 화장품, 생활용품 속 미세 플라스틱… 플라스틱 오염이라는 거대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가야 할까요? 마이크로비즈 퇴출이라는 작은 파동으로부터 플라스틱 없는 바다를 위한 더 큰 물결을 만들어가요!

 <소트라 섬 해안에 쓸려나와 죽음을 맞이한 민부리 고래의 뱃속을 가득채우고 있던 30여 개의 플라스틱백
사진제공: Terje Lislevand(좌), Christoph Noever(우)>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에서 남서쪽으로 약 200km 떨어진 소트라(Sotra)섬. 최근 이곳에서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운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바로 무게가 무려 2톤에 달하는 거대한 민부리 고래(Cuvier's beaked whale)가 처참한 모습으로 해안에 쓸려나와 있었던 건데요. 충격적이었던 것은 바로 이 고래의 몸 속에서 각종 빵봉투, 사탕포장지를 포함, 무려 30여 개의 비닐백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발견 당시 플라스틱 쓰레기로 위가 가득찬 고래는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였고, 소화기관에는 먹이를 먹은 흔적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더이상 생명 유지가 불가능한 상태의 고래는 결국 안락사로 죽음을 맞이했죠.

 

 

플라스틱으로 인해 죽음을 맞이한 고래, 또 벌어질 수 있는 일

충격적인 사진과 함께 다수의 해외 언론 및 국내 언론에 소개된 이 사건은 사실 바다에선 종종 벌어질 수 있는 일입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고 버리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매년 8백만톤씩 바다로 흘러가 먹이사슬 맨 위 고래부터 가장 작은 동물성 플랑크톤까지 모든 해양생물들을 위협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고 버리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매년 8백만톤씩 바다로 흘러가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매년 8백만톤이라니…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시나요? 마트에서 쉽게 살 수 있는 2리터짜리 큰 플라스틱 생수병이 약 32그램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간단한 산수로 환산해 보면, 무려 2L짜리 페트병 2,450억 개와도 맞먹는 수치입니다.

“아무리 바다가 넓다한들 대체 언제까지 플라스틱의 공격을 견뎌낼 수 있을까요?”

각종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제품들이 우리 일상 깊숙이 침투했고, 플라스틱 없는 하루는 이제 상상하는 것조차 쉽지 않아졌습니다. 하지만 그 편리함 이면에 외면하고 싶은 현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을 더 무겁게 하는 건, 이렇게 눈으로 볼 수 있게 드러난 것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단 사실입니다. 실제로 바다에 존재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대다수는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형태로 존재합니다. 해양학자들에 따르면 바다에 거대한 섬을 이루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 대부분이 잘게 부서져 쌀알보다 작은 크기로 떠다니고 있는데, 지름 1mm 미만의 플라스틱 조각이 바다를 떠다니는 전체 플라스틱 쓰레기의 61%를 차지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이렇게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오히려 작은 크기 때문에 더 많은 해양 동물의 체내에 축적될 수 있습니다.

작아서 더 치명적인 미세 플라스틱 쓰레기들

 

작은 것부터 시작해 만드는 큰 변화

해양 플라스틱 오염이라는 거대한 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그린피스는 바꿀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한 걸음, 또 한 걸음씩 플라스틱 오염에서 자유로운 바다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7월 시작한 그린피스의 “마이리틀플라스틱” 캠페인은 그래서 생활용품 속 미세 플라스틱, “마이크로비즈부터 제거하자”고 요구했습니다.

반년이 지난 지금, 어떤 변화들이 있었을까요?

우리가 함께 만든 작지만 큰 변화들

1. 마이크로비즈가 가장 빈번히 사용되는 제품군인 씻어내는 화장품과 치약 등 일부 의약외품에서 미세플라스틱 금지 조처가 내려졌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제2017-3호; 식품의약품안전처 공고 제2017-43호). 이로써 오는 7월부터는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씻어내는 화장품과 일부 구강용품에서 마이크로비즈가 전면 금지됩니다.

2. 이 결정을 발표한 식약처는 규제의 근거로 “환경오염”을 들었습니다. 식약처가 환경오염을 근거로 화장품법과 약사법을 개정한 최초의 사례가 만들어졌습니다.

3. 규제대상이 된 제품 외에, 세탁용 세제, 청소용 연마제, 메이크업 제품 등 더 다양한 제품에서 사용되는 미세플라스틱의 위험성과 환경오염도 등에 대한 행정부처의 조사가 시작됐습니다.

4.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미세플라스틱 금지 발표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제일 먼저 ‘마이크로비즈 청정해역 법안’을 만들어 물꼬를 튼 미국에 이어, 영국, 대만, 캐나다, 아일랜드, 프랑스, 등등… 많은 나라들이 변화를 시작했죠. 특히 프랑스는 최근 얇은 비닐백과 일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도 금지해 더 진일보한 변화를 보여주었습니다!

이 모든 변화의 주인공이자 그린피스 ‘마이리틀플라스틱’ 캠페인의 승리를 만든 건 바로 여러분입니다. 함께 목소리를 내고, 소셜미디어 에서 캠페인 메시지를 공유하고, 서명에 동참하고, 마음으로 지지해주신 모든 분들... 함께 해주신 여러분이 없었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었던 변화들입니다!

 

하나의 파동이 만 개의 물결로

물론 우리는 플라스틱 쓰레기라는 거대한 문제와 여전히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문제를 조금씩 조금씩 해결해 나가는 데에는 앞으로도 오랜 시간과 더 큰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하지만, 작은 파동이 모여 조금 더 큰 파동을 만들고, 그 파동들이 또 모여 물결을 만듭니다. 변화의 물결이 흐름을 타면, 더 큰 변화도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린피스는 여성환경연대, 더민주 강병원 의원실과 연대해 마이크로비즈 규제 제품군 확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마이크로비즈뿐 아니라 생활 속 다양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해서 캠페인을 벌일 것입니다.

<독일의 한 강변에서 수거된 플라스틱 쓰레기들 © Dennis Reher / Greenpeace>

생활 속 플라스틱 줄이기에 동참해 주시고, 앞으로 그린피스가 만들 또 다른 변화에 함께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글: 박태현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선임 해양보호 캠페이너

 

플라스틱 없는 바다를 위해 그린피스 후원하기

미세 플라스틱 퇴출위해 캠페인 서명 동참하기

카테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