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에 나타난 플라스틱 고래 이야기

Feature Story - 2017-08-30
태풍 노루가 부산 해운대를 비껴간 지난 8월 13일과 15일. 해수욕장에 거대한 플라스틱 고래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그린피스 해양팀이 준비한 일회용 플라스틱 고래인데요. 그린피스에서 직접 해운대를 찾아가 불필요한 일회용 플라스틱이 얼마나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지 되돌아보고 이를 줄이기 위한 우리의 역할이 무엇인지 시민과 직접 대화를 나눠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해운대 해수욕장 해변에 나타난 플라스틱 고래 설치 조형물<해운대 해수욕장 해변에 나타난 플라스틱 고래 설치 조형물>

태풍 ‘노루’가 올 뻔 한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 무엇인가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각종 일회용 페트병을 철골 구조에 매달아 만든 고래 형태의 부스였습니다.

왜 고래였을까요? 고래는 플라스틱 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표적인 바다 동물입니다. 지난 3월 노르웨이의 한 해변에는 뱃속에 일회용 비닐봉지를 가득 품은 채 죽은 고래가 떠밀려와 화제가 되었었죠. 인간이 무심코 버리는 플라스틱으로 인해 해양 생물이 고통받고 목숨이 위협받고 있다는 메시지를 모래사장에 나타난 거대한 플라스틱 고래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후원자들이 기증해준 일주일 치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전시하여 객관적으로 일상 속 플라스틱 쓰레기를 볼 수 있는 코너<후원자들이 기증해준 일주일 치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전시하여 객관적으로 일상 속 플라스틱 쓰레기를 볼 수 있는 코너>

내가 지난 1년 동안 사용한 플라스틱은 몇 개나 되는지 플라스틱 뭉치를 들어보며 가늠해보는 코너 <내가 지난 1년 동안 사용한 플라스틱은 몇 개나 되는지 플라스틱 뭉치를 들어보며 가늠해보는 코너>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의 예술감독 김정아 작가의 ‘Dinner 2011’<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의 예술감독 김정아 작가의 ‘Dinner 2011’>

플라스틱이 어떤 경로를 통해 우리에게 돌아오는지 설명해주는 한쪽 벽면에 꾸며진 인포그래픽<플라스틱이 어떤 경로를 통해 우리에게 돌아오는지 설명해주는 한쪽 벽면에 꾸며진 인포그래픽>

이번에 진행한 고래 부스가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바로 그린피스만이 아닌 후원자, 그리고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했기 때문입니다.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린피스는 후원자에게 ‘플라스틱 쓰레기 기부’를 요청했었습니다. 많은 분이 기꺼이 가정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예쁘게 갈무리하여 보내주셨습니다. 이렇게 모인 플라스틱 쓰레기는 고래 부스 곳곳에 부착되어 작품으로 전시되었습니다.

동아시아 바다 공동체 오션 예술감독 김정아 작가의 ‘빈자리’ <동아시아 바다 공동체 오션 예술감독 김정아 작가의 ‘빈자리’>

또한 국내에서 오랫동안 바다 쓰레기를 주제로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오신 동아시아 바다 공동체 ‘오션’의 예술감독으로 계시는 김정아 작가님과 함께 작품을 기획했습니다.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각종 바다 쓰레기 때문에 사라지거나 다치는 소중한 동물 및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의미를 담은 작품을 만들고자 했죠. 그렇게 완성된 ‘빈자리’를 전시했습니다.

성공적인 이벤트 진행의 주역인 활동가와 자원봉사자들<성공적인 이벤트 진행의 주역인 활동가와 자원봉사자들>

사실 이번 행사의 숨은 주인공은 바로 그린피스 활동가와 자원봉사자분들이었습니다. 고래 벽면을 만드는 힘든 과정 뒤에는 부산 지역 재활용센터를 방문해 일정량의 페트병을 색깔, 크기 별로 수거하여 구멍을 뚫고 플라스틱과 플라스틱을 직접 꿰었던 이들의 빛나는 노력과 땀이 숨어있었습니다. 또한, 그린피스의 목소리와 얼굴이 되어 시민을 직접 만나고 그린피스가 준비한 이야기를 들려준 부스 봉사자분들이 없었다면 고래 부스의 성공적인 운영은 불가능했을 겁니다.

플라스틱 오염은 남획과 기후변화와 더불어 우리 소중한 바다를 위협하는 3대 요인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재활용도 재사용도 아닌 원천에서의 사용량을 줄이는 것입니다. 그린피스는 이날 오염을 줄이기 위해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전달했습니다. 이 변화가 지금 당장 시작되어야 한다는 사실도 함께요.

부스를 찾아온 많은 분이 기업엔 기업의 역할이, 정부는 정부의 책임이 있으며 시민은 그들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변화의 시작이 있다는 사실에 깊이 공감하셨습니다.

그린피스 이벤트 부스를 방문하여 깊은 공감을 해주시고 지지해주신 시민들<그린피스 이벤트 부스를 방문하여 깊은 공감을 해주시고 지지해주신 시민들>

플라스틱 오염이 심각한 문제라는 사실은 모두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열쇠가 우리 손에 있으며, 그 방법이 우리가 생각하기보다 훨씬 쉽다는 것을 아는 이는 별로 없죠. 바로 이 생각의 씨앗을 가슴 속에 가져가시는 모습을 보며 플라스틱 없는 더 멋진 미래를 희망해볼 수 있었습니다.

2016년 8월, IFC에서 열린 마이크로비즈 행사에 뒤이어 다시 한번 시민을 직접 만나 대화 할 기회를 마련할 수 있어서 더욱 뜻깊었던 이번 부산 고래 부스 이벤트. 앞으로도 그린피스가 준비할 플라스틱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에 대한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글 : 그린피스 해양 보호 캠페이너 김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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