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의 미래, ‘산이’를 핵 발전소로부터 지켜주세요!

Feature Story - 2012-10-17
고향을 사랑하고 이웃과 가족을 아끼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가 있는, 동해안의 아름다운 도시에 대해서 얘기하고자 합니다. 평범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그들의 고향을 위협하는 핵발전소 건설을 막기 위해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그 도시는 바로 ‘삼척’입니다.

삼척의 어린이, 산이

저는 오늘 이 글을 ‘그린피스의 캠페이너’가 아닌 이희송이라는 한 ‘개인’의 자격으로 쓰고자 합니다. 

그래서 저에 대해 간략한 소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포항시 북구 송라면 대전리라는, 앞에는 동해바다가 있고 뒤로는 아름다운 산들로 둘러싸인 100여 가구도 안 되는 아주 작은 시골에서 태어난 소위 ‘촌놈’입니다. 저는 제가 태어난 고향을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아직도 어린 시절 가족, 친구들과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뛰놀던 고향마을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한편으론, 세월이 지나면서 현대화, 도시화라는 시대의 흐름을 타고 마을 사람들이 떠나면서 판 시골 앞산과 들에 골프장, 채석장, 기계공장들이 들어서는 것을 보며 제가 그토록 아꼈던 고향마을이 변하는 모습에 너무나 마음 아파했던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 중에서도 골프장 들어설 때가 가장 아픈 기억으로 아직 제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힘없고 많이 배우지도 못한 시골마을 사람들은 골프장이 들어서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지 모른 채 ‘마을에 경제적 도움이 되고 보상금도 준다’라는 달콤한 말들에 속아 제대로 된 저항 한번 해보지 못하고 보고만 있어야 했습니다. 올해 93세의 저희 할머니께서는 지금도 왜 그때 저 흉측스러운 시설을 들어오게 내버려뒀는지 후회하고 계십니다. 동네 어르신들도 똑같은 마음입니다. 하지만 이미 돌이키기엔 늦어 버렸습니다. 이제 시골마을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제는 고향마을이 사라지지 않고 지금의 상태만이라도 유지되어 언젠가 저의 아이들이 아빠의 고향마을에 갔을 때 그곳의 아름다운 자연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먼저 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저와 같이 고향을 사랑하고 이웃과 가족을 아끼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가 있는, 동해안의 아름다운 도시에 대해서 얘기하기 위함입니다. 평범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그들의 고향을 위협하는 핵발전소 건설을 막기 위해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그 도시는 바로 ‘삼척’입니다.

2010년 말 삼척시가 일방적으로 정부에 신규원전유치 신청을 하면서 시작된 핵발전소 유치 찬반 논쟁은 다음 해인 2011년 12월 지식경제부에서 삼척과 영덕을 신규원전부지로 지정하면서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목격하면서 반대로 돌아선 대다수 주민들과 일부 찬성자들간의 대립이 날로 격해져 안타깝게도 삼척시 주민들이 둘로 나누어 져 버린 것입니다.

놀라운 점은 삼척에서의 핵발전소유치 반대가 최근의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삼척의 핵발전소 관련 시설 유치 반대는 20년 전인 1993년까지 거슬러 올라가 그 당시 정부는 삼척시 근덕면에 핵발전소 건설을 강행하고자 했지만, 이를 반대하는 대다수의 주민들은 위험한 핵발전소를 짓게 놔둘 수 없다며 일어났습니다. 1998년까지 6년간의 긴 투쟁 끝에 마침내 핵발전소가 들어서는 것을 막아냈습니다.

하지만 2004년 정부는 포기하지 않았고 다시 이 지역에 ‘핵폐기물처리장’을 건설하겠다고 했지만 삼척시민들은 다시 뭉쳤고 2005년 또다시 막아냈습니다.

핵발전소와 핵폐기물처리장 모두 막아낸 삼척시민들은 이제 더 이상 핵발전소 관련 시설을 지으려는 시도가 되풀이 되지 않을 거라 믿었지만, 다시 정부는 이를 비웃듯 후쿠시마 사고가 난 지 채 1년도 안 된 2011년 12월에 주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핵발전소를 강행하겠다며 삼척을 신규원전부지로 선정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힘겹게 싸워온 주민들이 느꼈을 허무함과 무력감을 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겁니다. 정말 이제는 지쳐서 포기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은 다시 일어섰습니다. 매주 수요일 반핵투쟁위 사무실에서의 미사와 촛불집회, 대규모집회 등 여러 방법을 통해 그 들은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했으나 삼척시 정부는 매번 그들의 목소리를 무시했습니다.

그리하여 마지막 선택으로, 주민동의 없이 핵발전소를 유치한 것은 민주주의를 말살한다는 요지로 핵발전소 유치의 장본인인 김대수 삼척시장에 대한 주민소환 운동을 시작하게 됐고, 주민들의 서명참여를 통해 마침내 오는 10월 31일 소환에 대한 주민투표를 실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우리는 일본에서 발생한 후쿠시마 사고를 봤고 아직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수십 년 동안  자국의 원전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 했지만 후쿠시마 사고가 났을 때는 정작 그 지역 주민들을 보호하는데 실패했습니다. 사고가 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아직도 후쿠시마 원전부지의 방사선량이 도쿄의 20,000배, 주변 20km는 그대로 버려진 유령마을이 되어 사람들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고 언제 돌아갈지도 모르고 있습니다. 삼척의 미래가 후쿠시마와 같아서는 안됩니다.

삼척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마 대도시에 사는 우리들에게는 먼 일로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전력의 대부분이 핵발전소에서 만들어지고, 그 발전소가 위치한 지역에 있는 사람들은 위험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왜 원자력발전소는 대도시가 아닌 경제적으로 낙후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사는 곳에만 짓는 것일까요? 어느 교수님이 한 말씀이 생각납니다. “원자력발전소가 그렇게 좋고 안전하다면 최적의 원전 입지조건을 가지고 있는 서울에 지으면 된다.” 여러분은 이 의견에 동의하시나요? 아마 많은 분들이 동의하지 않을 겁니다. 왜일까요? 핵발전소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위험한 핵발전소를 삼척에는 지어도 될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들은 똑같이 안전한 곳에서 살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핵발전소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자원은 무한합니다. 이것은 선택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선택한다면 핵발전소는 필요치 않습니다.

삼척시민들은 지금 여러분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그분들은 애기합니다. 반대운동을 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남들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고, 자신들만이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라고 합니다. 여러분들의 관심과 응원이 이분들에게 고향을 지키고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는 용기를 주는 큰 힘이 될 것입니다.

10월 31일의 주민소환 투표가 쉽지 만은 않을 겁니다. 설령 소환투표가 성공한다 해도 핵발전소 유치를 완전히 백지화 시키기 위해서는 앞으로 넘어야 할 더 큰 산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10월 31일의 승리는 앞으로의 더 큰 싸움에서 주민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고, 삼척의 핵발전소 유치 철회뿐 아니라 나아가 영덕과 핵발전소 없는 한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이제 갓 두 살 되는 한 남자아이의 이야기로 글을 마칠까 합니다.

삼척의 핵발전소 유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삼척핵발전소유치백지화위원회’의 사무실에는 갓 두 돌이 된 남자아이 ‘산’이가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사무를 도와주는 엄마를 따라 매일 나와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어린 산이가 밖에서 엄마랑 친구들이랑 놀아야 할 나이에 사무실에 나오는 게 너무 안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산이의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면 산이를 위해서라도 우리가 꼭 핵발전소를 막아야 한다고 매번 다짐한다고 합니다.

여러분 모두 같은 마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10월 31일, 우리 모두의 응원에 힘입어 삼척시민들은 또 다시 승리 할 것입니다.

 

글: 이희송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 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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