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자 이야기: 후쿠시마 2주기, 그리고 긍정의 힘

Feature Story - 2013-03-11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자리를 잡은 2011년 말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그린피스 활동에 늘 함께 해온 자원봉사자 솜한새 씨(17). 여느 때와 같이 지난 토요일(3/9)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후쿠시마 2주기 기념행사에도 함께 했는데요. 그린피스 핵심 봉사활동가로서 원자력에너지의 위험성과 기후변화에 대한 어른들의 결정, 함께 만들어가는 변화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전합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자리를 잡은 2011년 말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그린피스 활동에 늘 함께 해온 자원봉사자 솜한새 씨(17). 여느 때와 같이 지난 토요일(3/9)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후쿠시마 2주기 기념행사에도 함께 했는데요. 그린피스의 핵심 자원봉사자로서 원자력에너지의 위험성과 기후변화에 대한 어른들의 결정, 함께 만들어가는 변화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전합니다.

 

그린피스 자원봉사자 솜한새 군

뉴스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처음으로 보았을 때가 벌써 2년 전입니다. 당시 16살이었던 저는 원자력에 관해 특별한 관심이 없었습니다. 간혹 체르노빌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봐도 '옛날에 일어난 끔찍한 사고'로밖에 생각하지 못했으니까요. 원자력발전에 대한 지식도 많지 않았습니다. 그저 '저렴한 전력원이지만 위험할 수 있다'가 제가 알고 있던 바의 전부였습니다. 동물보호나 자연경관 보전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았던 반면에, 원자력발전은 자연과는 동떨어진, 인간사회만의 문제라고만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후쿠시마 사고를 보았을때도 별다른 충격을 받지 못했습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무수한 사람들이 안타까웠지만 원전사고가 그보다 더 심각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은 미처 생각하지도 못한 것입니다. 그러나 수 개월동안 사고 수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지켜보며 과연 원자력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린피스 활동에 함께 하며 원자력에너지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면서, 저는 자주 원자력발전이 양파같다고 느낍니다. 제가 어디에선가 들은 이야기들, 예컨데 지금의 원자력발전소는 안전하다 혹은 원자력은 저렴하다는 주장은 모두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원자력발전은 아직까지 논쟁중이고 답이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대안은 이미 나와있었습니다. 재생가능에너지 기술은 비싸고 현실적이지 않다는 기존의 생각은 완전히 무너져내렸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새로운 사실을 알아갈 때마다 커져가는 두려움은 대안의 기쁨을 무색하게 만듭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아직도 우리나라의 원자력발전소가 가지고 있는 위험이 실감 나지 않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비극이 우리나라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다른 나라 이야기같고, 만약 정말로 그러한 사고가 난다면 제 삶이 어떻게 변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현재의 참사를 보고도 원전사고가 아직 멀게만 느껴지는데, 하물며 기후변화는 어떨까요? 머리로는 최대의 환경재앙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지 몰라도 마음으로는 역시 다른 세상 이야기 같습니다. 가장 답답하고, 어른들에게 화가 나는 부분은, 이런 불확실함을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미 만들어진 핵폐기물은 좋던 싫던 우리의 몫이 되었습니다. 어른들의 반 세기동안의 실수로 인해 저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제 아이들 걱정까지 해야합니다. 어른의 관심 밖에서 사라지는 뭇 생명을 위한 사과 또한 우리에게 남겨졌습니다.

만약 세상의 모든 어른이 무책임했다면 저는 처음부터 원자력에 관심 갖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미래를 생각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제가 원자력의 위험에 대해 알고, 두려움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희망을 봅니다. 비록 원자력이 무섭더라도, 제 앞날이 불확실하더라도, 저와 똑같이 느끼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원자력 발전소 지역의 주민들, 저와 같은 청소년들 그리고 아이들을 생각하는 어른들까지, 핵 없는 세상을 원하는 동기는 다양할 것입니다. 저는 지난 3월 9일, 후쿠시마 원전사고 2주기 행사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긍정의 힘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우리는 두려움에서 태어난 긍정이 마침내 그 두려움을 물리치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저는 그 긍정이야말로 깨끗하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실현할 보통 사람들의 힘이리라 믿습니다. 

글: 자원봉사자 솜한새 / 그린피스 서울 사무소 

 

카테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