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 이야기] 자전거로 만난 원전 30km 사람들

Feature Story - 2013-08-22
지난달 부산 광안대교에 올라 비폭력 직접행동으로 원전의 위험성을 알리고 더 현실적인 방재계획을 요구했던 그린피스 활동가들을 기억하시나요? 이들은 최근 고리원전 30km 반경을 자전거로 순회하며 시민들을 만났습니다.
지난달 부산 광안대교에 올라 비폭력 직접행동으로 원전의 위험성을 알리고 더 현실적인 방재계획을 요구했던 그린피스 활동가들을 기억하시나요? 이들은 최근 고리원전 30km 반경을 자전거로 순회하며 시민들을 만났습니다.

 

저는 대만에서 온 활동가 이준따(Chun-Ta Lee)라고 합니다. 지난 7월 초, 저를 비롯한 네명의 활동가들은 광안대교 상공에서 52시간 동안 원전 위험을 알리는 배너를 걸고 비폭력 직접행동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혹시 모를 원전사고가 나면 343만 부산시민들이 위험에 처하게 됨을 알리고자 했지요.

광안대교 활동으로 조사를 받던 중 저는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한국의 원전정책은 한국의 일인데 외국인인 당신이 왜 시위합니까?” 대답은 간단합니다. 단지 한국만의 일은 아니기때문입니다.

대만에는 현재 3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고 1개가 추가적으로 건설 중에 있습니다. 이 원전은 13년 전에 지어지기 시작했음에도 끊이지않는 설계문제, 비리, 기계적 결함 등으로 여전히 건설이 끝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많은 이들이 수십년간 원전건설에 반대해왔고 70% 이상의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만 정부는 여전히 건설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경제적 라이벌인 한국이 지었다면 우리도 짓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합니다. 이렇듯 한국의 국제적 영향력이 커져갈수록 그 에너지 정책 또한 주변 국가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한국은 현재 원전 수출까지 추진 중입니다. 원전사고는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에서 보여졌듯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여파가 국경을 넘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2년도 더 지났지만 방사능 오염은 여전히 제어되지 않고 오염수는 태평양에 유입되어 전세계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세계 그 어느 곳에서도  일본정부가 저질렀던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됩니다. 인간과 자연에 미치는 위협을 생각했을 때 그것은 결국 한 국가만의 일도, 한 세대만의 일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고가 나면 결국 인류 모두가 책임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그런 일이 그 어떤 곳에서도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제가 한국에서도 활동하는 이유입니다.

광안대교 활동으로 저와 동료들은 출국을 금지당한 상태입니다. 예상보다 더 길게 머물러 있는 셈이지만 이 시간 동안 우리는 처음 알리고자 한 메시지를 계속 이어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8월 21일, 아침 햇살을 맞으며 고리원전 1km 지점에서부터 자전거 페달을 밟기 시작한 것도 바로 그 이유 때문입니다. 원전에서 25km 떨어진 양산제일고등학교와 21km 지점의 부산한살림, 그리고 해운대 생협과 해변까지 총 80km에 달하는 주행코스였지만 그 과정에서 만난 이들이 보내준 공감과 응원은 우리 모두가 함께 사는 이 지구에 긍정적인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확신을 주었습니다.

저는 한국이 고리를 비롯한 모든 원전을 서둘러 단계적으로 폐쇄하기를 바라며, 원전 없는 아시아를 함께 만들기를 바랍니다.

글: 이준따 (Chun-Ta Lee, 대만) 활동가 / 그린피스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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