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안전 대한민국을 위해 한 표를

Feature Story - 2014-06-02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서 우리가 무엇을 배웠는지 알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안전에는 보수도 진보도 없다.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시해온 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바란다면 이에 대한 구체적 공약을 가진 후보를 택하는 현명한 투표권 행사가 필요하다.

2013년 7월, 부산 광안대교 위에서 원전 위험지대(고리원전 반경 25km)임을 알렸던 활동가들

세월호 사고 뒤 많은 시민들이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떠올리고 있다. 세계 최고의 원전 밀집도와 세계 최다 수준의 원전 인근 인구 수(사고 시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30km 이내 거주민만 405만 명), 수명을 넘긴 노후 원전, 원전 마피아, 안전 문화 부재까지. 이런 상황에서 원전 사고를 걱정하는 것은 너무도 상식적이다.

물론 원전 사고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는 방법은 탈원전뿐이다. 그러나 모든 원전을 하루아침에 멈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탈원전 시점까지 가동 중인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하고, 만일의 사고에 대비한 적절한 방재대책이 요구된다. 그린피스는 지난해부터 다른 시민사회단체들과 비현실적인 한국의 방사능 방재계획 개선을 요구해왔다. 부산 광안대교에서 원전 위험성을 알리는 평화적 고공 시위를 벌였고, 정부와 국회를 대상으로 로비도 진행했다. 

그 결과 지난 5월 2일, 방재계획을 담은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 개정 법률안이 마침내 국회에서 통과됐다. 가장 큰 변화는 방사능 비상계획구역 확대다. 비상계획구역이란 원전 사고 시 인근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비상대책을 신속하고 집중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지역. 개정 내용에 따르면 원전에서 8~10km에 그쳤던 기초지역(방사선비상계획구역 설정의 기초가 되는 지역)이 최대 30km로 넓어졌다. 이는 법률에도 명시됐다.

하지만 법률 개정이 방재계획의 실질적 개선과 직결된다고 볼 수는 없다. 최종 비상계획구역 설정은 시·도지사에게 큰 권한이 있다. 또 지방자치단체는 방재 담당 인력과 예산을 정하고, 구체적 안을 만들 수 있다. 이제 주사위는 지자체에 돌아갔다. 시민들은 30km 인근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던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를 교훈삼아 비상계획구역이 30km로 지정될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할 것이다.

적극적인 의사 전달의 그 첫 번째 기회가 바로 이번 지방선거다. 원전이 있는 경남, 경북, 부산, 울산, 경주, 울진, 전남, 영광부터 신규 원전 후보지인 삼척과 영덕, 연구용 원자로를 가진 대전까지, 후보자들은 이미 방사능 비상계획구역 확대와 노후원전 폐쇄, 신규원전 취소를 통한 탈원전까지 다양한 공약들을 제시하고 있다. 원전에서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정책 선거’가 절실하다.

세월호 참사는 정부가 대형 재난 대응에 얼마나 무능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모든 정치는 다수의 무관심에 기초한다”는 언론인 제임스 레스턴의 말처럼, 이제 안전하게 지켜 달라고 ‘가만히 있어’서는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기억하자. 다가오는 6월 4일은 생명 주권의 대리인을 뽑는 날이다.

 

 글: 장다울 기후에너지 선임 캠페이너 /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 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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