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거리모금가, 한빛원전 앞에서 십자가를 들다

Feature Story - 2014-12-28
12월 8일, 한빛원전의 흉측한 대머리(원자로건물)가 보이는 눈 덮인 벌판 위에서 저는 십자가를 들었습니다. 뒤로는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세운 십자가가 줄지어 서 있었지요. 십자가의 수는 한빛원전 가동 이후 있었던 사고 및 고장횟수와 같은 160. 그날 불어온 겨울 바람보다도 가슴을 시리게 만든 것은 바로 오늘 혹은 내일이 161번째 십자가를 세워야 하는 날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그린피스 거리모금가 김래영입니다. 매일 거리에서 시민분들께 그린피스의 활동과 열정을 전하는 메신저지요. 그저 지나치는 사람, 불편한 얼굴로 무시하는 사람, 관심 없다고 고개를 내젓는 사람, 사람, 사람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따스한 눈길을 보내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들의 시선, 마주서서 주고받는 말들에서 힘을 얻어 저와 제 동료들은 매일 아침 거리로 출근합니다.

그런 제가 지난 12월 8일 아침에는 거리 대신 한빛원전이 있는 영광으로 향했습니다. 그린피스의 새 캠페인 '누더기 원전 그만!'을 시민들에게 보다 열성적으로 알리고자 직접 행동하기로 한 것입니다. 아직도 원자력발전에 대해 용비어천가를 부르고 있는 사람들에게, 혹은 자신 앞에 놓인 시한폭탄을 눈치채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려야 했으니까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부실원전
한빛원전을 비롯한 국내 14기 원전은 이미 오래전 위험성이 판명된 부실재료를 사용해왔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로 인해 발생한 안전 문제와 피해비용을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떠맡겼습니다. 2014년 지금 우리는, 땜질식의 처방으로 아슬아슬한 '누더기' 원전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2014년 12월 8일 월요일 한빛원전서 가동중지 요구하는 평화적 시위

이날 액션은 이렇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애써 외면해온 시한폭탄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습니다. 액션팀을 비롯한 참가자들은 사전에 모든 위험요소와 진행계획을 거듭 점검했습니다. 행동 하나하나가 참여자 스스로 책임하에 이뤄졌습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저는 십자가를 하나하나 눈밭에 세우며, '왜 내가 여기있는지'를 명확히 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옳다고 믿는 것을 따라 행동하기 위해서였습니다!
160개의 십자가가 세워진 것을 반성하기 위해
161개째의 십자가가 세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준비한 모든 십자가를 세우고 뒤돌아봤을 때, 그 풍경에 가슴이 시렸습니다. 바로 오늘이 혹은 내일이 161번째 십자가를 세워야 하는 날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거리모금가로 활동하면서 마주쳤던 시민들을 떠올렸습니다. 그들이 멈춰 서서 그린피스를 향해 보내던 눈빛, 함께 나눴던 대화. 제가 이번 평화적 시위에 참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시민들과 함께 '행동'해서 161번째 십자가를 막을 수 있다는 희망이었습니다.

미래가 희망적일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옳은 것을 인정하고 공감하고 행동해서 바른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이번 '누더기 원전 그만!' 캠페인은 우리의 행동으로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바로 그 기회입니다.

여러분의 서명참여로 위험한 한빛 3, 4호기를 즉각 멈추게 해주세요.
이제는 우리가 함께 행동할 때입니다! 서명하기

글: 김래영 / 그린피스 거리모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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