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이너의 목소리] 독일에서 배울 것은 축구만이 아니다

Feature Story - 2015-02-09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한 독일은 세계 축구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독일이 전 세계적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축구뿐만이 아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에너지 정책에서도 독일은 가장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1980년대부터 논의가 시작 되면서 2000년대 초반 재생에너지기본법을 통해 산업을 육성하고 인프라 구축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가 2011년 탈핵 선언을 기점으로 더 적극적인 에너지 효율 증대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해왔다.

독일에서 펼쳐진 재생가능에너지 액션

아시안컵에서 축구 대표팀이 준우승에 머물렀다. 결승전 후반 46분 손흥민 선수의 동점골이 터졌을 때 환호성을 질렀던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너무 아쉬운 결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경기는 한국 축구의 희망을 볼 수 있는 명승부였다. 특히, 대표팀의 수장을 맡은 지 4개월 만에 세계적 흐름을 쫓아가는 선진 축구의 전술을 도입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리더쉽이 빛난 경기였다. 세계 축구의 정점에 있는 독일이 주도 하는 흐름에 한국이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었던 경기였다.

독일이 전 세계적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축구뿐만이 아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에너지 정책에서도 독일은 가장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독일이 자랑하는 "에네르기벤데(Energiewende, 에너지혁명)" 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2012년 6월 브라질에서 열렸던 유엔지속가능발전회의에 참가했을 때 독일이 개최한 ‘지속 가능한 미래로 향하는 길’이라는 워크숍에 참석했던 적이 있다. 후쿠시마 이후 탈핵을 선언하고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던 독일의 포부와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던 자리였다. 의도치 않게 유일한 아시아 지역 참가자였던 나는 회의 말미에 주어진 발언 기회에 이렇게 말했다. “독일의 탈핵 및 에너지 전환을 적극 지지하며 이것이 꼭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독일의 성공은 제가 사는 한국과 아시아에게도 매우 중요합니다. 전 세계가 독일이 과연 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을 겁니다. 꼭 목표를 달성하기를 바랍니다.”

독일 축구와 닮은꼴, 독일 에너지 정책: 탄탄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세계적 흐름 선도

그로부터 2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동안 독일은 에너지혁명 정책을 계획대로 꾸준하게 추진해 왔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독일이 우승할 수 있었던 것은 유소년 육성과 자국리그에 대한 투자 그리고 탄탄한 축구 인프라 구축이 있었기 때문이다. 에너지혁명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1980년대부터 논의가 시작 되면서 2000년대 초반 재생에너지기본법을 통해 산업을 육성하고 인프라 구축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가 2011년 탈핵 선언을 기점으로 더 적극적인 에너지 효율 증대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해왔다. 그 결과 전력소비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이미 25%를 넘어섰고, 38만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산업경쟁력 또한 높아졌다.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에 있어서도 놀랄만한 진전을 이루어 냈다.(국회토론회 “독일의 에너지 혁명에 대한 오해와 진실” 참고) 축구와 마찬가지로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 구축 분야에서도 독일이 명실공히 세계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독일 에너지 혁명의 성과들 
한국은 어떠한가? 월드컵과 달리 에너지 분야에서는 본선 진출은커녕 제대로 된 경쟁조차도 못하고 있다. 지난 2년 반 동안 대통령이 바뀌었지만 30년 넘게 지속되어온 원전 확대를 근간으로 하는 에너지 정책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위험 천만한 원전 고장 및 사고가 끊임 없이 발생하고, 역대 최악의 원전 비리로 100명 이상이 기소되고, 수조 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해도 현재 23기의 원전을 앞으로 무려 39기까지 늘리겠다는 정부의 원전 중심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 2009년 UAE 이후 지난 5년간 단 한 기의 추가 원전 수출도 하지 못했는데 원전 산업이 신성장동력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세계적 에너지 전환 흐름에 뒤쳐진 한국, 이젠 변화해야할 때

바로 옆 나라가 재앙과 같은 원전 사고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도국들까지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위한 경쟁에 뛰어 들고 있어도 OECD 국가 중 전력공급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꼴찌인 한국은 전혀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세계적 변화의 흐름에는 관심 없이 여전히 오래되고, 위험한 원전에 대한 의리만 지키고 있는 것이다. 의리 축구가 통하지 않았던 것처럼, 과거 한국 경제발전에 기여해온 원전에 대한 의리 역시 이제 냉철하게 접고 세계적 흐름에 맞춰 새로운 미래를 준비할 때가 되었다.

나라별 재생가능에너지 분야 투자 규모 및 에너지 설비용량 
독일에서 배울 것은 축구만이 아니다. 축구처럼 세계적 흐름을 도입해줄 독일 출신 에너지 정책 전문가를 영입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우리 스스로 독일의 성공을 눈여겨봐야 한다. 이 기회를 놓치면 새로운 경쟁에서 한국은 도태될 것이고 아무도 원치 않는 위험한 원전에만 매달려 시민들의 안전과 우리 경제의 미래를 저당 잡히게 될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원전에 대한 의리, 이제 놓을 때다. (* 그린피스는 지난 12월부터 부실재료가 사용된 위험한 누더기 원전에 대해 알리고 그중 가장 위험한 한빛 원전 3,4호기를 가동 정지하고자 서명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 참여하기  )

 

글: 장다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선임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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