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을 건너 지금 만나러 갑니다

부산으로 향하는 레인보우 워리어호에서

Feature Story - 2015-10-01
그린피스의 환경감시선 레인보우 워리어호는 지금 태평양의 작은 섬 팔라우를 출항해 한국으로 향하는 중입니다! “2015 딴거하자 투어”를 위해 한국으로 오고 있는 레인보우 워리어 호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특파된 그린피스 서울 사무소의 박태현 해양보호 캠페이너가 환경감시선에서의 생활과 선원들의 생생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The Rainbow Warrior is seen from a helicopter, Pacific Ocean, 22 August, 2015. The Rainbow Warrior travels into the Pacific to expose out of control tuna fisheries. Tuna fishing has been linked to shark finning, overfishing and human rights abuses. Photo: Paul Hilton / Greenpeace

안녕하세요, 저는 레인보우 워리어호에 막 승선한 그린피스 서울 사무소 박태현 해양보호 캠페이너입니다. “2015 딴거하자 투어”로 한국을 방문하는 레인보우 워리어호를 무사히 부산으로 인도하라는 특명(?)을 받고 승선하게 되었죠. 그린피스의 역사 속에서 상징적인 활동을 펼쳐온 레인보우 워리어 호에 승선해 이렇게 펜을 들자니, 정말 감개무량합니다.

 

레인보우 워리어호에서 인사드립니다

해양보호 캠페이너가 배 한번 타는 것 가지고 웬 호들갑이냐고요? 해양보호 캠페이너하면 찬란한 태양아래, 코발트 빛 바다 위를 미끄러지는 고무 보트를 타고 포경선에 맞서싸우는 투사같은 이미지를 떠올리실지 모르지만, 해양보호 캠페이너로서의 일상은 그런 상상과는 사뭇 다릅니다. 사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거나 문서 작업을 하며 보낼 때가 더 많습니다.

Mediterranean Sea, 4 June 2010 - A French purse seiner rammed a Greenpeace inflatable during a peaceful direct action to stop bluefin tuna fishing in the Mediterranean, 04th June 2010. Activists from the Greenpeace ships Rainbow Warrior and the Arctic Sunrise launched high speed inflatable boats in an attempt to submerge one side of a purse seine fishing net to free the trapped tuna. As the action started on the French vessel, Jean Marie Christian 6, the other tuna vessels rushed in to stop the peaceful activists, injuring one Greenpeace activist and sinking one Greenpeace inflatable boat. Greenpeace/Paul Hilton

하지만 제게도 일상을 벗어나 엄청난 모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바로, 그린피스의 상징인 환경감시선 레인보우 워리어호에 올라, 한국까지 향하는 일정에 합류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죠. 우선 첫 2주 정도는 태평양의 섬 팔라우에서 한국으로 이동하고, 그 후 한국에서 약 3주간 진행 될 레인보우 워리어호의 “2015 딴거하자 투어”에도 내내 동행하게 됩니다. 그린피스에서 환경감시선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열심히 배우고 체험해서, 한국의 시민 여러분들에게 생생히 전할 계획입니다.

 

가장 특별한 환경감시선, 레인보우 워리어호

그린피스의 환경감시선은 전세계 바다를 항해하며, 우리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곳에서 일어나는 환경범죄를 감시하고, 기록하고 폭로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자산입니다. 레인보우 워리어호는 현재 그린피스가 운영 중인 환경감시선 3대 중 가장 특별한 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실 현재 제가 승선 하고 있는 배는 ‘세 번째’ 레인보우 워리어호입니다.

그린피스의 환경감시선들. 북극의 일출호, 레인보우 워리어호, 에스페란자호

현재의 레인보우 워리어호는 기존과는 달리 환경감시선이라는 역할에 꼭 맞도록 그린피스가 직접 설계했으며, 전세계 서포터들의 기부금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배입니다. 친환경적인 요소도 가득한데요, 뛰어난 에너지 효율성을 갖춘 것은 물론 배기가스와 미세먼지의 배출을 최소화했으며, 엔진과 발전기에서 생기는 열은 선실의 난방과 온수를 만드는 데 재활용됩니다. 헬리콥터 착륙장, 선상 위성 시스템 등 환경감시선에 필요한 최고의 장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승선하기 전까지, 배가 많이 불편하고 비좁진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사무실에서 하던 모든 작업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마치 작은 호텔방에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안락하고 편안한 환경이라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각 객실에 비치된 책상에 앉으면, 파도의 리듬을 즐기며(?) 일할 수 있답니다.

레인보우 워리어호의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선원들

 

영화 같은 망망대해, 파도를 리듬삼아 활동하는 선원들

정박해 있을 때만해도 몰랐던 점이 출항 후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바다가 넓을 줄이야! 30명까지 탈 수 있는 이 배가 망망대해에서는 이다지도 작고 미약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게다가 팔라우에서 출항하는 날에는(9월 29일)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기도 했습니다. 비로 인해 갑판이 다 젖었고, 배 위에 고인 빗물은 요동치는 배와 함께 움직였습니다. 마치 영화 속 장면을 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먹구름으로 뒤덮인 하늘, 하염없이 쏟아지는 비, 너무나도 파란 바다를 보노라니, 마치 이 지구에는 물만 존재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Greenpeace uses helicopter flights to locate fishing vessels in the South Pacific albacore tuna fishery. This is a view of the Rainbow Warrior from one such flight.The Rainbow Warrior travels into the Pacific to expose out of control tuna fisheries. Tuna fishing has been linked to shark finning, overfishing and human rights abuses.

이런 환경에서도 선원들은 아무런 동요 없이 묵묵히 자기 일을 분주하게 처리하고 있습니다. 비는 그저 일상이고, 바다의 파도 소리는 음악이 되고, 파도가 주는 흔들림을 리듬처럼 받아들이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반면 저는 진정한 '울렁거림'이 무엇인지 뼛속까지 느끼고 있습니다.

레인보우 워리어호의 선원들은(다른 그린피스 선원들도 마찬가지 일 테지만) 진정한 환경운동가 라는 느낌이 듭니다. 몸을 사리지 않고 환경파괴의 현장에 직접 가고, 현장에서 직접행동을 하며 가는 곳마다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평화의 메시지를 남깁니다. 그린피스의 레인보우 워리어호는 이름 그대로 “평화의 전사”처럼 가는 곳마다 환경의 소중함과 그린피스의 캠페인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습니다. (선원들 개개인들의 재미있는 사연과 경험들에 관해서는 다음 글에서 더 자세히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Manuel Marinelli and ApiWaqanisau demonstrate the choppy weather on the bow of the Rainbow Warrior as it sails in the South Pacific. The Rainbow Warrior travels into the Pacific to expose out of control tuna fisheries. Tuna fishing has been linked to shark finning, overfishing and human rights abuses.

 

그린피스 40년 역사를 간직한 배, 한국에서 꼭 만나요!

전액 후원과 기부를 통해서 만들어진 이 배는 정말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상징인 것 같아서, 자긍심도 느껴집니다. 팔라우에서 출항 하기 전 한번도 이야기 해 본적 없는 미국 관광객들이 우리가 그린피스에서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고마워요, 그린피스”라고 손 흔들어 주었을 때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이분들은 그린피스가 지난 40년간 만들어낸 작지만 중요한 변화에 대해 기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Rio de Janeiro, July 13, 2012. The Greenpeace ship Rainbow Warrior arrived in this wednesday morning at Rio de Janeiro for the United Nation Conference on Sustainable Development Rio+20. (©Greenpeace/Rodrigo Paiva/RPCI)Rio de Janeiro, 13 Junho de 2012: O Navio do Greenpeace Rainbow Warrior chega ao porto do Rio de Janeiro, na manha desta quarta-feira (13) para  conferência  Rio + 20. Foto: (©Greenpeace/Rodrigo Paiva/RPCI)

그린피스는 환경감시선들의 활동을 통해 핵 폐기물이 몰래 바다에 버려지는 지, 포경 과정에서 지구상 가장 거대한 포유류들이 잔인하게 포획되는 지 등을 감시했습니다. 기름 유출의 비극적인 장면들을 목격하고 폭로했으며, 이익을 위해서라면 안전이나 환경은 뒷전인 수 많은 기업들과 싸워왔습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우리는 상업적 포경을 금지시켰고, 핵 폐기물의 불법 폐기를 막았고, 이 외에도 수많은 변화들을 이끌어냈습니다.

앞으로의 남은 항해 기간 동안, 레인보우 워리어호와 선원들로부터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워서 저도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가는 일원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해봅니다. 곧 편지드릴게요.

팔라우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레인보우 워리어호에서

박태현 해양보호 캠페이너 드림  

레인보우 워리어호가 팔라우에서 출항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

(* 팔라우에 정박한 레인보우 워리어호에 승선한 박태현 캠페이너가 직접 찍어 전해온 사진입니다. 레인보우 워리어호는 지금 태평양을 건너 부산으로 오고 있습니다. 오픈 보트를 통해 레인보우 워리어호에 올라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부산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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