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디자이너 윤호섭 교수님의 재생가능에너지

시민 모두가 액티비스트라면, 에너지 전환 이룰 수 있어요!

Feature Story - 2017-12-07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재앙을 막기 위해 그린피스는 깨끗한 에너지 사용을 촉구합니다. 그 일환으로 진행되는 #대한민국해뜰날 은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분들의 ‘태양과 바람’의 재생가능에너지 이야기를 만나보는 인터뷰 글을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여섯 번째로, 그린디자이너 윤호섭 교수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Q. 간략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제 이름은 윤호섭이고요.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에서 28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지금은 환경과 관련된 디자인들을 계속해서 개발하고, 같은 생각하는 분들과 전시회를 열며 지내고 있어요.

서울 우이동 작업실에서 만난 그린디자이너 윤호섭 교수님<서울 우이동 작업실에서 만난 그린디자이너 윤호섭 교수님>

Q. 펩시콜라 한글 로고부터 88올림픽까지, 국내 1세대 그래픽디자이너로 굵직하고 흥미로운 이력이 많으세요. 이렇게 잘나가던 영리 광고 디자이너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그린디자이너’가 되기까지, 교수님의 특별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네, 사실 우리 때는 전쟁 동안 너무 궁핍했고, 살림도 어려웠어요. “밥은 굶지 말자”는 생각에 응용미술을 시작했죠. 그만큼 환경하고는 거리가 먼,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폐기에 앞장서는 디자인을 해 온 거예요. 대학에서도 응용, 산업 미술 강의를 주로 하고요.

그런데 자원과 에너지를 투입하고 결국 폐기하기까지, 디자인은 필연적으로 여러가지 환경 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의 전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환경 문제를 최소화하는 디자인이 바로 ‘그린 디자인’인 거죠. 지속가능한 디자인, 에코 디자인, 환경 디자인 등 여러 가지 용어가 있지만, 결국은 같은 목표와 맥락입니다.

저는 디자이너가 환경 문제를 최소화하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가장 쉽게는 자원을 절약하게 해주는 제품 디자인이 있죠. 일정 시간이 흐르면 자동으로 내려가는 전기 스위치나 수도꼭지, 전기 스위치처럼요. 또 커뮤니케이션, 시각, 광고 디자인에서는 지구 온난화나 원전 등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쉽고 와닿게 전달하는 메세지나 그림, 기호를 개발하는데요. 여러 가지 요소들을 짜임새 있게 구성하면 인식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지요.

Q. 에너지 전환을 위한 그린디자인, 교수님 작품들을 통해 볼 수 있을까요?

그린디자이너 윤호섭 교수님의 재능기부로 탄생한 ‘햇빛천사 동글이<그린디자이너 윤호섭 교수님의 재능기부로 탄생한 ‘햇빛천사 동글이>

‘햇빛천사 동글이’에요. 서울시의 ‘원전 하나 줄이기’ 에너지 절약 캠페인에 얼굴이 될 이미지를 디자인한 건데, 저는 상징적으로 태양을 떠올렸어요. 지금 우리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태양 때문에 존재하잖아요? 그 에너지를 모두 받아들여 요긴하게 쓰면, 많은 환경 문제와 갈등이 해결될 수 있겠죠.

후쿠시마 사고와 핵에너지의 위험성을 모티브로 한 윤호섭 교수님의 포스터<후쿠시마 사고와 핵에너지의 위험성을 모티브로 한 윤호섭 교수님의 포스터>

후쿠시마 사고가 난 해에 작업한 포스터예요. 방송을 통해 접한 후 원전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방사능 마크 안에 태아 사진이 보이시죠? 아직 태어나지 않은 다음 세대가 타임머신을 타고 와서 왜 이렇게 물, 공기와 흙이 방사능에 오염되었는지, 다른 대안은 없었는지 묻는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요?

사실 이 포스터를 구성하면서 같은 질문을 제 아내에게 했었어요. 그랬더니 제 아내가 미안함에 고개를 숙이며, “조금이라도 알았으면 뭔가는 했을 텐데..”라고 하더군요. 그게 정답이 아닐까요? 그래서 제가 “아...고맙소”라고 했죠. 저에겐 그만큼 의미가 각별한 포스터입니다.

인터뷰 중인 윤호섭 교수님과 이지연 기후에너지 캠페이너<인터뷰 중인 윤호섭 교수님과 이지연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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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에너지 전환과 절약을 평소에 또 몸소 실천하시는 것으로 유명해요. 2000년에 에너지 독립 선언을 하셨죠?

저는 핵발전소에서 오는 전기를 안 쓰고 싶습니다. 우리에겐 태양광, 풍력 등 여러 대안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 절약을 안 하고 에너지를 펑펑 쓰면서 ‘대안’만 찾는다는 것도 말이 안 되지 않을까요? 우리가 지금 같은 문명을 구가하면서 모든 것이 에너지와 직결되어 있는데, 아무리 남아돌아도 절약을 해야죠. 그런데 나가서 사람들에게 “에너지가 중요하니 절약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려면 저부터 그럴 자격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이 작업실의 에너지를 제로화하겠다는 선언을 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작업실에 한전에서 받는 전기를 끊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과격한 조치 아닙니까? 그래서 바로 3KW 짜리 태양광 패널을 올렸죠. 전기세가 너무 안나오니까 며칠 전에는 한전이 조사를 나왔었어요. 계량기를 보여줬더니 “아무 이상이 없다”며 놀라는 직원분께 직접 설치한 태양광 패널이 있어서 그렇다고 설명을 했죠. 무튼 저는 이렇게 에너지 독립을 했다는 거예요, 에너지 독립!

Q. ‘시민이 만들어가는’ 에너지 전환을 위해 멋진 북돋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모든 분들이 반드시 저와 같은 방식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모두가 에너지 문제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세우고, 실천했으면 좋겠어요. 쉽지 않지만 누가 해결해주길 기대하기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부터 해나가는 자세가 중요하죠. 각 개인의 역할과 책임이 다라고 보면 됩니다. 우리 모두가 액티비스트가 된다면, 인류 최대의 숙제인 에너지 전환도 분명 이룰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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