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그린피스, 원양산업발전법 개정안의 과제 제시

Press release - 2015-01-08
법안과 정책에는 사각지대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집행이 더 중요한 것이고 또 그 과정에 정부, 업계 그리고 NGO가 각자 영역에서 고유 감시망을 통해 법 이행을 철저히 하고 산업의 체질을 강화해야 하는 것이다. 그린피스는 한국 원양어업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로서 업계 그리고 당국과 함께 개정안의 이행을 지켜보며 오랜 산고 끝에 공포된 법의 철저한 집행을 위한 캠페인을 지속할 예정이다.

2015년 1월 8일, 서울 – 지난 6일 공포된 원양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반세기 전의 원양어업 모델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산업의 구조적 개선을 위한 긴 여정의 첫 걸음이다. 산업의 양적 성장에만 관심을 둔 구시대적 어업관행을 유지한 한국은 결국 2013년에 미국과 유럽연합으로부터 불법어업(IUU: 불법·비보고·비규제 어업)국으로 지명[1] 되는 오명을 썼다. 이에 앞서 한국은 선원 인권침해, 남획·불법투기 및 무리한 조업, 안전수칙 무시 및 편법이행 등으로 각종 사고를 끊임없이 일으켰으며 최근 53명이 사망·실종한 501오룡호의 비극에서 이런 이슈들이 곪아 터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양어업에서처럼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라는 말이 잘 맞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금번 개정안은 많이 발전했다. 하지만 앞으로 이어질 하위 법령 개정과 신규정책 집행장치 구축은 법안 맹점 및 집행 사각지대를 감시할 수 있는NGO와의 협력 없이 한국 원양산업을 구조적 악순환에서 완전히 구출하기 어려울 것이다.

개정안의 부족한 점과 개정된 원양산업발전법의 주안점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에서 금번 개정된 원양산업발전법에서 부족한 점으로 지적하는 부분은 다음의 4가지이다: (1) 불법어업의 정확한 책임소재 파악을 위한 관련 기업의 실질적 지배에 대한 구체적 정의; (2) 감독·통제·감시(MCS)의 구체적 절차; (3) 법안 이행을 위한 인적, 재정적 자원의 확보; (4) 원양어업 행정 및 수산업 관련 의사 결정에 대한 투명성 강화(투명한 정보 공개 및 NGO 의견 수렴 등).

지난 6월 그린피스는 동 내용을 포함한 원양수산정책 개혁안을 발간하며 관련 국내 법안의 국제법 및 국제협약 준수, 원양어업 통제 체계 개선 그리고 법망 맹점 보완 등에 대한 구체적 개선책을 제시하였다. 애당초 원양산업발전법의 목적은 ‘원양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책임 있는 어업의 경영을 통하여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해양자원 고갈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과학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인식된 수산자원의 급감 그리고 남획과 불법어업은 결국 수익성 감소와 경쟁 심화를 낳았다. 환경변화를 무시한 채 도태된 관리체계와 조업관행을 유지한 한국 원양업계는 결국 양적 성장을 우선순위로 불법행위를 저질러 한국의 국격을 실추시켰을 뿐 아니라 안전을 무시하며 무리한 조업을 강행하다 원양어업인들을 죽음의 악순환으로 몰아넣었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하지는 못했지만 이번에 공포된 개정안은 이전 법안에 비해 한국 원양어업을 관리하는 요소들이 한층 강화되어 보다 체계적으로 불법어업을 통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항만국 검색 대상 대폭 확대, 조업실적 보고 미비에 대한 처벌 강화, 관련 공무원에 사법경찰권 부여, 원양어업 허가 제한 강화, 고위험군 선박 관리를 통한 감독 통제·감시·체계의 마련, 나아가 입법 과정 마지막까지 진통을 겪은 처벌 규정의 경우 기존에 경미하게 처벌되어 제대로 통제되지 못했던 옵서버 및 항만국 검색 방해까지 포함하여 처벌 수위를 현격히 높이면서 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 점이 확인된다. 다만, 최근 501 오룡호의 경우에서 증명되듯이 아무리 강력한 법안과 규칙이 있어도 철저한 이행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법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 · 업계 · NGO가 함께해야 예방할 수 있는 제2의 ‘501오룡호’

2014년 12월 1일 베링해에서 침몰해 53 명이 사망, 실종된 501오룡호 사건에서 여실히 드러난 것은 법안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업계 준법(compliance)의 한계이다. 선박직원법은 기관장, 1등 기관사, 2등기관사, 3등 기관사 4명의 최저 승무기준을 정의했지만 사고조사를 통해 밝혀진 것은 당시 501오룡호에는 기관장과 1등 기관사만 승선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뿐이 아니다. 실제 승선한 선장은 선장자격이 없어, 서류 조작을 통해 배에 타지도 않은 ‘유령선장’을 내세워 승선공인을 받았다. 이 같은 불법행위가 가능했던 것은 실제 입출항시 승무기준을 확인하는 제도적 장치가 부재했기 때문이다. 인명피해와 직결된 어선의 안전 관리의 실패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정기 안전검사만 통과하면 입출항 전 별도의 안전 확인 없이 자유롭게 입출항이 가능한 한국 원양어선의 안전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안전검사는 선박이나 선사에서 출항 전 자체적으로 실시한다”며 “의심되거나 위험선박이라고 판단될 경우 정부에서 안전성 표본검사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2] 안전검사라는 규정은 있으나 안전성 표본검사를 위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실제 안전성을 보장하도록 관리하지 못한 것이다.

그린피스가 국제법률전문가와 함께 원양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불법어업 의심 시 또는 항만국 검색 시 어떻게 조사하고 처벌할 것인지, 주체가 누구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정보 또는 그 정보를 제시할 하위 법령 명시가 개정안에서도 부재하다. 이는 자칫 일관되지 못하거나 허술한 법의 이행을 야기할 수 있다. 또한, 유령회사 설립 등의 금융수단을 통해 법망을 빠져나가거나 다른 국적선으로 바꾸는 행위를 통해 강화된 법의 적용을 피해가는 것을 막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해 법적 허점으로 악용될 수 있다.

법안과 정책에는 사각지대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집행이 더 중요한 것이고 또 그 과정에 정부, 업계 그리고 NGO가 각자 영역에서 고유 감시망을 통해 법 이행을 철저히 하고 산업의 체질을 강화해야 하는 것이다. 그린피스는 한국 원양어업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로서 업계 그리고 당국과 함께 개정안의 이행을 지켜보며 오랜 산고 끝에 공포된 법의 철저한 집행을 위한 캠페인을 지속할 예정이다. 나아가 원양산업발전법 개정에서 그치지 않고 전 인류의 공유재인 원양수산자원의 지속가능을 위해 ‘사전 예방의 원칙’과 ‘생태계적 접근 방식’의 보존 기조를 토대로 성장하는 원양강국 대한민국을 위하여 당국, 그리고 업계와 함께할 것이다.


[1] ’13년1월 – IUU 지정(미국); ’13년 11월 - 예비IUU 지정(유럽연합)
[2] 참고기사: 여성경제신문, ‘501 오룡호’ 한국선급 안전검사 합격판정 ‘충격'(201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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