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웃도어 업계에서는 제품의 방수 및 발수 기능을 위해 “PFC(과불화화합물)”라는 유해물질을 널리 사용하고 있습니다. PFC는 자연을 해치고 인체에도 악영향을 미치지만, 업계는 제품의 기능을 위해 PFC를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사용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과연 PFC 없는 고기능 아웃도어 제품은 정말 불가능한 걸까요? 동아시아의 전문 등반가 3인은 지난 1월 PFC가 포함되지 않은 옷만 입고도 무려 해발 5,025미터에 달하는 중국 쓰구냥산 다펑봉을 멋지게 등정했습니다. PFC-Free를 향한 이들의 소망과 여정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중국 쓰촨성에 있는 쓰구냥산중국 쓰촨성에 있는 '쓰구냥산(Four Sisters Mountain)'

지난 1월 19일은  이상 기후로 인해 매섭게 추운 북극의 기류가 중국 본토까지 내려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얼음처럼 차가워진 공기를 피해 실내에만 머물러 있었죠.

그런데 이날 대만, 홍콩, 그리고 중국에서 온 우리 등반가 삼총사, 아이시 츠위(Icey Tsui), 에이엠(A.M), 등 린(Deng Lin)은 해발 3,800미터의 창핑계곡(Changping Valley) 근처 한 숙소로 모여들었습니다. 중국 쓰촨성 ‘쓰구냥산(Four Sisters Mountain)’을 오르기 위한 마지막 점검을 하기 위해서였죠.

왼쪽부터 아이시 츠위(Icey Tsui), 에이엠(A.M), 등 린(Deng Lin)왼쪽부터 이번 PFC 없는 여정에 나선 아이시 츠위(Icey Tsui), 에이엠(A.M), 등 린(Deng Lin)

다음 날 아침이 밝았을 때, 우리는 숙소의 편안함을 뒤로한 채, 해발 5,025미터의 다펑봉(Peak Da Feng)을 향한 등반을 시작했습니다.

얼마 후 눈 앞에 나타난 산의 자태와 아침 햇살을 머금고 있던 푸른하늘이 우리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평지를 따라 트레킹을 계속하다 보니 넓은 수평선이 펼쳐졌고 마침내 쓰촨성의 티베트 지역으로 접근했습니다.

야크와 말들이 평화롭게 산책을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고, 이때까지만  해도 앞으로 다가올 어려움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다펑봉을 향해 오르고 있는 세 사람다펑봉을 향해 오르고 있는 세 사람

1월 21일 새벽 3시, 우리는 눈 덮인 길을 뚫고 손전등이 가리키는 불빛을 따라 이른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얼음을 동반한 눈폭풍 때문에 전진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하지만 거센 바람으로 인해 이내 피로가 쌓였고, 근육과 관절에도 점점 더 큰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정상 바로 아래 설원에 도착했을 때, 해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무섭게 내리는 폭설로 야오메이펑봉(Peak Yaomei Feng)의 아름다움과, 전날 우리를 감탄케 했던 산의 자태는 금새 시야에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다펑봉 정상다펑봉 정상

험난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결국 우리는 등반을 시작한 지 네 시간 만에 정상에 도달했습니다. 다시 캠프로 돌아가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돌아가는 길이 애초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길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등반가들은 PFC가 사용되지 않은 아웃도어 옷을 입고 영하 20도의 악조건 속에서도 다펑봉 정상에 올랐습니다.등반가들은 PFC가 사용되지 않은 아웃도어 옷을 입고 영하 20도의 악조건 속에서도 다펑봉 정상에 올랐습니다.

눈발은 더욱 강해졌고 쌓이는 속도도 빨라져 산 전체를 덮어가고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하산하는 내내 거의 기어가는 수준이었습니다. 북극진동(Arctic Oscillation) 현상으로 두장옌(Dujiangyan) 수리시설 주변 저지대까지 많은 양의 눈이 쏟아졌고, 뉴스에서는 대만 타이페이 주변 산과 저지대에도 눈발이 흩날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영하 20도의 사나운 추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PFC(과불화화합물)가 포함되지 않은 옷을 입고 이곳 험준한 지형을 등반하는 미션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PFC 없이도 극단적인 날씨와 5,000미터 이상의 고도에 맞서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하게 된 것입니다.

다펑봉 정상에서 세 사람이 펼쳐든 PFC-Free 깃발다펑봉 정상에서 세 사람이 펼쳐든 PFC-Free 깃발

이번 등반 과정 내내 우리를 괴롭힌 이상 기후에 대해 여러가지 설명이 오가고 있지만, 그 중 하나는 분명 인간에 의한 환경파괴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아웃도어 활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환경에 악역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쓰구냥산 다펑봉에 오른 우리에게는 PFC 없이 친환경적인 장비만을 갖추고 등반한 것이 바로 자연과 공존하고 자연을 보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었습니다.

아웃도어 장비에서 유해물질 PFC를 퇴출시키기 위한 노력은 이미 시작됐고, 앞으로도 계속 될 것입니다. PFC가 자연과 인간에게 주는 악역향에 대한 경고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이 유해 화학물질의 사용을 중단하고 자연이 본래의 청정한 모습을 찾을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아웃도어 활동을 사랑하는 사람들로서 우리는 PFC가 없는 옷만 입고도 전문 산악인 기준의 고난이도 산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디톡스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약속하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희망합니다.

이탈리아 전문 등반가, 데이비드 바치(David Bacci)가 PFC-Free 장비만으로 해발 3,128미터 고도의 파타고니아 세로토레(Cerro Torre)와 해발3,405미터의 피츠로이(Fitz Roy)를 등정한 후 말한 것 처럼, “대자연은 우리의 삶의 터전이자 놀이터이며, 우리 등반가들은 이를 보존하고 지켜나가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 보낸 4일은 너무 짧게만 느껴졌습니다. 힘든 경험을 나누며 막 우정을 쌓기 시작하자마자 작별 인사를 나눠야 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리가 쓰구냥산에 올라 함께 외친 꿈, 그린피스와 모든 아웃도어인들이 함께 꾸는 꿈은 절대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바로 아웃도어 브랜드가 PFC 사용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그리고 우리의 소중한 자연이 지켜지기를 바라는 그 꿈 말입니다!

 

글: 아이시 츠위(Icey Tsui), 에이엠(A.M), 등 린(Deng Lin) / 전문 산악인


 

탐험대 소개:

아이시 츠위(Icey Tsui) 는 대만의 유명 등반가로 18년 이상 중난이도(해발 1,500~3,000미터)의 산과 고난이도(해발 3,000미터 이상) 산을 등정해왔다.

아이시 츠위(Icey Tsui)는 대만의 유명 등반가로 18년 이상 중난이도(해발 1,500~3,000미터)의 산과 고난이도(해발 3,000미터 이상) 산을 등정해왔다.

에이엠(A.M.)은 홍콩 출신으로 클라이밍계의 떠오르는 스타다.  산행 활동 외에도 사진, 디자인 등 예술 활동을 하고 있다.

에이엠(A.M.)은 홍콩 출신으로 클라이밍계의 떠오르는 스타다. 산행 활동 외에도 사진, 디자인 등 예술 활동을 하고 있다.

등 린(Deng Lin)은 중국 본토 출신으로, 빙벽 등반 및 등반 스키 전문가다.

등 린(Deng Lin)은 중국 본토 출신으로, 빙벽 등반 및 등반 스키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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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오염시키는 PFC없이도 대자연을 탐험하는 일은 가능합니다! 그린피스와 함께 블랙야크, 노스페이스, 마무트의 CEO에게 PFC 사용 전면 중단을 요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