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m 떨어진 절벽 위에서 저를 바라보는 북극곰의 머리를 봤습니다. 하지만 우리 일행은 러시아 노르덴스키욀드(Nordenskiöld) 빙하가 녹고 있기 때문에, 그곳에 겨우 몇 분만 머무를 수 있었습니다. 그 때, 북극의 현지 안내인은 “배로 돌아오세요! 북극곰이 나타났어요!” 라고 소리쳤습니다. 우리 일행의 대다수는 겁먹고 두려워했지만, 저는 위험을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저는 따뜻한 태평양에 위치한 저의 고향으로부터 이 머나먼 북극까지 왔기 때문인지, 그 북극곰이 저를 반겨준다고 느꼈습니다.

그 북극곰은 절벽 위에서 평화롭게 누워, 저를 쳐다봤습니다. 북극곰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저는 무언가 통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우리의 노력에 지구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저의 생각을 그 북극곰도 같이 하고 있다고 느꼈죠. 

제 고향인 키리바시(Kiribati)는 가운데 해수 호수가 있는 고리 모양의 산호섬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리고 키리바시는 매우 낮은 지대에 위치하여, 기후변화에 매우 취약합니다. 특히, 해수면 상승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nel on Climate Change, IPCC)에 따르면, 21세기 안에 0.6m~1m 정도의 해수면 상승이 일어날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키리바시의 많은 섬들은 물에 잠길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이미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키리바시 주변 해안의 범람과 수질 오염이 점점 심각하게 자주 일어남으로써, 몇몇 커뮤니티는 보다 안전한 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시간이 지날수록 기후변화 문제는 심각해지기 때문에 키리바시 인구의 대부분은 국경을 넘어서까지 이동하며 삶의 터전을 다시 잡아야 할 것입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우리는 이주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이미 전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저는 제 나라에 영향을 주는 기후변화 문제를 직접 목격하기 위해서 북극을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엄청난 양의 북극 빙하가 녹고 있는 것이 전 세계 해수면 상승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 그곳에 갔습니다.

북극 방문은 저에게 굉장한 경험이지만, 사실 저는 조금 무섭기도 했습니다. 북극의 장관에 저는 넋을 놓고 봤지만 동시에, 저는 인간과 전혀 타협하지 않는 냉혹한 자연을 느꼈기 때문이죠. 자연의 균형과 조화는 유지되어야 하며, 그러한 시스템이 방해받거나 무너질 때 처참한 결과가 벌어질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기후변화는 전 세계의 노력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또한,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과학적인 자료가 분명히 있음에도, 많은 사람들과 정부들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완화할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 지구가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믿을 때에야 준비를 시작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많은 보고서에서 밝힌 것과 같이, 북극의 거대한 빙하는 이미 녹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상황과 더불어 극지방의 빙하가 심각하게 걱정됩니다. 좀처럼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죠. 키리바시와 같이 저지대에 위치한 국가들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재난이 될 것입니다. 

북극을 떠날 때, 그곳에 누워 있던 북극곰을 회상하며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게 우리의 운명일까? 이게 우리 지구의 마지막일까?”

 

 

 

: 아노테 통(Anote Tong) / 키리바시 대통령인 그는 최근 그린피스의 에스페란자호를 타고 북극을 방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