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옷을 사지 않고도 옷 잘입는 사람 되는 법

제가 마지막으로 새 옷을 산 것은 2014년 7월, 졸업식을 위해서 산 예쁜 파란 드레스였습니다. 그 후로부터, 제 옷장에 들어온 새 식구들은 모두 구제가게에서 샀거나, 물려받거나, 아니면 빌린 옷들뿐입니다.
쇼핑 중단 선언은 아마도 아주 극단적인 독불장군 외골수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새 옷을 사는 것을 그만 둔 이유는 단지 친환경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우월감을 느끼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이 기분이 나쁘진 않습니다) 제가 게으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아마도 “아, 나는 절대 못해”라고 말하겠지만, 실은 보기보다는 훨씬 쉽답니다!
여러분이 구매하는 옷은 단지 여러분의 옷장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이 점을 깨닫고 나면 ‘새 것을 절대로 사지 않는 것’이 훨씬 쉬워질 겁니다. 하지만 물론, 소비 자체를 그만두는 것은 누구에게나 거의 불가능한 도전일 것입니다.
일회성 패션의 발전은 우리에게 엄청난 편리함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그 편리함은 중독성이 있죠. 하지만 과소비는 독성 물질 공급망의 원동력이 되며, 충동 구매한 물건들은 쓰레기 매립지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판매자들에게 ‘더’가 아닌 ‘덜’을 요구해야 합니다.
요새 제 옷장에는 속옷을 제외하면 31가지 옷이 있습니다. 전 분명 미니멀리스트는 아니지만, 제 옷들이 어떤 것들인지 하나하나 묘사할 수 있어요. 몇 년간 가지고 있는 옷들, 예를 들면 2010년에 산 나들이용 여름 원피스나, 놀러 갈 때면 수도 없이 입었던 반짝이 디스코 반바지도 아직 얼마든지 입을 수 있는 상태입니다.

패션은 항상 바뀌지만, 스타일은 그렇지 않습니다. 감히 말하지만, 저는 여러분이 도저히 다시 입을 엄두가 나지 않아 옷장 구석에 처박아 둔 오래된 옷 하나로도 얼마든지 멋지게 스타일링 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비록 빠르게 변화는 패션 세계와는 역행하는 것일지 몰라도, 오래된 내 옷들은 저에게 잘 어울립니다. 전 그 옷들을 오랫동안 입어왔고, 이제 그 옷들은 제 일부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어요.

니트- 물려받거나, 중고 할인매장에서 구입. 셔츠- 남자친구 것. 드레스- 빌리거나, 아니면 오래된 것. 스커트- 구제가게에서 구입. 청바지- 고대유물. 상의- 룸메이트 것, 친구와 바꾼 것, 오래된 것. 재킷- 벼룩시장에서 구입. 신발- 구제가게에서 구입하거나 굽을 수선한 것

 

첫째, 오래된 옷을 날씬해 보이게 수선해 입기
아마 패션에 대한 제 조언은 받아들이기 어려우실 수도 있을 거에요. 저는 18살 때 입던 청바지를 아직도 입고 있거든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몇 년 전과 똑 같은 사이즈를 유지하는 행운을 누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문 수선집에서 자신의 체형에 맞도록 수선한다면, 오히려 브랜드마다 천차만별인 S, M, L 사이즈들보다 훨씬 근사하게 잘 맞을 겁니다.
제 옷들은 오래되었기 때문에, 그 옷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한 흔적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단추 몇 개는 사라지고, 지워지지 않는 얼룩과 구멍들도 곳곳에 있습니다. 하지만, 칸예 웨스트 같은 팝스타도 구멍 난 티셔츠를 입고 레드카펫에 서는데 제가 못할 건 없죠! 아니면, 수선을 해도 되고요. 업사이클링(Upcycling: 재활용품을 기존의 제품보다 품질이나 가치가 더 높은 새 제품으로 만드는 것)은 슬로우 패션계의 새로운 유행어인데요, 덕분에 패션산업계는 더 나은 방향으로 ‘리폼’되고 있습니다.

#ImKeepingThis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이 스커트는 구멍이 네 군데 있어요. 몇 개는 수선하려고 노력해보았지만, 몇 개는 그냥 내버려뒀습니다.
여러분이 제일 좋아하는 옷 사진을 SNS에 공유하고, #ImKeepingThis 태그와 함께 왜 그 옷을 좋아하는지 말해주세요!

 

둘째, 재활용품점에서 쇼핑하기
‘힙스터(최신 유행에 민감한 동시에 고유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 인디문화, 빈티지 등에 관심이 많다)’들이 주목 받게 된 덕분에, 빈티지 시장 역시 천문학적으로 성장했습니다. 노인들이 주로 찾던 재활용품 매장, 벼룩시장, 구제용품점은 이제 뭔가 멋진 것을 찾는 젊은 패셔니스타들로 가득합니다.
이제는 여든 살처럼 입어도 최신 유행이 될 수 있습니다. 어느 날 제 친구가 “너 꼭 헤르미온느네 할머니 같아”라고 하더군요. 오버사이즈 카멜 코트를 입고(암스테르담 벼룩시장에서 8유로에 산 것), 버스 바닥에 떨어져있던 모자를 쓴 상태에서는 나쁘지 않은 평이었죠. 스타일은 여러분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상하게 보여도 상관 없어요. 반드시 다른 사람들과 섞여 비슷하게 보일 필요는 없으니까요.
저는 너무나 운이 좋게도 하루 걸러 한 번씩 벼룩시장이 열리는 베를린에 살고 있지만, 만일 근처에 벼룩시장이 없다 해도 얼마든지 온라인에서 빈티지를 팔거나 교환하는 곳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장점: 값이 쌈. 자동적으로 힙스터처럼 보일 수 있음. 누군가 원피스를 칭찬할 때 마다, “고마워요, 빈티지에요”라고 말할 수 있음.

단점: 항상 원하는 것을 살 수는 없음.(하지만, 쇼핑할 땐 항상 이렇죠. 일회용 패션은 최신유행을 따를 뿐, 반드시 당신과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은 아니니까요) 당신이 원하는 것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을 사는 것은 드물기 때문에, 어떤 스타일을 살지 정해놓고 가지 마세요. 열린 마음으로,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것을 찾아 보세요.

#OOTD(오늘의 패션) 아까 말했던, 중고용품 매장에서 구입한 여름 스커트와 오래된 신발.

 

셋째, 옷을 공유할 수 있는 좋은 친구들을 찾기
패션은 계속 돌아옵니다. 얼마 전만 해도 60년대 패션이, 그리고 지금은 70년대 패션이 다시 유행하고 있습니다. 이제 트렌드는 하나뿐인, 독창적인 옷을 입고 우리 부모님이 젊었을 때 입었던 것처럼 입는 것입니다.(거기에 아이폰?) 그리고 이런 패션을 위한 제일 좋은 방법은 진짜 옛날 옷을 찾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 옷에 대한 추억이 있는 사람에게서 구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죠?
만약 우리가 다른 사람과 옷을 공유할 수 있다면, 우리의 옷은 절반으로 줄어들 것입니다. 저는 15가지의 옷을 “우연히 빌렸고” 이제 그 옷들은 제 것이 되었습니다. 제 남자친구의 전 여자친구가 두고 간 점퍼, 그 여동생의 검은 티셔츠, 남자친구의 셔츠 몇 개, 우리 엄마의 오래된 스카프와 모자 몇 개 등이에요.

사람들이 되돌려달라고 하지 않길 바라며… #ImKeepingThis

물론 반드시 저처럼 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온라인에는 안 입는 옷을 무료로 나눠주거나 다른 사람과 교환하는 사람들의 페이스북 그룹, 웹사이트들이 존재하니까요.

어떤 아이템들은 재활용품으로 사기에 불가능한 것들이 있습니다. 저는 속옷 같은 경우 새것을 사고 있지만 이 속옷 역시 ‘지속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여러분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무엇이 여러분에게 맞는지 생각해보세요. 패션은 ‘누구나 다 입는 것을 똑같이 입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패션은 그 옷을 입음으로써 놀랍도록 기분이 좋아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옷은 구멍이 송송 뚫려 있거나, 6년째 입고 있거나, 구제용품점에서 발견한 보물일 수도 있겠지요.

여러분은 새 옷을 위한 예산을 대폭 삭감할 수도, 이를 악물고 모든 것을 직접 만들고야 말겠다고 맹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작은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예를 들면 이번 ‘블랙 프라이데이*’에 그냥 아무 것도 사지 않는 건* 어떨까요?

글: 키아라 밀포드
베를린에 살고 있는 프리랜서 작가로, 친환경적인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11월 마지막 금요일. 미국에서는 이날부터 연말까지 높은 할인율의 세일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연중 최대 쇼핑이 이루어지는 날이며, 이때 소비가 미국 연간 소비의 약 20%를 차지할 정도입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도입되면서 널리 알려졌습니다.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Buy nothing day) –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역시 블랙 프라이데이와 마찬가지로 11월 마지막 주 금요일입니다. 쇼핑에 중독된 현대인의 생활습관과 소비행태를 반성하기 위해 1992년 탄생했으며, 한국에서도 1999년부터 녹색연합이 주축이 되어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