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들의 집을 파괴하는 걸까요?

30분이 넘도록, 아기 오랑우탄 ‘오탄’이는 잡은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태어난 지 이제 겨우 8개월이지만, 성인 남성만큼이나 센 손아귀 힘 덕분에 오탄이를 안고 있던 보호자의 팔에 손가락이 파고들어 반달 모양의 손자국을 남겼습니다. 만일 이곳에 나무가 있었다면, 오탄이는 그네를 타듯 가볍게 나무 가지에서 가지로 돌아다녔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탄이가 돌아갈 나무들은 이미 사라지고 없습니다.

8개월 된 아기 오랑우탄 오탄이는 산림 파괴로 인해 엄마와 집을 잃었습니다.

굶주린 아기 오랑우탄

저는 지난 10월 인도네시아 서칼리만탄에서 벌어진 산불을 막기 위해 그린피스 팀에 합류했을 때, 수도에서 30분 가량 떨어진 폰티아낙의 링가 마을 주민들이 야생 오랑우탄을 구출해 돌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오탄이의 집은 대규모 팜유 농장을 만들기 위해 잘려나갔습니다. 겨우 작은 부분의 숲만 남겨졌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마저도 모두 벌목되어 사라질 것입니다. 지난 8월, 팜유 농장에서 일하는 일꾼들이 먼저 캠프에서 이 아기 영장류를 발견했습니다. 서식지인 숲이 파괴되면서 굶주린 오랑우탄들은 먹이를 찾기 위해 마을로 내몰리고 있었습니다. 처음에 오탄이는 캠프에 다가가는 것을 매우 무서워했지만, 언젠가부터 가까이 오기 시작했고 일꾼들은 그에게 쌀과 물을 주었습니다. 다 먹고 나면 숲으로 돌아갔지만, 매일 아침 그는 어김없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이 상황은 몇 주 동안이나 계속 됐습니다.

우유를 받아 먹는 오탄이

“아기 오랑우탄이 혼자 다니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에요. 보통, 일정한 나이가 될 때까지는 엄마와 함께 다니죠.”
마을 주민인 이반 누리 사푸트라 씨는 근처 이탄습지의 숲이 오랑우탄들의 집이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이탄습지에서 오랑우탄의 집을 찾아냈지만, 이미 비어있었어요. 오탄이는 엄마를 찾을 수가 없었던 거지요. 숲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으니까요.”
이야기하는 이반 씨의 모습은 허망해 보였습니다. 이반 씨와 그의 아내 아유 씨는 책임감을 가지고 굶주리고 지친 오탄이를 간호했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상황이 악화되고 말았습니다.

오탄이를 돌보아준 22살의 아유 씨

“우리는 오탄이에게 하루에 서너 잔의 우유를 먹이고, 배고파할 때는 쌀과 볶은 야채를 주기도 했죠. 하지만 종종 설사를 하고 열이 많이 나서 아프기도 해요. 우리는 오탄이가 죽을까 봐 너무 걱정되었고, 결국 오탄이를 직접 키우는 것을 포기하기로 했어요.”

아유 씨와 시아버지가 아기 오탄이와 놀아주고 있습니다.

가족들은 멸종 위기의 동식물들을 돌보고 있는 서부 칼리만탄의 국립 자연 보호 기관(NCA)에 연락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데리러 왔을 때, 오탄이는 아유 씨에게 매달려 떨어지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엄마와 집을 잃었는데, 또다시 새로운 가족마저 잃고 싶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아유 씨는 오탄이를 보호소에 보내기 위해 우리에 넣으려 합니다.

보호소 직원을 도와 우리에 넣어보려 하지만…

겁에 질린 오탄이는 가까스로 우리에 들어갔습니다.

30분이 걸려서 오탄이를 우리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아유 씨가 오탄이의 손을 잡아줍니다.
30분이 넘도록 오탄이는 아유 씨를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가디언지는 전 세계에 남아있는 오랑우탄의 1/3이 인도네시아의 산불로 위기에 처했다고 추정했습니다. 보트를 타고 중부 칼리만탄의 룽가이 강을 따라 내려가면서 니아루 멘텡 센터(오랑우탄 보호기관) 근처의 오랑우탄 서식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병든 동물들이었습니다. 인간과 똑같이, 유해 연기를 폐 깊숙이 들이마신 동물들은 기침을 하거나 독감과 비슷한 증상으로 고통 받고 있었습니다. 더욱 최악인 것은, 보호소에서 고작 5분 거리에 있는 이탄습지가 완전히 불타고 새롭게 심어진 기름 야자밭으로 변신했다는 것입니다.

팜유 업계의 탐욕 때문에 죽음으로 내몰리는 오랑우탄

이런 무의미한 파괴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린피스는 인도네시아의 숲과 이탄 습지에 만연한 산림 벌채 문제를 폭로해왔습니다. 그 사이 독일 영토만한 크기의 숲이 급속히 덩치가 커진 제지 및 팜유 업계에 의해 파괴되었습니다.
얼마 전, 산불로 인해 야윈 엄마와 아기 오랑우탄의 사진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눈에 절망감이 가득한 엄마 오랑우탄의 품으로 숨어버리는 아기 오랑우탄의 모습에서 얼마나 큰 정신적 충격을 겪었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탄이를 떠올릴 때면, 또 오탄이가 앞으로 겪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 비슷한 아픔이 느껴집니다. 얼마나 더 많은 숲이 잘려지고 불에 타야만 하는 것일까요? 얼마나 많은 아기 오랑우탄들이 탐욕스러운 팜유 기업들 때문에 엄마와 집을 잃어야 하는 것일까요?
5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이번 산불로 인해 발생한 유독성 연기를 들이마시고 호흡기 질환을 얻었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와 기업들은 더 이상의 산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명확한 정책을 마련하고 바로 행동에 옮겨야만 합니다.

*업데이트: 오탄이는 현재 서부 칼리만탄에 위치한 오랑우탄 보호구역에서 건강하고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습니다.

멸종 위기에 처한, 오탄이와 같은 야생동물들의 집을 지켜주세요. 산림 파괴를 중단하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기업들에게 지금 당장 파괴를 멈춰 달라고 요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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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Zamzami 그린피스 동남아시아지부 미디어 캠페이너